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는 너무 감정의 변화가 심해.
언제는 질투가 나도록 장경태! 장경태! 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그 놈 죽일놈이 되고."
"그게 내 잘못이야? 상대방이 날 그렇게 만든 거지?
"그러니 왜 남의 일에 상관을 해?"
"그래, 그래서 이제 상관 안하기로 했어."
"상관 안 하긴?"
"내가 상관 한 게 뭐 있어?"
"그 교수 소개시켜 주었잖아?"
"아! 그거야, 교수님도 소개 받는 거 좋다고 하시고....."
"됐어, 됐어.
"그리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무슨 질투가 나? 경태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동생이야. 그런 애에게 무슨 질투는 질투야?"
"자기가 매일 눈만 뜨면 경태, 경태, 경태를 결혼 시켜야 할 텐데, 노래를 불렀잖아."
"그거야 내가 한 가지 일에 빠지면 끝을 봐야하고 몰입하는 타입이라 그렇지."
자기는 자기와 상관없는 사람에겐 질투가 날 정도로 친절하고
정말 친절해야 할 사람에게 무심해."
"그게 무슨 소리야?"
"저 번에 화분 살 때 길 물었을 때 자기가 직접 도로까지 내려가 아주 상세하게
알려줬잖아?
"자기야, 억지 부리지 마, 자긴 삼류대 나온 나보단 논리적이어야 할 것 아냐?
그 차에 남자 혼자 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남자 와이프와 온 가족이 다 타서
군대 간 아들 면회 가는 길 찾는데 친절하게 알려 준 것이 뭐가 질투가 나?
자기가 하는 말, 그거 있잖아, 고사성어? 지금 생각이 안 나서....아! 맞다! 역지사지!
자기가 그 사람 입장이 되서 생각해 봐.
낮설은 곳에 보낸 아들을 만나러 물어물어 찾아가며 길을 묻는데 친절하게 알려줘야지.
그리고 내가 뭐 그렇게 친절하게 알려 준 것도 아니야.
신호등과 좌회전, 우회전만 정확하게 알려 준 거야.
그리고 그 거 알아? 세상에서 제일 상처를 주는 사람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2
"어떡하지요? 주차권을 잃어버렸어요."
나는 웃음을 지으며 최대한 공손하게 말을 했다.
아니면 하루치를 전부 물어야 할 판이다.
남자 아저씨는 선선히 대답했다.
"네, 그냥 가세요."
옆에 앉은 아들이 퉁명스럽게 한 마디 한다.
"엄만 왜 그렇게 애교를 부려? 그냥 주차권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되지!"
"내가 무슨 애교를 부렸니? 그리고 무뚝뚝하게 주차권을 잃어버린 주제에
주차권 잃어버렸어요! 하니? 그러면 하루치 전부 받아."
"병원에 온 시간이 있는데 무슨 소리야?"
"야 진료권 내밀고 시끄럽게 큰소리 내고 그러는 것 보다 그냥 조용히
미소 한 번 짓고 공손하게 말하면 끝나는 걸 왜 그렇게 시끄럽게 만들어?"
"아! 알았어! 알았어! 나 잘 거야!"
아들은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눈을 감는다.
으그 으그 하여튼 남자들이란....
3
주차장 관리 할아버지가 퉁명스럽다고 아줌마들이 불평이다.
가만히 보니 차를 몰고 와 포장이 안 된 주차장에 흙 먼지를 잔뜩 일으키며
주차를 하고 차를 잠그고 옆에 주차 할아버지가 서 있어도 인사도 안 하고
요가복을 넣은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도도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간다.
내가 봐도 좀 민망하고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관리 할아버지는 중절모를 쓰고 살색이 하얗고 멋쟁이에 젊었을 때는
한 가락 했을 법한 폼이다.
나에겐 친절한데.....
난 아침마다 미소를 띠고 인사를 하며
"아유~ 아저씨, 오늘은 아주 더 근사하네요! 10년은 더 젊어 보이세요!"
"아유! 아저씨! 멋있어요! 그 모자 정말 잘 어울리네요!"
"아저씨! 지금도 잘 생기셨지만 젊었을 땐 정말 잘 생기셨겠어요."
그런데 빈말이 아니라 정말 살색이 하얗고 잘 생긴 얼굴이었다.
주차원 할아버지는 주차장 옆으로 호박과 깻잎을 심으셨다.
"아! 깻잎 따시네요?"
"깻잎 좀 드릴까요?"
