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 어느 날 오후
그 가을 어느 날 오후
낙엽이 붉게 양 볼이 수줍은 듯이 깊어가는 가을 어느 날.
옆 지기와 옛길 천등산 다릿재를 넘어 보기로 했다. 숨 가쁘게 올랐던 옛길을 적막하리만치 한적한 도로를 쉬엄쉬엄 정상으로 향한다. 차창에 스치는 낙엽은 아직은 덜 여문 것 같은 푸른빛이 돌고 있다. 점점 올라가면서 짙게 물들어버린 단풍에 그만 우리도 서서히 물들어 감을 느끼며 다릿재 정상에 도착했다.
오늘이 그러고 보니
기억을 더듬어 생각하니 이 고개를 숱하게 넘나든 지가
2002년 2월2일 제천으로 전보발령 받았으니 8년8월22일째 되는 날이다.
옆 지기와 모처럼 가을 나들이를 한 것 같다.
지난번에 응평리 이장님이 회사서 만나 차 한 잔 하며 나눈 이야기가 생각나서 옆 지기와 함께 야생화 화원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소월리 이곳에 주인이 목재 팔각화분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필자도 만들어 볼 요량으로 나들이 겸 견학을 하려 나셨다.
소월리 약수 기사 식당이던 이곳도 터널이 생긴 이후는 그만 옛길이 되어버린 뒤에 한적한 카페로 변해있었다.
유명하리만치 문전성시를 이루던 과거는 사라지고 아들은 식당을 카페로 바꾸어 영업하고 주인은 야생화와 각종 진귀한 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2009 제천 한방건강 축제장에서 촬영한 시계 꽃」
산에서 자연 고사하여 죽은 채 거대한 산을 지켜보던 고사목을 잘라 원통형 목재 분을 만들고 방부 목으로 육각에서 팔각까지
각종 화분을 만들어 2009 제천 한방건강 축전 때 선보이던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 진귀한 식물 시계 꽃을 보았다.
그 꽃이 축전 때 약초 식물 관에 전시용으로 출전했던 꽃이란다.
시계 꽃 화분이 나무로 된 것도 식물원 주인이 만드신 거란다.
지금 하우스엔 꽃은 다 지고 미처 못다 핀 꽃 망우리만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이곳저곳을 감상하고 주인께선 열심히 설명을 하시며 우리 두 사람에게 이곳저곳을 보여 주시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제천에 계신 시인선생님 두 분께서 충주 인근 가을나들이 오신다는 문자다.
우린 부랴부랴 집으로 왔다. 미리 벽난로에 구어 두었던 고구마랑 준비해서 떠나면 되지만. 마땅히 갈 곳은 없다.
그러서 일단 가장 가까운 중앙탑으로 해서 탄금대 그리고 충주댐으로 코스를 잡고 유진이 선생님 차는 필자의 집앞에 두고 제
차로 모시고 가기로 하고 필자의 옆 지기와 함께 떠나기로 했다.
주섬주섬 챙기고 떠나는 길부터 붉은 벚나무 단풍잎이 거리에 뒹굴면서 우리 일행을 배웅한다.
조정지 댐으로 향하는 길가엔 은빛 갈기를 휘날리는 억새가 함께 우릴 따라나셨다.
한참을 가다 차창을 보니 은빛 갈기를 세운 억새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을 나들이에 동참한다.
<국보6호 중원탑평리 칠층석탑(중앙탑)>
길은 곧은 것보다 굽이진 길이 아름답고 나무는 못생긴 나무가 아름다워 산을 지킨다 했고, 물길도 굽이 처서 흘러야 아름답다
했다.
구불거리는 도로를 천천히 꺾어 돌면서 차창 밖 풍경에 젖는다.
조심해서 코너링했지만 차량의 중심이 높은 탓에 많이 흔들린 모양이다.
함 선생님께선 운전이 험하다고 야단이시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 나름 베스트 드라이버라 우기면서
더욱 조심해서 굽이진 길을 따라 가을을 맛보면서 신나는 나들이는 계속된다.
어른 두 분을 모시고 가는 길이라 조심도 많이 되고 했지만 그저, 교외로 떠난다는 기분에 그저 입은 싱글벙글한다.
한가로이 흐르는 물길 속을 뒤지며 다슬기(올뱅이) 잡는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많은 자연풍경을 지나면서 가금면 탑평리로 접어든다. 노죽섬(갈대와 억새가 함께 있는 섬)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 강바람에 갈
기를 세운 억새는 양털 같은 갈대를 부추기면 함께 강변을 휘돌고 있다.
주말이라 탑평리 공원엔 많은 사람이 가족단위로 마지막 가을을 만끽하면서 한가로이 여가를 즐긴다.
이곳에서 탑평리에 아름다운 국보 6호인 중앙탑을 제일 먼저 맞이한다. 우뚝 솟은 7층 석탑.
충주에 오면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 가금면 탑평리에 중앙탑과 탄금대이다.
충주시 탄금호 변에 있는 중앙탑 공원은 참으로 한적하고 휴식취하기가 좋은 곳이다.
