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간 돈 빌릴 때 알아둬야 할 4가지
비즈니스워치, 이상원 기자, 2022. 10. 18.
부모자식 사이에도 큰 돈이 오가게 되면, 차용증을 쓰고 이자를 주는 것이 좋다. 보통의 사인간 채무는 구두상의 계약만으로도 그 채무관계가 인정되지만, 직계존비속 간의 채무는 증빙이 없는 경우 채무로 인정받지 못하고,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자식간에 그냥 줬겠지, 빌려줬겠냐라는 국세청의 물음에 대한 증빙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채무계약의 방식은 당사자들이 정하기 나름이지만, 직계존비속 간의 거래는 좀 다르다. 자칫 차용증을 쓰고 이자까지 주고도 증여세를 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① 법정이자율 4.6%로 지급해야 '안전'하다.
직계존비속 간의 채무를 상환할 때에는 이자지급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직계존비속 간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채무관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적정이자율로 지급해야 하는데, 적정 이자율은 현재 4.6%다. 만약 무이자로 빌려준다면, 4.6%이자를 무상으로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고, 4.6%보다 낮은 이자를 지급한다면, 그 차액만큼이 증여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자는 차용증에 표기돼 있다고 해서 인정해주지 않는다. 계좌이체 등으로 이자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는 증빙이 있어야 한다. 특히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부모자식 간에 돈을 빌렸다면 추후 부동산 취득자금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국세청 세무조사를 대비해서라도 이자의 지급사실이 명확해야 한다.
② 연 이자 1000만원까지는 안줘도 괜찮다.
물론 적정이자율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최저 기준도 있다. 연간 이자 합계 1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기준이다. 만약, 무이자로 빌렸다면 원금에 대해 적정이자율로 환산한 이자가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또 적정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렸다면 적정이자율로 지급한 이자와의 차액이 1000만원 미만이라면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벗어난다.
대략 원금이 2억1739만원인 경우 적정이자율로 연간 1000만원이 이자로 계산된다. 2억원 정도는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2억원을 무한정 무이자로 빌리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원금과 이자 모두 상환한 흔적이 없으니 국세청이 갑자기 조사를 했을 때, 채무관계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무이자로 빌리는 경우 대여기간에 따라 원금을 조금씩 분할상환하는 등의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으며, 차용증에도 이를 적시해 두면 좋다.
1000만원 비과세 규정을 활용해 법정이자율보다 낮은 금리로 빌릴 수도 있다. 적정이자와의 차이가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세를 물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억원을 빌리는 경우 이자율을 1.3%로 계약한다면 적정이자 4.6%로 부담하는 것보다 990만원 정도 적은 이자를 부담하게 된다. 증여세 없이 이자부담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③ 빌린 사람이 세금 떼고 이자 지급해야 한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람은 이자소득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자소득세는 이자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떼고 줘야하는 특징이 있다. 이자를 주는 사람이 세금을 떼어 대신 세무서에 내는 원천징수 방식이다.
보통 은행 등 금융기관은 이자소득세 15.4%(지방소득세 포함)를 떼지만, 개인간 금전거래에서는 27.5%를 이자소득세로 원천징수해야 한다. 이자를 지급하는 사람이 이자의 27.5%를 떼고 지급하고, 지급한 다음달 10일까지 세무서에 신고납부해야 한다.
④ 차용증은 확정일자나 공증 받아야 '확실'하다.
부모자식간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의 경우 특별한 차용증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인적사항, 차용 원금, 이자의 여부, 이자율, 변제기일, 그리고 이자지급이 지연됐을 때 지연이자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 좋다.
국세청은 특수관계자간의 채무관계에서 차용증 자체보다는 차용증의 작성 날짜를 중요한 요소로 판단한다. 차용증 없이 증여했다가 세무조사가 시작됐을 때, 뒤늦게 작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용증이 완성된 경우 작성날짜를 증명해 줄 수 있는 확정일자를 받아두거나 공증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확정일자는 차용증을 만들어 우체국에 내용증명을 보내면 받을 수 있으며, 공증은 공증인 사무소를 통해 받을 수 있다. 애초에 법무사수무실에서 차용증을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아둔다면 가장 확실한 증빙이 될 수 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