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라는 고장은 여러 모로 방문객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송광사와 선암사라는 천년고찰들, 하회마을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마을인 낙안읍성, 고인돌공원을 비롯한 선사시대 유적들, 그리고 순천만 갯벌의 경이로운 자연까지. 아, 미식가라면 장어구이나 짱뚱어찜도 빼놓지 않겠군요. 순천만의 생태적 의미는 각별합니다. 약 5000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하는 이곳은 전세계 5대 갯벌 보유국인 이 나라에서도 특히나 가치가 높아 이미 지난 2003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245억원 짜리 람사습지
갯벌의 중요성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만, 순천만의 경우는 지난 1999년 3월 순천시의 의뢰로 순천대 지역개발연구소가 산정해 놓은 값어치가 나와 있습니다. 자그마치 매년 245억원이라고 하는군요. 그나마 철새도래지로서의 기능, 태풍 및 홍수저감 기능 등 계산하기 어려운 것은 제외하고 난 8년 전의 액수라고 하니 대단합니다. 이러한 가치는 경제적·환경적 의미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갈대, 칠면초, 흑두루미는 순천만을 상징하는 삼두마차로 유명하지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이어볼까요. 갈대, 칠면초, 그리고 흑두루미 순천만의 갈대군락은 전국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무려 30만평에 이른다는군요. 규모와 더불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모양새에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일부러 조경공사를 해놓은 듯 동그라미 형상으로 점점이 퍼져있지요. 이 특이한 풍광을 담기 위해 해마다 많은 사진가들이 찾기도 합니다.
그리고 흑두루미입니다. 한국에서 주기적으로 관찰되는 두루미(학)의 종류만도 4가지에 이릅니다. 그냥 두루미, 재두루미, 검은목두루미, 그리고 흑두루미인데요. 하나같이 천연기념물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고 있는 이들 중에서도 흑두루미는 유독 순천만으로만 도래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남아있는 1만여 마리 중 1% 남짓이 올겨울도 어김없이 찾아왔다고 하는군요.
비록 경계심이 매우 강해 500m 이내로 접근하기도 어렵고 논에 앉아있을 때는 쉽게 눈에 띄지도 않지만, 수십 마리 이상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역시 희귀조류인 검은머리갈매기, 갯벌에나 와야 볼 수 있는 혹부리오리, 흑두루미와 함께 논밭을 가득 덮고 있는 기러기떼, 봄·가을 이동철에 찾아오는 1만 마리 이상의 도요·물떼새 무리 등을 순천만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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