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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다시 찾은 사상터미널 역시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보도블록을 새로 단장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커먼 먼지만 쌓였던 위의 고가로는 경전철이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건물을 말끔히 리모델링하여 이용방법까지 달라져 있는 상태. 세월이 흐르면서 낡고 비좁은 시설이 문제가 되어 2011년에 이르러 다시 공사를 시작하여 구조를 완전히 뜯어냈다고 한다.
1985년 개장하여 경남/호남방면 수요를 주로 맡아왔던 곳인데 아울렛의 부속건물로 있으면서도 소유주는 버스회사(천일여객)인 다소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부도심 한복판에 위치하여 항상 붐비고 북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노포동과 더불어 부산 터미널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사상터미널이 6년 전과 비교해서 어떤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을지 궁금하다.
갔다왔을 당시가 2015년 1월 말인데, 그 때 기준으로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광장 앞에서 빛을 번쩍이고 있었다. 예쁘기는 하지만 왜 아직도 안 치우는 것일까 궁금하다. 위의 고가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2011년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이 김해공항, 김해로 가는 승객들을 나르고 있었다. 그전에 전 구간을 타봤는데 놀이기구 타는 것 마냥 재밌기는 하더라.
이런저런 곳을 많이 갔다 와서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삼색이 고루 묻은 하늘은 얕은 구름과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8차선 대로변으로 수많은 차량들이 쌩쌩 지나가는데, 공단을 끼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번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70~80년대 부산을 먹여살렸던 사상공단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공장 사람들이 먹고 마실 공간이 사상역 앞에 들어서며 상당한 규모의 사상역 상권이 들어섰다. 백화점이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애플아울렛, 르네시떼 등등 중소규모 아웃렛이 여럿 있고, 2호선이 지나가는 길목으로 10대~30대를 위한 여러 상점이 몰려있다.
다만 차가 지나는 길은 반대로 2호선이 좁고, 경전철이 지나는 길이 넓다. 그래서 사상터미널은 사람과 버스가 드나드는 입구가 서로 다르다. 광장이 있는 입구는 사상역 5번 출구와 연결되어 있고, 도로와 연결된 출입구는 르네시때 방향으로 나 있다. 대형 터미널 중에서도 사람과 버스가 드나드는 공간이 겹쳐 상당히 혼잡한 곳이 많은데 여긴 동선이 분리되어 있어 매우 깔끔하다.
사상역 상권의 상징과도 같은 애플아웃렛. 사상역에서 내리면 어느 각도에서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절대 아이폰을 만드는 그 애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이름이 같은 뿐, 전혀 다른 회사이다. 오직 사상에서만 볼 수 있는 쇼핑 매장이다.
애플아웃렛 역시 마찬가지로 사상역 4~5번 출구에 걸쳐있는데 2호선이 지나가는 길이 유동인구는 많고 차도는 좁아 항상 차가 막히는 상습 정체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수많은 택시들이 가변차로를 거의 항상 점령하고 있어 혼잡도는 배가 된다. 왜 시외/고속버스들이 여기를 지나가지 않는지 직접 와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상역 5번출구 앞에서 바라본 버스터미널. 큰 건물에 가려져 곧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정식 이름이 '부산서부버스터미널' 바뀌었는데, 위치 때문인지 여전히 '사상터미널', '사상시외버스터미널'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저녁 시간대 아니랄까봐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보인다. 쉬지 않고 버스가 멈춰 사람들을 내려주니 항상 나오는 사람들도 많고, 지하철과 버스에서 내려 입구로 들어가는 사람도 많으니 정말 복잡하기 짝이 없다.
리모델링 전의 공식 입구는 아웃렛 2층 구름다리였다. 그래서 매표소가 2층에 있었고, 표를 사기 위해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애플아울렛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이 때문에 매장이 혼잡해지고 입구를 못 찾아 헤매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하면서 입구를 따로 내어 완전히 동선이 분리되었는데, 없는 공간을 찾아서 억지로 입구를 만들다 보니 주차장에 꼭 끼어 만들어버려 뭔가 어색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광장과 문 바로 옆으로 승차장과 주차공간이 있다. 매연을 조심하자.
승차하는 기준에서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 버스에서 내려 나가는 쪽으로 바라보았다. 양옆으로 대형 건물에 가려 역시 시야가 답답하다. 중앙에 조그맣게 보이는 투명 유리가 바로 지하철 2호선 5번 출구다. 그 옆으로 시내버스정류장이 있고, 도로 건너와 건물 왼쪽으로는 수많은 상업시설이 옹기종기 몰려있다. 서면, 남포동, 해운대와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부도심이기에 언제나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내리면 비닐하우스밖에 없는 노포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역세권이다.
