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문송리-지맥 무명봉-수리봉-능안(숭선)고개-덕고개-매방채산-평풍산-자주봉산-송수산-킹스데일CC
- 산행거리 : 전체 25.4km (실제 지맥거리 20.6km, 접속 3.8km/오갑지맥 하산 1km)
- 산행일시 : 2025년 3월 5일(수) 08:30~18:52 (10시간 22분)
- 소요비용 : 15,400원 / (기차) 9,800원, (시내버스) 5,600원
★ 흔적들
이번 주는 목요일 대학원 강의를 빼면 내내 세종시에 있기 때문에 주중에 부용지맥을 다 마치기로 한다. 눈 때문에 세 구간으로 나눴다. 하루 건너 진행한다면 금요일이면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오갑지맥 분기점에서 킹스데일골프장 입구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킹스데일골프장은 서충주 신도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덕역이든 충주역이든 접근성이 매우 좋다. 다만 오갑지맥 분기점을 어떻게 접속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오송역에서 기차를 두 번이나 놓친 터라 출발역을 조치원역으로 바꿨다. 6시 35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주덕역에 7시 37분에 도착했다. 역사 앞 길 건너 왼쪽으로 터미널이 있어 법동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미 가버렸는지 적막강산이다. 택시를 타기엔 부담이 크다. 8시가 넘어 가장 근접하게 갈 수 있는 버스에 몸을 실어 신덕저수지 끝나는 지점에서 하차했다. 문송리까지 걸어가서 버스로 환승하거나 택시를 부를 생각이었다. 신덕저수지는 가섭지맥 종주하던 첫날 산마루에서 봤었다. 잔잔한 저수지 아침 풍경이 꽤 아름답다.
문송리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간 다음 연결되는 버스 편을 알아보니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택시를 부를까 하다 방법을 바꿨다. 바로 지맥으로 올라타는 것이다. 법동리에 가더라도 3km 떨어진 지맥분기점을 터치하고 답사를 시작하면 해 뜰동안에는 목적지에 도착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눈길에서는 아무리해도 시간당 2km 정도밖에 진행할 수 없다.
8시 40분, 지맥분기점에서 2km 떨어진 가장 가까운 지맥 무명봉을 목표지점으로 정하고 방향을 바꿨다. 문송리 마을길을 따라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간 후 맨 윗집 근처 밭을 가로질러 산길로 진입했다. 길이 없는 줄 알았는데 왠 걸 지맥을 따라가 듯 길이 나쁘지 않았다. 왼쪽에 보이던 화계산(380.4m)은 점점 멀어져 갔다. 고도를 높이며 세 번의 봉우리를 넘어서자 지맥길에 이르렀다(09:57). 산길로만 오갑지맥 분기점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2km를 올라왔기 때문에 부용지맥 답사한 것으로 대체했다. 497.7봉을 건너뛴 아쉬움은 있지만, 눈길에 오갑지맥 분기점을 다녀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2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오른쪽으로 터닝했다.
산패가 없는 수리봉(375m)에 도착했다(10:26). 아이젠을 착용했는데 눈덩이가 달라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한다. 마치 아령을 매단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할아버지 집에 두었던 나막신을 신은 것 같기도 하여 신경이 온통 발에 쏠린다. 하나를 벗어버리자 여전히 눈덩이가 달라붙긴 해도 내리막에서는 역할을 한다. 아이젠이 아니었으면 숱하게 넘어졌을 텐데, 한쪽만 착용한 것으로도 넘어지는 횟수를 확 줄였다.
무명봉을 하나 넘어 능안(숭선) 고개에 내려섰다(10:49). 길 건너 경사면을 올라서자 시그널이 반긴다. 377봉에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자 414.1봉이다(11:31). 왼쪽으로 오갑지맥과 나란히 가고 있다. 고속도로 차량 소음이 요란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눈 위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반주 삼아 여유로운 식사를 마친다.
