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신명 4,32-34.39-40; 로마 8,14-17; 마태 28,16-20
삼위일체 대축일; 2024.5.26.
⒈ 전례의 취지와 삼위일체 교리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교회가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낸 다음 주일에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는 이유는, 성령께서 내려오셔서 삼위로서 일체이신 하느님이 온전히 드러나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수님께서 성령을 보내시기 전에 이미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는 당부를 해 놓으셨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당부에 충실하게도, 사도 바오로는 자신이 세운 공동체의 교우들에게 편지를 쓸 때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친교를 여러분 모두가 누리시기를 빕니다.”(2코린 13,13) 그래서 우리는 이 세 분 하느님의 이름을 모두 담은 성호경으로 모든 일을 시작하고 마치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기도에 앞서 이 성호경을 바치고 또 기도를 마칠 때에도 성호경으로 마칩니다.
성부, 성자, 성령, 이렇게 삼위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성호경은 가장 쉽고 제일 짧은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모르는 신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마음껏 숨쉬는 공기가 무한정 그리고 공짜로 주어지기 때문에 거의 의식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성호경에서 날마다 하루에도 수 없이 부르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도 평소에는 거의 그 의미와 역할을 의식하지 않은 채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느님의 삼위는 신성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각 위격이 저마다 완전한 하느님이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53항) 표현이 철학적이고 더구나 형이상학적인 용어로 되어 있어서 어렵게 들리지만, 본디 이 설명은 성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삼위 하느님은 존재가 아니라 역할로 구분합니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세상 만물을 조성하신 창조주이시고, 성자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구원하시는 구세주이시며, 성령 하느님께서는 인간으로 하여금 성자를 본받아 성부께로 나아가도록 이끄시는 인도자이십니다
서는 손과 발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못자국과 옆구리에 창에 찔린 상처까지 보여주시는가 하면 구운 물고기까지 잡수시는 예수님을 만나 뵈옵고서는 그분의 부활을 안 믿을래야 안 믿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래서 비로소 예수님을 성자 하느님으로 받드는 신앙이 생겨났습니다. 일단 그분을 하느님으로 믿게 되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에 보여주신 언행이 가장 먼저 떠올라서 성체성사를 거행하며 제자들끼리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초대교회에서 예수님의 신성을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 언행 가운데 가장 제자들 마음 안에 깊이 남아 있던 바가 바로 ‘자기비허(自己脾虛)’의 행동이었으니, 초대교회의 신자들이 집단적으로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낸 신앙 고백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필리 2,6-11)
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필리 2,6-11)
그러다가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 백스무 명 가량이 성모 마리아 주변에 모여서 기도할 때에 성령을 보내 주시자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부르고, 주님으로 모시며, 성자 하느님으로 믿는 것을 넘어서 자신들도 예수님처럼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기운을 받게 되었고 또 그 기운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증거가 사도 베드로가 보여준 담대한 믿음과 굳센 용기입니다. 그는 그 전에 비겁했고 소심했었으나, 이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앉은뱅이를 일으키는 기적도 행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음이 담대해 졌을 뿐만 아니라 대사제와 수석 사제들이 서슬 퍼런 어조로 “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하지 말라.”고 협박을 할 때에도,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사도 5,29) 하며 대꾸할 정도로 용기가 우러났습니다. 이러한 믿음과 용기에다가, 평소에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새록새록 상기되어 그 말씀의 진리성을 깨닫게 된 것도 성령의 이끄심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예수님의 신성과 함께 성령의 신성까지도 믿는, 삼위일체 신앙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었습니다.
첫댓글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