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사색’에 잠기지 말라
동서의학의 ‘똥꼬박사’가 말하는 치질 치료… 좌욕에 관해선 의견
엇갈려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국민 10명 가운데 3~4명꼴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치질. 환자는 괴롭기만 한데, 주위에서는 농담거리로 여기는 현실에서 치질환자의 ‘커밍아웃’은 쉽지 않다. 동서의학에서 말하는 항문질환 예방·치료법을 두명의 전문가에게 들었다. ‘똥꼬박사’를
자처하며 30여년 동안 치질 등 항문질환 치료를 전문적으로 해온 혜당한방병원(www.haedang.com)
박영엽 원장과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대장·항문
전문병원의 효시 격인 대항병원(www.daehang.com) 강윤식 원장이 조언에 나섰다.
치질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따로 있을까 첫 번째 궁금증은 치질의 원인으로 모아졌다.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치질에 걸리기 쉽다는 데 동서의학의 의견이 일치했다. 실제로 이러한
직업군의 대표격인 운전기사와 미용사가 치질환자
1순위로 꼽혔다. 운동선수 가운데는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자세로 경기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야구 포수에게서 ‘말 못할 고민’의 비율이 높았다.
변기에 5분 이상 앉아 있지 말아야
사진/ 대항병원 강윤식 원장(왼쪽)과 혜당한방병원 박영엽 원장.
(김종수 기자)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거나 ‘사색’에 잠기는 것이 항문건강에
해롭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박영엽 원장은 “변기에 앉으면 항문의 긴장이 풀린다. 이런 상태로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치질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변기에 5분
이상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치질 예방·치료법의 하나로 알려진 ‘좌욕’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혈관이 몰려 있는 항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을 중요시하는 한방에서는 지속적인 좌욕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양방에서는 좌욕이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윤식 원장은 “좌욕은 기본적으로 통증을 없애기 위해 하는 것이지 치질 예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따뜻한 물로 좌욕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혈관이 지속적으로 팽창·이완돼 압력이 높아져 치질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데 사용 등 배변 뒤 항문을 물로 닦아내는 것은 권장할 만하지만, 좌욕은 통증이 있을 때만 가려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온돌방 문화도 치질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방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것은 좌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통증을 없애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예방이나 치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비가 심해지면 치질로 이어지는 걸까 박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대장은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변을 오래 보지 못하면 단단히 굳게 마련이다. 특히 변비가 있는 20~30대 젊은층은 배변 때 과도하게 힘을 줘 항문에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많다. 젊은층에서 이른바 ‘째진 치질’(치열)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체질적으로 항문이
좁은 사람은 변비가 오래되면 치질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항문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장
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며, 식사량이 적어지면
장의 운동능력도 떨어져 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등산과 웨이트 트레이닝이 치질을 유발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가족력이 있거나 항문협착, 허리가 약한 사람 등이 치질에 잘 걸리는데, 그런 사람이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무리해서 운동을 하면 치질이 발병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운동 자체가 치질을 유발한다고 할 수는 없다.
치질의 치료법에선 동서의학의 접근법이 엇갈렸다. 박 원장은 “치질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항문혈관에 직접 투약을 한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부푼 혈관을 수축시켜 정상화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진척돼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이미 항문조직과 혈관의 일부가 회복 불가능하게 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약실로 묶는 결찰요법을 통해 제거해낸다. 회복불능 부위의 혈액순환을 차단해 영양이 공급되는 것을 막아
자연스럽게 제거하는 요법이다.” 결찰요법의 장점은 입원하지 않아도 되고, 수술 뒤
곧바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 원장은 “치질수술을 받으면 최소한 2박3일은 입원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뒤 첫 변을 볼 때까지는 병원에서 요양하며 상태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1주일에서 열흘 뒤부터 출근 등 정상생활을 할 것을 권한다. 이 기간에는 변을 볼 때 항문에 통증이 심하고, 출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수술 뒤
3~4주가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대장암과 치질의 관련성은
대장암·직장암 발병과 치질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직장암을 치질로 착각해 초기증세가 있는데도 병원을 찾지 않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대장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쾌변이 중요하다. 장내 변
노출시간이 길수록 인체에 해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가장 좋은 예방법은 역시 대장내시경 검사다. 바륨을 이용한 대장조영술도 있긴 하지만 확진을 위해서는 내시경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장에 일종의 혹인
용종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장암이 용종단계를 거쳐 암으로 이어진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40대 남성의 30%, 여성의 20% 정도에서 대장용종이 발견된다. 때문에 40대 이후 대장내시경을 한번쯤 해보는 게 좋다. 만약 깨끗하다면 그 이후로는 4~5년에 한번씩 해주면 된다. 특히 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최초 발병나이보다 5살 일찍
대장내시경을 하는 게 좋다. 용종단계에서 발견하면 치료가 쉽기 때문이다.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inhwan@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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