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마무리 잔치를 마치고 돌아오니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다들 집에 잘 들어가셨습니까?
오늘 모임한다는 말이 나오고 바로 달력에다가 써놓았습니다.
'글쓰기회 12시 국수가'
이렇게 써놓아도 돈 버는 아내가 학교 일 때문에 나가야한다고 하니 하는 수 없더군요. 점심 때 국수가로 갈려고 했는데, 가서 같이 국수 먹고 함께 땀 흘리고, 웃고 그러면서 배구도 하고 싶었는데. 아내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갔습니다.
배구는 사람 수가 모자라 안한다고, 느긋하게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학교에서 막 들어온 아내에게는 늦었다는 시늉을 보이며 후다닥 나갔습니다. 어떻게 잡은 날인데.
글쓰기 공부할 때는 버스 타고 다녔습니다. 때론 심야버스를 타야할 때도 있었지요. 그런 날에는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들어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타도 있고, 선물 꾸러미도 있고, 카메라도 들고 가려고 하니 자가용을 타고 가야지 하는 거예요. 내일 학교 가야하는 것도 아닌데. 느긋하게 찬바람 쇠면서 집에 가면 좋은데. 술도 마음 편하게 마셔도 되고. 차 몰고 가면서 이런 생각해봐야 차 돌릴 것도 아니면서.
너른마당에서 차 한잔 하고 다금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다같이 돌솥비빔밥을 먹었습니다. 김숙미 선생님, 김은자 선생님, 이승희 선생님은 사정이 있어 못 왔습니다. 이영자 선생님은 너른마당까지만 함께 했습니다.
글쓰기 한 해 마무리잔치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거 다른 데 가서 써먹으면 좋겠다 싶은 겁니다. 선물 나누어 주기. 이번에는 난 어떤 선물을 받을까? 선물을 준비할 때도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뭘 선물할까?
선물 주고 받을 사람을 어떻게 결정하느냐?
못 오신 분들 기억나세요?
바로 사다리타기 입니다.
이거 은근히 긴장됩니다.
나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
양정아 선생님 들어올 때 우산 같은 거 들고 오던데. 아, 나 그거 괜찮은 거 같애. 양정아 샘 걸려라!
그런데 그게 참 뜻대로 안 됩니다.
이쁘게 포장까지 해놓은 우산은 박선미 선생님에게로 갔습니다. 저만 이 우산을 찜해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한창 청춘사업으로 즐거운 날을 보내고 있는 김제식 선생님도 애인 생각하며 찜해놓았다던데. 저는 우리 마눌님한테 주면서 어찌 마음 좀 다독거려볼까 그런 생각도 했는데.
우산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선물이니까요. 거기다 부산글쓰기회 모임에서 서로 나누는 선물이니까요. 선물을 받을 때는 다들 환합니다. 웃습니다. 이런 선물은 받아도 마음이 가볍습니다.
선물을 나누는 행사를 해보니까 그냥 주는 것보다 뭐 무슨 말이라도 덧붙이면 좋겠더라구요. 선물에 얽히 이야기 같은 거. 아님 구자행 선생님 처럼 시를 낭송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언제 한 번 써먹으렵니다.
박노해 선생님 시를 읽어주셨는데, 고개 끄덕끄덕 하면서 듣게 되더군요. '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줄 세가지' 인가 하는 시에서 습관에 관한 말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내 아이들에게 돈을 물려주려고 하기 보다 좋은 습관을 물려주자. 그건 내가 그리 살면 된다 뭐 그런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그걸 제정희 선생님도 그리 느끼셨다니. 여기서부터 제정희 선생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겉으로는 말 못해도. 이런 저와 다르게 제정희 선생님은 속에 있는 것을 쉽게 쉽게 풀어내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가끔 카페에 글을 남길 때 댓글은 못 달아도 마음은 움직였습니다. 글쓰기 공부 처음 시작할 때 선생님, 장옥진 선생님이 같이 있어 좋았습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을 해주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옥진 선생님은 어디에서 무얼 하시고 사시나.
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기자랑 시간. 왜 기다리고 기다렸느냐?
저 연습했습니다. 어떤 노래를 부를까 고민도 했습니다. 뭐 특별나게 잘하겠다고 한 건 아니고, 일단 악보 보고 하는 것 보다 안 보고 하려고 하니까 외워야 하잖아요. 그거 아직 저에게는 노력이 필요한 거 거든요.
막 떨립니다. 이번에는 좀 떨지말자 원배야 해도 막 떨려요.
그래도 자꾸 하다 보면 좀 줄겠지요. 적당하게 떨면 좋겠습니다.
연습할 때는 세 곡을 이어서 부를 수 있게 준비했는데 한 곡 끝나고 나니까 다들 손뼉을 치는 일이! 이어서 하나? 고마 끝내나? 그래도 준비했는데. 세 곡을 불렀습니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그것도 세 곡이나 불렀는데 기분좋게 들어주고, 거기다 따뜻하게 손뼉까지 .
장기자랑을 하기 전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잠시지만 나를 돌아보는 일도 잘 안 하게 됩니다. 잠시 돌아본 것을 이야기 하지만, 그걸 두고 집에 와서 가만 가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야야 누나가 하는 말에 귀를 귀울이게 됩니다. 야야 누나도 그런 생각하구나. 자신이 쓴 글처럼 실천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하는 생각.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떨쳐버리고 싶은 생각들을 조금씩은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누나 멋집니다.
