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최정예부대 CRASH가 이제 그 능력을 우리 인류를 위해 사용할 때가 왔다."
지금 저 말들을 하나하나 듣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모두들 굳은 표정뿐이다. 여태까지와
다른 한가지는 아무래도 전투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만 모여서그런지 그리 겁먹을 표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동네 슈퍼에 음료수를 사러가는 사람처럼 모두의 얼굴에서
긴장이란 단어는 찾기 힘들었다. 물론 나역시도...
"CRASH의 능력을 지켜보겠다. 그럼 제군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우리 15명은 긴 통로를 통해 'SUN FLOWER 2호'에 올랐다. 나와 같은 한국인 '혁준'이
갈색 머리띠를 한 채 나에게 여유의 웃음을 보인다. 그래....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혁준.
그의 웃음이기에 나는 더 안정할 수 있었다.
숙소라고해서 봤더니 무슨 캡슐만 4개씩 자리잡고 있었다. 관처럼 생겨서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사느냐 죽느냐하는 마당에 이런것에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어쨌든 짐을 풀고 우리는
간편한 복장으로 작전회의실에 모였다.
"우선 우리의 계획을 이야기해주겠다. 대기권을 통과할때까지는 절대 자신의 'SLEEP SPACE'안에서
나오지 말고, 대기권을 통과하게 되면 자동으로 알려줄 것이다. 그후 'SUN FLOWER 1호'를 찾아서
도킹할때까지 저기 보이는 무중력 트레이닝실에서 헤르게토에서의 적응을 위해 훈련한다.
그래서 'SUN FLOWER 1호'의 에어리언을 싹쓸이 한다음...."
'푹! 푹! 푹!'
모두들 듣지 못하는 것인가? 내 귀에는 브라이언트가 계속 자신의 단도를 책상에 박았다가 빼는 소리가
상당히 거슬렸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나와 눈이 마주친 브라이언트는 그 차가운 미소를
보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 그 칼로 책상에 흠집을 내고 있었다.
"헤르게토에 에어리언이 살고있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개의 건물로 침입하여 완전히 박살내주고 다시
지구로 귀환하며 우리의 임무는 끝이 난다. 더 이상 질문있나?"
히키 중위가 두리번거리며 우리의 반응을 살폈지만 아무 반응도 없자 그 큰 눈을 두 번 깜빡이고
뒤를돌아 팔짱을 끼고있는 미국인 군의관 엔젤리스의 고개가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인류 최대의 프로젝트 CRASH를 시행한다. 모두 자기 'SLEEP SPACE'로 가서 대기권을
통과할때까지 쉬고있어라."
나는 애써 아무렇지않은 표정을 관리하기위해 빨리 숙소로 가려고 나가다가 문턱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턱!'
나도 모르게 뻗은 손에 브라이언트의 어깨가 잡혔고, 거의 본능적으로 일어서려고 손에 힘을 주는 순간
브라이언트는 재빠르게 뒤로 돌며 무언가 빛이나는 것을 꺼내어 내 목으로 내지르고 있었다.
"헉!"
브라이언트의 동작이 멈춘 후에야 나는 아주 잘 갈아진 단도가 내 목젖앞에 종이한장차이로
멈추어있다는 깨달을 수 있었다. 모두 놀란 듯 쳐다만보고 있는 상황에서 밋슈가 나섰다.
"브라이언트!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넘어지다가 잡을 수도 있는 거지!"
브라이언트는 밋슈를 힐끔 보더니 칼을 접고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있는 내 팔을 쳐내었다.
"여지껏 내 몸에 손을 댄 놈들 중 아직 숨을 쉬고있는 놈은 단 한놈도 없어.
넌 운이 좋은 줄 알아! 다음번엔 동료고 뭐고 없어!"
그리고 아까 날보며 짓던 그 차가운 미소, 아니 비웃음을 나에게 던지고 자신의 숙소로 들어갔다.