1992년 사적공원으로 조성된 이곳은 중앙탑의 변형을 막기 위해 탑 주변을 정리하고
파고라(그늘막) 원두막정자 조형물 각종 조각 작품들이 즐비하고 어린이를 위한 간이 분수대와
야외 공연장도 있어 공연을 본 후
산책하기도 좋고 주변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있어 가족단위 또는 연인들의 산책하기 아주
좋은 곳을 우리 일행은 가을을 사냥하면서 평온의 주말을 보내고
중앙탑 주변에서 아름다운 가을 모습을 디카로 사냥하기도 했다.
칠층석탑에도 유래가 있는데 여기서 잠깐 살펴보면.
첫째 전설은 통일신라시대 때 경주 송림사 주지 대승이 이곳을 지나다가 서천에 보라색 안개 번져온 고을에 아늑하고 웅장한 화
기가 감도는 모습을 보아 경주로 돌아간 주지는 「중원에 왕기가 있으니 이를 제거하기 위해 진어 탑을 세워야 한다」고 왕
에게 고하여 이 탑을 쌓았다는 설과
둘째는
신라 선덕여왕 때 김생이 금가면 반송 산에 절을 짓고 탑을 건립했다가 풍수설에 의해 이곳으로 옮겼다는 설이 있고
셋째는 신라 원성왕 때 통일신라의 중앙 부위를 설정하기 위해 국토의 남북 극단 부에서 건각의 남자를 출발시켰는데
이곳에서 마주쳤다 하여 정 중앙을 표시하기 위하여 탑을 세우고 “중앙탑” 이라 했다고 한다.
이 탑의 전체적인 양식으로 보아 세 번째 전설에 속하는 신라원성왕(785~798)에 세웠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본다.
아무튼 중앙탑이 어찌 된 유래에서 되었건 간에 우리 일행은 탑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 삼아 가을을 사냥하고
오붓한 주말을 보낸 곳이다.
중앙탑공원 부근에 이색박물관도 있어 술의 역사와 발효과정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어린이들의 교육장소로도 좋다.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탄금대로 가려다가 충주 시내를 가로질러 계명산이 바라다보이는 마지막 재로 향했다.
시내를 다시 벗어나 고개로 오르는 도중에 통나무 묵 집앞을 지났는데, 그 허름한 모습은 그대로다 아직도 손님들이 많을까?
혼자 생각해보면서 정상에 다다르니 호수의 은빛 비늘이 반짝이며 우릴 반긴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남벌 옛 초등학교엔 당뇨병 요양원이 보이고 우측으로 산허리를 따라가면 살미로 가는 길인데...,
우린 좌측 산허리를 돌아 종민동으로 향한다.
내리막길을 접어가니 계명산 자연 휴양림이 있고 자주 이용하던 종민동 횟집 앞을 지나 충주댐 기념관으로 향했다.
기념관 앞 주차장엔 이미 차들로 꽉 차 있었고 그곳에서 호수의 드리운 가을 배경 삼아 사진을 담았다.
함께하신 두 분 선생님들께서도 무척 즐거워하시니 기분이 참 좋은 가을 날 오후를 보냈다.
엉겁결에 따라나선 필자의 옆 지기도 그런대로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일단 주차를 해 놓고 전망대로 갔다. 경비원이 시간이 다되어서 전망대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모처럼 모신 분들 때문에 필자의 옆 지기는 아주 멀리서 왔는데 바로 올 거라며 엘리베이터를 타도록 부탁해서 겨우 탈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마지막 손님으로 내려 가면서 호수가 주는 가을의 오후 은빛 비늘의 반짝이는 환영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 위쪽(탑승한 지점)에선 경비원이 어서 올라오라며 호각을 불고 몸이 달아 안달이 났다. 우리 일행을 따라 내려왔던 관광객들은 멀리 갔는지 오지 않아서 필자는 두 분을 모시고 먼저 올라갔다.
시간 개념이 없는 한국 사람들 어디를 가건 변함없이 없다.
이곳 우안 댐에서 다시 좌안 댐으로 간다.
가을이 서산에서 붉은빛을 물들이며 늦어지는 시간을 암시한다.
서둘러 대충 구경하고는 적당한 잔디밭에서 가지고 간 먹을거리로 판을 벌인다.
군고구마 사과 공갈 빵 시장이 반찬이라고 야전에서 먹는 음식치고 맛없는 것이 없듯이 아주 맛나게 먹고
더 늦기 전에 오늘 일정을 끝내고는 저녁 식사를 하려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다.
저녁식사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충주시청 앞 수가성 식당. 순두부 백반집으로 정하고 비워진 속을 채우러 갔다.
이렇게 갑자기 나들이한 것은 처음이고 마지막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이다음엔 더 좋은 곳으로 부담 없는 가벼운 나들이를 기약하면서 귀가길로 접어든다.
이제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목을 바라보면서 그때를 다시 생각하니 입가에 웃음이 피어난다.
이런걸보면 그땐 참 행복한 그 가을 어느 날 오후가 다시 그리워지는 걸 알 수 있다.
함께하신 두 분 선생님과 기꺼이 동참해준 옆 지기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이담에 더 좋은 기약을 위하여
늘 건강하시고 기력 왕성하시여 행복한 만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여기서 접는다.
2009. 11. 14일 정리 진보
첫댓글 ㅎㅎㅎㅎㅎ언제 읽어도 즐거운 추억이 떠올라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