아내의 생일
몇일 전 TV에서 남자 의사가 나와 요리하는 모습을 봤다.아내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섞어 맛나는 요리를 했다.가끔은 아내와 아이를 위해 음식을 해준다는 의사의 모습을 보며 싱긋이 웃은 적이 있다.저 남자는 돈도 잘벌고 자주 요리까지 해준다니 그분의 아내는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을 한적이 있다.
아내의 생일이 변경됐다.2년전부터 전 가족의 생일을 음력에서 양력으로 하기로 했다.음력으로 하다보니 가족의 생일을 잊어버린다는 이유에서 바꾸었다.그러나 지난해 아내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다.그래서 올해는 새 달력을 벽에 걸면서 아내의 생일에 동그라미를 크게 그렸다.
아침에 출근을 하고 대강 일을 마친 뒤 꽃집에 전화를 했다.
붉은 장미를 구입하기 위해 아내 나이만큼 물어보니 한 송이에 3000원이니 15만여원.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졸업 시즌이고 유류값 상승으로 꽃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고 했다.지난해 까지 그럭저럭 다른 선물은 못해도 장미 꽃다발은 주었는데 나이만큼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나이가 젊었을때는 나이만큼 사도 돈이 얼마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꽃 값이 자꾸 부담스러워 진다. 눈 지그시 감고 샀다가 나중에 아내가 꽃값을 알게되면 그 일을 어찌 감당하겠는가.장미 열송이로 결정하고 샀다.
아들은 방학을 해도 부산에서 연극 연습 등으로 잘 오지도 않고 큰 딸은 인도네시아에 봉사활동하러 10일 동안 떠나고 없고 작은 딸은 서울에 있으니 이번 아내의 생일에도 둘 만의 잔치가 되었다.
새로 생긴 빵집에서 작은 케익을 샀다. 반잔 집에서 나물 몇 종류 사고 겉절이 김치, 파 김치도 샀다. 농협에 가서 돌미역,새우, 조개, 대합 등을 사서 아내를 위한 미역국을 준비했다. 인터넷에 들어가 미역국 끓이는 법을 검색하여 평소 아내가 미역국 끓일 때 유심히(?) 본 기억을 되살려 난생 처음 아내를 위한 미역국을 끊였다. 그리고 팥을 사서 먼저 끓이고 나서 찰밥을 만들었다. 아내는 하던 일을 마치고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게 귀가했다. 식탁 위에 케익, 미역국과 찰밥을 차리고 Happy Birthday To You를 불렀다.
아내는 난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남편의 생일상을 보고 큰 소리로 울먹였다.
아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내년 생일에도 해주어야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오늘 밤은 불면의 밤을 보낼 것 같다.에그.....
첫댓글 참 잘하셨네요, 사랑 받겠습니다.
나이만큼 꽃을 받지 못하는 서러움은 어떻게 하나요?
언니의 나이를 그만 스톱 시키면 될 것 같은데요. 절대 해마다 우기면서요.
아이고, 우리는 어떡하라고
들꽃님은 뭐 술 있잖아요? 멋지게 식탁에 한 송이 장미꽃 꽂아놓고 촛불에 와인 한잔. 아닌가 매실준가?
암튼 뭐 작품 떠오르겠거만..물론 틀림없이 또 딴소리 해대시겠지만.
ㅎㅎㅎ 나이가 드니 꽃값이 더 비싸진다. 뭔가 땡기는 맛이 있는데요. 팥이랑 찹쌀을 섞어서 남편의 생일밥을 한 번도 차려 준적이 없는 슬비, 뭔가 좀 미안해집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인터넷까지 뒤져서...어쨌든 부회장님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나날이 발전 하는것 같습니다.
슬비언니 남편 생일상은 그럼 이때까지 누가 차렸단 거예요? 찔리게 함 물어봐야지!
야~ , 팥이랑 찹쌀을 빠트렸다는거다. 찔리긴...-.-
꽃을 나이만큼 주지 못하지만 마음을 담아주면 되고 들꽃님은 한번 해보면 되고 슬비님은 남편 생일상 맛있게 차려주면 됩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자랑을 했다는데 큰일 났네요...
헉...전 정말 착해 빠졌어요. 남의 생일상 보는데 내가 왜 울지? 진짜 이해안된다. 그게 다 덩달아 감동을 해갖고예요.
유심히(?)의 그 (?)때문에 푸핫 웃다가 아내의 울먹임에 또 삐죽 울다가..에그, 전 너무 귀가 얇아요. 아니 눈이 얇은건가?
멋진 생일상 이야기 정말 감동입니다.
이 세상에 생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 옆지기도 부회장님처럼 내 생일상을 차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
오메 부러운것....
난 뭐꼬. 꽃 줘본 기억이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