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3000년의 기다림>
1. <아라비안 나이트>의 대표적인 이야기 <알라딘>이 매력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모습으로 귀환했다. 가난하고 평범했던 알라딘이 램프의 요정 지니의 도움으로 부와 권력을 잡은 성공담은 지니와 여성들의 애틋한 사랑으로 변모하여 나타난다. 세상의 이야기를 탐색하여 각각의 의미와 공유된 정신을 찾아 다니는 서사학자 여성은 우연히 튀르키에 시장에서 발견한 호리병에서 3000년간 갇혀 있던 지니를 만나게 된다. 소원 3가지를 말하라는 지니의 요청에 그녀는 시쿤둥하게 반응하지만 지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묘한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
2. 지니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오래전 시바여왕의 정령으로 시바와 특별한 관계에 있던 지니는 솔로몬에 의해 램프에 갇혔고 오랫동안 램프 속에서 고독과 불안 그리고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지니가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은 오스만 투르크의 슐레이만 황제 시대였다. 램프에서 나온 지니가 다시 정령의 세계를 돌아가기 위해서는 소원을 비는 사람이 진정 갈망하는 소원 3가지를 들어주어야만 한다.
3. 슐레이만 궁전 하렘의 노예였던 여인은 그의 소망대로 태자의 여인이 되고 아이를 임신했지만 결국 마지막 소원을 말하지 못한 채 사라졌고, 다시 만난 어린 나이에 늙은 부자에게 시집온 여인은 남다른 재주와 능력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녀는 지니의 도움으로 수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창조적인 능력은 인습적인 환경에 부딪혀야 했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지니와 갈등을 겪다, 결국 지니를 다시 호리병에 넣어버리는 치명적인 소망을 말하게 된다. 그녀들의 갈망을 실현시켜 주는 과정을 통해서 지니는 여성들과 특별한 마음의 소통과 감정적 교류를 나눴지만 또한 지독한 상실과 아픔까지 경험한다.
4. 이러한 지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사학자인 여성은 지니에게 사랑을 느꼈고 그와 같이 생활하자고 권유한다. 튀르키에에서 영국으로 돌아온 여성과 지니는 행복한 삶을 보내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지니에게 도시문명은 심각한 자극을 제공하는 고통의 세계였다. 약해져가는 지니를 본 여성은 결국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고 지니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소원을 말함으로써 지니를 정령 세계로 보내준다.
5. 이 이야기에서 소원을 말하는 당사자들은 모두 여인들이다. 그녀들은 각각의 시대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모두가 뜨거운 열정과 욕망을 지닌 주체적인 존재들이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램프의 요정 ‘지니’로 상징되는 욕망의 매개체를 통해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여성들의 독립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서사학자 여성의 마지막 소망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소중한 대상이었던 ‘정령’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자신을 향한 갈망을 넘어 타인을 위한 희망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그녀의 마지막 소원이 지니를 자유롭게 만들어준 것이다. 영화는 원작 <알라딘>이 지니의 도움으로 알라딘의 욕망이 실현된 것과는 달리, 여성의 도움으로 지니의 욕망이 실현되는 매우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그 끝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소중한 모습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 가끔씩 여성을 찾아오는 지니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관계에서 꼭 필요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와 조절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관계의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첫댓글 - 영화의 다양성 속에서 타인의 생각 이해하기. 기다림이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