"아니예요. 저도 심었어요."
"오늘은 정말 너무 더울 것 같아요. 아침인데도 숨이 턱턱 막혀요."
그렇게 이런저런 아침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돈 안 드는 인사를 하며 가지고 온 우유도 한 개 나눠 드리고
커피도 한 캔 나눠 마시고 바나나도 나눠 드리고 그렇게 사이좋게 지냈다.
그래서 내 차는 언제나 나가기 좋은 VIP석에 세워 놓는다.
어느 금요일 날, 주차를 하고 나와 인사를 하는데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아주머니 제가 내일 낚시를 가는데 봉암 저수지 쪽으로 가거든, 그런데
아주머니 집쪽으로 가는 길이예요. 그러니 저를 태우고 같이 가지요."
갑자기 머리가 띵~~
"봉암리요?"
"응, 봉암리 저수지, 난 매주 낚시를 가거든요. 친구들이랑."
"전 봉암 저수지는 모르는데....."
"아! 네가 알아요!"
"네? 내일이요?"
"응, 내일, 토요일 나와요."
나는 급 당황
"글쎄요....."
"그런데 아침 일찍 와야 해요. 늦어도 여기서 9시에 떠나야 해."
"저 여기 요가가 토요일은 아침 10시에 시작하거든요."
"아~그럼 안 돼요. 알았어요."
내가 당황하는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금방 말을 거둔다.
"죄송해요."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야, 아니야, 신경쓰지 마요."
4
요가원에 올라와 얘기를 해 줬더니 깔깔 웃으며 경사났다고 놀린다.
"언니! 주차장 할아버지에게 데이트 신청 받았으니 한 턱 내요!
혹시 알아? 그 할아버지 그 주차장이 자기 땅인지, 그리고 여기 건물도
관리하던데 여기 건물도 자기 건지 모르잖아?"
"야! 건물이고 땅이고 됐다! 난 이제 나이에 맞게 살고 싶다!"
처음 요가원에서 난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전에 다니던 요가원에서 박선희씨만 오면 사람들이 박선희씨 쪽으로 몰려 시끌시끌 하다고
혼이 난 적이 있어 요가원까지 옮겼다.
새로 온 요가원에서는 조용히 명상을 하며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자 아줌마들이 나를 보고
"여기는 참 고상한 것 같아. 대게 참하고 여성스러워."
'으그 으그~~ 거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말을 하지 않으니 또 이렇게 돌려쳐서
얘기를 하잖아. 그래 박명아, 어쩔 수 없다. 다시 입으로 기를 다 쏟아내야 겠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작~~~~~~~
첫댓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남자는 다 그래'~~~~노래 가사처럼 남자들이 여자보다 질투도 많고 삐치기도 더 잘하고, 조금만 잘해 주고 관심 가져 주면 좋아하는 줄 착각하고.....ㅠㅠ...박명아님 글은 꾸밈이 없고 소박해서 좋은데 넘 길어요....다 읽느라고 혼났어요..ㅎㅎ....담엔 나누어서 하나씩 올려주세요....초면에 이런 말 했다고 저 혼내시려나~~~? 아무튼 솔직한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그래요?
혼을 내긴요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요.
평소에 책을 안 읽으시는군요.ㅋㅋ
나 쿨한 여자예요.
솔직한 것 좋아하고요.
그러지요.짧게 쓰지요, 뭐.
역지사지로 보면 좀 길기도 하겠네요 .^^
하지만 옛날 글에 비하면 아주 짧아진 겁니다..
요가원 분위가 요양원 같어...
요양원 분위기가 아니라 입으로 기만 오른 여자들의 모임
그런데 어제는 내 앞에서 하는 여자의 몸이 얼마나 예쁜지, 결혼했냐고 물었더니, 했대.
아이는 안 낳지요?
"둘이요."
"자기 지금 엄청 얄미운 거 알어!"
생글생글 웃는다.
거기다 뒤에 팬티 라인 위에 바로 타투했는데 엄청 섹쉬하더라.
몸매도 아주 죽여줘요. 가무짭짭하고....
맨 앞에서 170cm에 늘씬한 여자가 뻣뻣하게 요가 하는 건 별로 신경이
안 쓰이는데 이 자그마하고 균형잡힌 여자는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거야.
그래서 요가 할 맛 안 나서 중간에 나왔잖아.
"앞으로 내 앞에서 하지 마.
나 자기 때문에 쇼크 받아 일찍 나가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