우리 글쓰기 모임이 한 동안 카페나 모임 안에서나 전과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글을 쓰고 그 글에 소통의 뜻으로, 아님 배려의 뜻으로 댓글을 달아주고 그런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지금 뭔가 전 같지 않다고 특별하게 달라져야 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바깥으로 어떻게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 보다 내가 생각한 그것을 내 안으로 다져가면서 정성을 들이면 괜찮아 지겠지요. 내가 내보이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교단일기를 솔직하게 쓰는 것 말고도, 어떤 글을 읽고 내가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도.
오늘 너무 다른 사람들을 배려했던 제가 고달팠습니다. 아랫배가 땡길 정도로. 잠시 밖을 나와서 서성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너무 참았던 탓인지 잘 안 나옵디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약한 방귀 내음 안 맡게 하려고 너무 참았던 겁니다. 적당하게 흘려보냈어야 했는데.
집에 오니 셋째 하온이가 또 열이 납니다. 별 탈 없어야 할 텐데.
첫댓글 부지런도 해라. 이렇게 영상까지 붙여놓으니 좋다. 소통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달고 하자.
에이. 고마 말 안 할껄. 평가? 아닙니다. 내 안에 문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말로 지금 모임을 이야기할 때 선생님 얼굴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이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가야하지요. 무엇보다도 모임에서 어느 한 사람만이 잘 한다고 잘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함께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볍게, 가볍게.
날쌔다~~ 언제 이러크롬... 하온이는? 별 탈 없겠죠? 날이 한동안 어찌나 춥던지. 어른이고 아이고 감기하는 사람이 많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떠나보내는 자리, 참 따뜻하고 좋았어요. 자기 반성 모드가 좀 과했나 싶기도 했지만... 다들 사랑해요~~ 새해에도 다함께 비비고 살아보자. 나는 합쳐서 백살, 그거가 딱 심장에 박혔다. 은근 새겨두고^^ 그리고 뿌리, 적당하게 흘려 보내지, 그걸 참느라 힘들었겠디 ㅋㅋ
선생님이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전 자꾸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야, 선생님 오늘 모습 제대로 한 번 담고 싶은데. 찍는데 자꾸 흔들리는 거예요. 말하는데 좀 거슬렸지예? 이해해주지예? 그나마 건진 것이 위에 있는 선생님 사진입니다. 사진도 한 번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와! 새벽에 이렇게 글을 올렸군요! 전 집에 오자마자 깨꼬닥 기절해버렸는데. 고생 많았어요.고맙습니다.
선생님이 말한 내려놓음이라는 낱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누구나 하는 말일 수 있는데, 아이들과 늘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인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니 마음에 남습니다.
감동이예요~ 감동~~~ 글쓰기 샘들이 멋져서 그런가 사진이 정말 근사해요~~ *^^*
한해를 멋지게 마무리 잘 해서 새해 시작도 참 기분이 좋아요
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그리고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늦은 시간까지 앉아 있느라 내 마음이 다 꼬였습니다. 괜찮지요? 괜찮을 겁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 샘 솟듯 일어날 겁니다.
진짜 부지런하세요. 아이는 괜찮은지? 상대를 너무 배려하다보면 자신이 좀 괴로워지지요? 그런데 나중에 상대가 그걸 알면 살짝 미안해지고. 마지막에 너무 웃겼는데 그 심정 나도 알것 같긴해요. 멋진 사진과 풍경스케치 감사해요.
선생님도 그랬구나. ^^
우와. 선생님 다시 글 읽으며 진짜로 한 해 마무리합니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은 참 달아요. 그리고 그날 선생님들 이야기 들으며 밖으로는 이야기 안했지만, 속으로 우리 모임에 대해 많은 생각도 하고, 반성도 했답니다. 그동안 제 '정성'과 '진심'이 부족했다는 반성. 글이랑 사진이랑 다 좋은데, 다만(!!) 제 앞머리를 얼른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ㅋㅋㅋ
살구가 선생님이었구나. 하기야 뿌리돋움이 나 라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는 사람도 있으니. 선생님 경기도에서 잘 지내다가 부산 내려오면 함께 공부해요. 서도 동무하며 솔직하게 말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억나네. 지하철에서 이야기 나누었던 때가. 부끄부끄.
2011년 이제서야 카페 들어와서 글 확인해봅니다.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선생님이 불렀던 제목은 모르겠는데 암튼 "따롱 따롱' 하던 후렴구가 계속 맴돌았어요. 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선생님이 만든 노래만으로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느낌이 오는 것 같더라구요. 어쨌뜬 오랫만에 나간 글쓰기회지만 역시 가니 편하고 좋은 자리였어요. 2011년 한 해가 기대됩니다.
*^^*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좀 있어야지요. 이렇게 댓글 다는 것도 좋네요. 여럿이 이야기할 때 하지 못한 말을 가깝게 끼리끼리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끼리끼리 잘 어울려야 모두가 잘 어울리는 거 아닌가? 댓글에도 선생님의 시원 시원한 소리가 기다려집니다.
금배샘은 나랑 취미가 많이 비슷한가봐요~ 다음엔 내 카메라도 들고 나가야겠다.... 나도 진작에 이렇게 올려볼 것을.... 금배샘 혹시 요가도 하시나요? 그럼 나랑 취미가 무려 3개나 겹치겠어요~ ㅋㅋㅋ 고생많았고 고맙습니다~ ^^
그런데 이번 사진에서 저는 살구양의 표정들이 참 좋습니다~ 포착을 참 잘하신듯~ 떤다고 노래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던 내 옆에서 저토록 진지한 표정으로 있어주었다니... 정말 감동이에요.... ^^ 나랑 같이 나온 사진이 무려 2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