평택제천고속도로를 넘어서는 게 문제인데, 굴다리까지 우회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배수구를 발견한다. 직경은 1.2m 정도 되지만 고개를 숙이면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었다. 배수구로 고속도로를 관통하기도 처음이다. 탈옥이 불가능하다고 악명이 높은 쇼생크 감옥을 배수구를 통해 탈출하는 "쇼생크의 탈출"의 팀 로빈스가 되는 기분이다.
525번 지방도에 내려서자 굳이 숲길로 가지 않더라도 덕고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덕고개는 충주시 신니면 화석리와 노은면 문성리 경계에 있다. 큰 고개라는 의미에서 덕고개라 부르고 한자로 표기하여 덕현(德峴)이라 했다. 00건철이라는 폐기물 처리공장을 오른쪽에 두고 지맥길에 올라섰다. 고도를 높여가자 무인산불감시탑이 있는 매방채산(375.4m)에 이른다(13:40).
여기서 조금 내려서자 왼쪽으로 문성자연휴양림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산림치유의 하나인 자주봉산 등산을 테마로 진행하는 듯했다. 데크가 있는 곳에서 C코스 3.0km 방향으로 틀면서 자주봉산을 향했다. 옹달샘 산행코스를 알리는 표식이 있고, 돌탑이 있는 안부에는 입산금지 안내판이 뽑힌 채로 뒹굴고 있다. 지나가는 산객이라면 불쾌했을만한 내용이 적혀있다. 우리재에 내러서자 자주봉산은 0.9km 남았다는 이정목이 보인다(14:52).
급경사 눈길을 어렵사리 올라서자 자주봉산(439.3m) 정상이다(15:14). 빵하나를 꺼내 커피와 함께 참으로 먹는다. 자주봉산 내려서는 길엔 어린 밤나무를 식재한 벌목지가 나타나며 조망이 완전히 열렸다. 왼쪽으로 국망산과 보련산 줄기가 펼쳐진다. 임도처럼 편한 길을 따라 내려서자 덕련고개에 이른다(15:46). 충주시 주덕읍과 노은면의 경계다. 솔고개라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은 덕련고개라 하면서 오갑지맥 법동리에 세워져 있는 솔고개 비석과 동일한 비석이 이곳에도 있다. 아마 잘못 세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덕련고개를 올라서자 왼쪽으로는 센트리움C.C가 보인다. 능선에 올라서자 벌목지가 광활하게 펼쳐졌다. 서충주 시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386봉을 넘어서자(16:49), 바로 눈앞에서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나를 발견하고 쏜살 같이 도망을 가다 정지한 다음 나를 아주 잠깐 지켜보다가 조용히 숲 속으로 사라졌다.
밤나무 재배지 윗길을 따라 내려서서 질마루재를 넘어서자 창고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안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니 기다란 회의실 탁자가 놓여 있어 마치 회의실 분위기가 났다. 버린 사무용 가구를 재활용하기 위해 갖다 놨을 것이다. 밤나무 재배지 끝나는 곳에서 숲길로 들어서자 다시 한번 급한 오르막을 따라가야 했다.
18시 정각 평풍산(395.5m)에 도착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산행을 마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서두르기로 했다. 그런데 내리막은 급경사 암릉구간이었다. 로프가 있었지만 눈이 쌓여있고 미끄러워 무척 조심스럽게 내려서야 했다. 급경사의 암릉구간을 내려서자 또다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방향으로 고도를 높이며 올라서자 이번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송수산(403m)에 이른다(18:34). 여기서부터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길은 눈길에 사람이 많이 오갔는지 발자국이 꽤 보인다. 편한 길이라 킹스데일CC 앞에는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18:46).
귀가 편을 확인하기 위해 네이버지도를 열었더니 중앙탑고등학교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해야 했다. 1km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들어왔고 충주역에서 조치원행 7시 46분 기차를 늦지 않게 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