리모델링 이후 매표소 위치마저 바뀌었는데, 2층이 매표소고 1층이 플랫폼이 있는 구조였다면 이젠 1층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좀 더 간편해졌다. 힘들게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전혀 없지만 사상터미널의 상징이었던 높은 천장이 사라져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사람들이 분산되지 않고 한 곳에 몰려 예전보다 더욱 복잡해진 모양새다.
푸드코트와 다이소 등등 버스터미널에 필요한 매장들은 매표소 맞은편과 2층에 있다. 매표소가 1층으로 내려오면서 빈 공간에 음식점들이 입점을 한 것 같다. 딱히 올라가 보진 않아서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음식점이 있는지, 맛은 어떤지는 모르겠다.
노포동터미널이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된다면, 사상터미널은 남해고속도로와 직결된다. 그래서 남해고속도로로 갈 수 있는 경남, 전남, 전북 지역의 노선이 대부분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노포동보다 사상을 오는 것이 더 편하다. 그런데 원래 경남의 중심지가 부산이었고 호남에서 이사 온 부산 사람들도 적지 않은 만큼 사상터미널 역시 노포동 못지 않게 크고 복잡해진 것이다. 주차장이 상당히 넓은 편이지만 버스가 워낙 많아 항상 자리없다고 말썽이고, 승차장 역시 리모델링을 했음에도 좁은 건 여전하다.
창원, 마산, 진주같이 유독 장사가 잘 되는 노선의 경우 버스 타려고 길게 줄을 선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찌나 줄이 긴지 출입구까지 막아버리고 지그재그로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보도블록과 함께 천장의 지붕도 바뀌었는데 햇빛이 들어오는 유리로 바꾸어서 천막 시절과 다르게 훨씬 깔끔하고 시원해졌다. 다만 높이가 더 높아져서 비바람에 약하다는게 단점이다. 비바람이 불면 비를 피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대형과 중소형터미널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는 승차장/하차장이 분리되어 있는 것인가이다. 사상터미널은 당연히 타고 내리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옛 하차장 자리 그대로 쓰고 있는 듯 하다. 벽으로 분리되어 있는 21번~25번 홈은 겉보기엔 하차장처럼 생겼지만 의외로 여기도 승차장 맞다. 창원, 서울(남부) 및 수도권, 광주 및 전남권 버스가 여기로 들어온다.
전국 방방곡곡 안 들어오는 업체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다양한 노선과 버스가 있는 사상. 이리저리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보니 이미 어둠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복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하루를 마무리하려니 정말 아쉬웠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아서 근처 기차역에서 야간열차를 예매하고 친구를 만나 잠깐 얼굴만 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그게 화근이 될 줄 몰랐다.
4차까지 가면서 밤새도록 먹고 마셨다. 결국 표는 반환도 못하고 버려지고, 지하철 1호선을 의도치 않게 끝에서 끝까지 왕복하고, 2분 남기고 노포동에서 고양 가는 버스표를 끊어 화장실도 못 간채 5시간을 버스에 갇혀있고, 정신없이 자다가 나중에는 화장실이 급해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 너무나 다이나믹하고 우스운 장면들이 아직도 머릿 속을 스쳐간다. 2박 3일 여행에서 사상터미널은 '마지막으로 멀쩡했던 기억'을 남겨준 웃지 못할 사연이 있는 터미널이 되어버렸다. 부산의 세 버스터미널을 모두 방문하고 그 중 변화가 있었던 두 터미널을 사진으로 다시 남기고 기록하고, 새로운 부산의 모습은 한층 성장한 나 자신과, 또 다른 메모리 속에 저장되어 다시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6.1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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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5년전에 올렸던것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네요
예전에는 사상은 시외노선만 취급하는 시외터미널이였다면 지금은 고속노선도 함께취급하는 종합터미널 수준이 되었네요
재밌게 봣습니다 다음에는 새로이전한 김해터미널편도 올려주세요~~!
김해를 갈 일이 있다면 반드시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기대하세요 ㅎㅎ
5년전에는 수도권노선이 인천하나가있었는데 지금은 서울남부,서울반포경부,수원,성남그리고 충청권 청주,세종시까지.
@민트라떼 용인도 있습니다!ㅎㅎ
@Lincoln 용인은 새청사짓고나서 불과3년입니다
@민트라떼 지금 용인이 있다고 말씀 드린겁니다.
@Lincoln 아하 "지금"이란단어를못봐서 ..
@민트라떼 리모델링 뒤에 추가된 노선 중에 용인이 빠져있길래 단 댓글이었습니다^^
@Lincoln 네 감사해용.
