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엄마! 저 사람들 지금 뭐하는 거예요? 데모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거창에 계시는 외할머니 댁으로 가다가 창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내가 물었다.
“환경시민단체 사람들이네. 저 사람들은 아무 대가 없이 환경을 살리기 위해 봉사하는 사
람들이란다.”
학교에서 배운 시민단체가 생각이 나서 사람들을 한명 한명 쳐다보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나는 아
무 이익 없이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지만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내 마음을 아는
걸까. 그 사람들은 모두 입에 함지박처럼 큰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고제 안에서도 깊숙이 들어앉은 외할머니 댁으로 가기 위해서는 할머니의 과수원도 지나쳐
야 했다.
우리가족은 맑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차에서 잠시 내렸다 가기로 했다. 평소에 과
수원에서 노는 걸 좋아하던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럭무럭 자라나던 과수원 밖의 나무들이 하나같이 다 시름시름 앓고 있
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엄마께서도 걱정이 많이 되시는지 과수원 근처에 있는 흙이나
물을 냄새를 맡아보셨다. 그 때 멀리서 시끄러운 경운기 소리가 들렸다. 외삼촌과 외할머니
였다.
나와 진형이는 외할머니께 달려가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이고, 내 강아지들 왔구나!”
외할머니께서는 정겹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외삼촌, 나무가 왜 이래요? 나무가 아픈 것 같아요”
안그 래도 외삼촌께서는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제초제와 농약을 너무 많이 써 가지고 땅이 점점 산성화되고, 저 냇가 위에는
축사를 설치해서 그렇게 깨끗하던 이 냇가도 점점 오염되고 있다 아이가?”
며칠 전에 학교에서 배운 산성화가 되어가는 토양이라는 단락이 생각났다.
선생님께서는 땅이 오염되어 가는 데에는 농약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하셨다. 그 때는
토양 오염이 그렇게 심한 줄 몰랐는데 직접 보고나니 토양 오염이 얼마나 나쁜 건지 알 수
있었다.
“하하, 우리 근민이가 걱정이 많이 되나 보데이, 괜찮다 마. 외삼촌이 작년부터 제초제 대
신 우렁이를 논에 넣었다 아이가? 근데 그게 효과가 너무 잘 나타나 가지고 내년부터는 이
동네가 우렁이 시범 마을로 정해졌다 아이가! 지구는 독수리 5형제가 지키고 땅은 내가 지
키니 너무 걱정마라.”
외삼촌이 장난스럽게 우리를 툭툭 치셨다.
“이 토양이 왜 오염됐겠나? 바로 농약 때문인기라. 우렁이를 집어넣으면 제초제도 안 쓰
고 농약도 덜 쓰게 된다 아이가. 이 외삼촌도 마, 앞으로 3년 동안은 사과나무를 딴 데다 옮
기뿌고 이 땅을 퇴비를 주면서 돌보기로 했다 아이가.”
외삼촌의 말을 듣고서는 우리가족은 모두 표정이 환해졌다.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외삼촌께서는 버들 과수원(외가의 성을 따라서 버들 과수원)의 사장답게 사과와 환경을 사
랑하시는 것 같았다.
“에이구….옛날에는 마, 지금은 생각할 수도 없는 깨끗한 자연을 가지고 있었제, 가을이
되면 논에는 메뚜기가 펄떡펄떡 뛰어다니고 지금은 어디 구경이나 할 수 있나? 그래도 다행
이제? 인자는 사람들도 농약보다 퇴비가 좋은 줄 알고 차차 바꾸는 중이니까…….”
저녁을 먹으면서 하신 외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힘이 났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과수원
에 있는 나무들도 모두 무럭무럭 자라서 가을이 되면 가지에 싱싱한 무공해 과일이 주렁주
렁 매달리겠지. 상상만 해도 기쁨이 북받쳐 나왔다.
“할머니! 저 내일 일찍 깨워주세요! 내일 아침에 얼른 일어나서 과수원 주위에 있는 비닐
봉지와 농약병을 주울 거예요. 버들 과수원 파이팅!”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내 눈에는 마치 들판을 뛰어다니는 메뚜처럼 보였다. 좀 큰
별들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나무로 안겨오던 밤. 무상으로 노력하던 환경 시민
단체 회원들의 웃음이 별빛보다 더 반짝이며 함께 떠올랐다.
첫댓글 이쁜 구피...잘 했어.그게 어디니? 전국에서 모인 작품 수가 41만여통이라는데...축하, 축하. 축하해...글방친구들 모두 축하합시다.
축하해요 ^^
정말 축.하.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