모두들 날 부축하고 신경쓰지 말라며 위로했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CRASH는 모두 15명, 미국인 히키 중위, 역시 미국인 군의관 엔젤리스, 한국인 나와 혁준, 아민, 일본인 류,
영국인 FBI 출신인 브라이언트와 메빈, 도이칠란드의 드렉슬러, 포르투갈의 밋슈, 하이멘도스,
스페인의 칠린과 리베로스, 오스트레일리아의 데이비드, 애슐리.... 이 사람들이 서로에게 생명을 맡기고
믿음으로 그 빌어먹을 에어리언과 싸워야 한다. 우리 중 단 한명이라도 실수한다면 우리 모두의 생명도
보장될 수 없는 작전이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시고니 위버같은 영웅이 있을리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 놈의 장난감이 되어 한명, 한명, 죽임을 당하다가 결국에는 미쳐서 죽을 수도 있을
일이였다. 하지만 난 그런 상황에서 아니,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라도 난.... 난 죽을 수 없다. 그것만이
날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에서 죽을 수 없는 이유였다. 독사로인해 4~5일동안 고열속에서 죽음을 헤메면서도
날 살게 만들었고, 아프리카에서 흙탕물을 마시고, 그 안의 작은 모래들을 씹으면서도 살아야한다는 내 의지.
내 삶의 목적. 내 부모님의 원수 반드시 복수를 해야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때 들려오는 엔젤리스의 목소리
"SUN FLOWER 1호와의 도킹 10분전. 전 대원은 신속히 무장 후 작전회의실로 집합"
무엇이 그리 급한지 나와 같은 숙소를 쓰고있는 아민, 혁준, 밋슈는 벌써 유리문을 열고 전투복을 입고있었다.
남보다 준비를 빨리 끝냄으로써 자신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기도 하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언제나 그렇지만 난 전투에 임하기 앞서 일부로라도 모든 행동을 천천히 한다. 급하게 움직이다가
조급함에 중요한 것을 빼먹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탁!'
'SUN FLOWER 1호'의 평면도를 펼쳐놓고 지휘봉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는 히키중위, 모두들 침착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침묵속에서 유독 밋슈의 숨쉬는 소리만 들리고 있다. 매우 거친 숨소리,
하지만 아무도 그런 밋슈를 신경쓰지 않고 있다. 전투에 임할때에는 자신을 믿는 것이다.
이번일 역시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자신만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세뇌시키고 있는 것.
"이 두갈래 통로에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뉘어져서 임무를 수행한다. 나와 바다, 혁준, 아민, 리베로스,
데이비드, 애슐리 이렇게 한팀이 되어 왼쪽 길로, 그리고 밋슈, 메빈, 류, 브라이언트, 칠린, 하이멘도스,
드렉슬러 이렇게 한팀이 되어 오른쪽 길로 침투될 것이다. 우선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나타나는 모든
에어리언들은 여러분들의 화기에 맡겨라. 리베로스와 칠린이 BAZUKA-3DX를 가지고 가고, 나와 브라이언트가
팀장을 맡겠다. 1분간격으로 내게 이상유무 송신하는 것 잊지말도록! 자! 그럼 시작한다."
'기이이이이잉~'
문이 열리고 우리는 4열종대로 도킹시 'SUN FLOWER 1호'와 연결되는 문앞에 서서 기다리게 되었다.
모두덜 초조한 듯 자신의 총을 매만지며 중얼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진공상태라서 그런지 도킹시 소리는 들리지않고, 발끝으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기이이이잉~'
문이 열리고, 죽음을 의미하는 듯 어둠만이 우리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그 지옥의 문이 열리고 만 것이
우리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였으며, 더 불행한 것은 우리가 그 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였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문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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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더 스릴넘칠까.... 참 고민이 되네요....
휴~~ 꼭 이렇게 쓰다보면 벽이 느껴질때가 있는것 같아요........
이럴때일수록 더 소재에 대해서 공부해야겠어요....
에어리언 시리즈를 모두 봐버릴까부당~~ ^^;;
바다여씸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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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호러] 무차별 죽음으로의 초대 (4)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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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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