광주-부산사상이 시외버스 노선이였을 때에는 노포동이 20분에 1대 사상이 1시간 반 또는 2시간에 한대정도로 노포동이 메인, 부산사상은 서브노선 격으로 부산사상으로 가는 사람은 싸게 가거나 또는 사상이 빠르다는 걸 아는 사람만 45인승을 감안해서라도 타고 갔는데 지금은 노포동과 사상의 위치가 전도가 되어버렸죠. 사상 입장에서도 광주노선은 큰 수익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제 기억에는 광주-부산 노포동은 그 옛날부터 30~40분 간격이었던걸로 기억이 나네요. 일부 시간대에 20분 간격이 있었던거 같기도 한데 꼬박꼬박 20분 간격은 아니었을겁니다. 그리고 광주-사상은 시외면허일 시절 광양경유까지 포함하면 배차간격이 최대 1시간 가량이었던게 기억이 나네요. 고속 전환 이저 몇번의 증회를 하면서 이 간격을 40~1시간 간격으로 줄었죠. 제 기억이 확실하게 맞다는건 아니지만 광주-사상은 시외시절에도 꽤 많은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네요.
광주-부산사상선이 승객이 많은 이유는 맥시멈님이 글에서도 언급해주셨다시피 부산 서부쪽에 호남쪽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많기 떄문이죠. 간단하게 생각하면 되는겁니다. 집에서 가까운 터미널에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굳이 집에서 먼 터미널까지 가서 더 비싼 돈을 주고 갈 필요가 있는지는.........
노포동이 동래시절이었을 때에는 사상하고도 물리적 차이가 크지 않아서 노포동 위주였을까요. ㅎㅎ 도심으로 들어가기도 사상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인식 차이 일 수도 있겠지요. 최근에 없어졌다고 하는데 광주-마산 고속버스가 있고 광주-마산(시외)[이건 창원행 버스가 중간 경유지로 가는 것이지만 마산은 가니까요]도 있었는데 마산간다고 하면 다 고속버스를 타지 시외버스로 마산은 집이 시외터미널에서 가까운 경우 아니면 사실 마산사람도 고속버스를 탈 겁니다.
광주-부산도 노포동이 고속버스, 사상이 시외버스였을 때에도 아무래도 인식이 광주-부산은 고속버스이지 시외버스는 아니니까 2가지 방향으로 가긴 했지만 부산행은 고속버스를 타고 가지 시외버스 홈에서 부산을 간다는 인식이 좀 떨어지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듭니다
부산사상->서면, 노포동->서면이면 당연히 전자이고 사직동->서면이라면 노포동으로 2001년에 옮겼으니까 그 때는 버스로만 갈 수 있었으니까 그 때면 후자죠. 부산에서 노포동에서 내려서 유리한 곳은 서면 위쪽 부산광역시청? 위쪽이나 해운대, 기장 말고는 나머지는 다 사상에서 내리는게 유리하죠.
@금호타고부산으로~ 그럴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고속과 시외의 네임벨류 차이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의외로 이런 케이스가 상당히 있어서 빨리 가는 코스가 있어도 굳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7,8년 전에 처음으로 사상터미널을 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정말 많이 달라졌군요. 그때 당시의 그 높은 천장이 있고 어둑어둑했던 대합실이 인상 깊었는데 그것도 이제 옛 모습이 되었군요. 그때 광주행 노선을 이용했었는데 승객이 상당히 많았던 기억도 납니다. 서울 노선까지 시외, 고속 모두 개통이 되면서 사상터미널의 존재감이 몇년 새 더 커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사상터미널이 노포동에 비해 너무 저평가 되어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ㅎㅎ
경전철이 개통되고 난 뒤에, 몇몇 노선은 김해와 연계하도록 안내를 하더군요.
(김해-거창 같은 노선) 서로서로 좋은 쪽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네요ㅎㅎ
그랬으면 좋겠네요 ㅎㅎ
노포동터미널도 부탁해요
노포동에선 버스만 탔고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
한편 역으로 생각하면... 부전마산 직결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버스 회사는 타격을 입겠지만 터미널 혼잡도는 좀 줄어들까요...
경전선 역들의 접근성이 창원, 김해의 주요 거점지에서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별다른 차이는 없을 걸로 보입니다. 물론 기차 수요까지 생각한다면 아예 타격이 없을 수는 없겠죠.
@Maximum 일단 부전마산선 건설되면(서부경전선은 기약이 없으니 패스) 타격입을 노선은 부산서부-창원, 부산서부-마산, 부산서부-순천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