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동대문구로 갔었습니다.
동대문구 하면, 동대문(흥인지문),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마약김밥 등이 떠오르지만
사실 전부 다 동대문구가 아닙니다. 이름만 동대문일 뿐입니다.
동대문구에 홍릉 수목원이 유명한데, 토, 일요일에만 개방한답니다.
고대 다닐 때 전에 여러 번 가보았으므로 패스. 그냥 저냥 가 볼만한 곳입니다.
설렁탕의 기원이 된 선농단도 가보려 했으나, 일반에 개방을 안 한다고 해서 못 갑니다.
첫 번째 행선지로 정한 곳은 세종대왕 기념관입니다.
금강경삼가해 등 귀중한 자료가 있는 곳이라 상당히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가는 길에 사단법인 진도견협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보입니다.
기념관에 들어서기 전에 한힌샘 주시경 선생의 비석이 눈에 띱니다.
주시경 선생의 막내아들 이름이 주왕산이군요.
기념관 건물 바로 앞에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수표가 보입니다.
한강의 높이를 재기 위한 도구였다고 합니다. 여까지는 좋았는데.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니 실망스런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여기가 문화재를 보관 내지 전시하는 곳인지 웨딩홀인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1인당 2천원의 적지 않은 입장료를 받으면서 전혀 관람객을 맞을 자세가 안 되어 있습니다.
악기를 전시해야 하는 악기실에는 느닷없이 타자기들이 죽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한타 몇타일까요? 이거 황당합니다.
또한 다른 전시실에도 최근에 나온 해설서 책 광고나 나오지 유물은 찾기 어렵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입장권 받은 분에게 제가, 금강경삼가해 같은 유물은 어디 있냐고 물으니
그분은 그게 뭔지도 모릅니다. 그냥 “안에 있는 게 다에요”라는 소리만 반복합니다.
공무원들이 출근 안 하는 날이라 아무 것도 모른답니다. 그럼 입장료는 왜 받나?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입장료 환불받고 더러운 마음으로 기념관을 나옵니다.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눈물을 흘릴 일입니다.
차라리 세종대왕 웨딩홀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낫겠습니다.
세종대왕 기념관에서 밖으로 나와 조금만 더 가니 영휘원이 나옵니다.
양정의숙, 숙명여대 등을 세운 엄비(고종의 후궁)의 묘입니다.
요새 왕릉을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하고 그냥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문화재는 이쯤하고 이제 시장들로 향합니다. 먼저 간 곳은 서울 풍물시장.
구 황학동 도깨비 시장이 옮긴 곳입니다. 상당히 규모가 크고 신기한게 많습니다.
옛날식 주판, 미제 쥐덫, 뱀술, 신기한 모양의 장뇌삼, 지네, 각종 광물 원석 등등.
옛날 물건들이나 구하기 힘든 귀한 것들이 즐비합니다.
마이클 잭슨의 옛 앨범 “Bad"도 눈에 띱니다.
사실 마이클 잭슨은 이 노래를 프린스와 같이 부르고 싶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행선지는 서울약령시 경동시장입니다.
추석연휴 마지막이라 썰렁한 듯 했으나, 경동시장 쪽은 그래도 문을 다 열었습니다.
약재들 냄새만 맡아도 건강해질 듯 합니다.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자연산 송이를 파는 곳들도 많았고
신이화, 백하수오 등등 각종 한약재를 보니 신기합니다.
여기저기 경동시장을 둘러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고려대 앞까지 걸어갑니다.
안암로터리 삼성치킨에서 치맥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동작구로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