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헤엄치는 물고기
(곤살로 모우레 글, 알리시아 바렐라 그림
이순영옮김, 도서출판 북극곰)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가 생각나는 그림책.
어른들을 위한 글 없는 그림책으로 소개된 이 책엔 표지에서부터 빨간 물고기
한 마리가 등장한다.
단순하다못해 심드렁한 표지 분위기에 어울린 심심한 캐릭터로 생각되기도 하고,
눈에 띄었다 해도 제목이 물고기니 별 의미없이 지나칠 수 있는 존재로도 보인다.
공원을 헤엄치듯 날아다니는 물고기를 따라 책장을 펼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원의 일상이 보인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공원이니 상상의 공원
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공원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또 보고 또 보게 되는 그림책.
그곳에 하나의 공원이라도 백 개, 천 개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소녀와 그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사랑.
늙은 마그다와 마디의 재회, 그들의 추억을 따라가다 내 곁에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해보기도 한다.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 시인의 이야기, 그런 시인을 바라보며
마법 같은 순간을 느낀 꼬마 과학자를 보며 내 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밖에도 스웨터를 짜는 할머니, 공원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사진 작가, 공원에서 연주하는 플루티스트. 머리위에 먹구름이 따라다니는 여인, 물줄기가 계속 바뀌는 분수, 유기견과 고양이, 새, 두더지 등 여러 동물 들의 이야기로도 상상을 펼칠 수 있다.
그저 스쳐지날 수 있는 공원의 일상인데,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니,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그곳에 있다.
혼자 유유히 사라지는 물고기처럼 오늘 내가 지나온 공원은 어디였을까.
따뜻하게 바라보고 웃음지으며 내 곁을 지나간 물고기는 누구였을까.
빨간 물고기 16기 조진영
책이야기(공원을 헤엄치는 물고기).hwp
첫댓글 글없는 그림책은 언제나 어렵고 부담스럽던데 진영씨는 이리 많은 이야기를 봤네요.
흑백영화를 보는듯 그림이 흘러가는 듯 했어요. 흑백 배경에 빨간 물고기만 선명한... 얼른 찾아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