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꿀벌이 사라진다면
르네 톨레다노는 센강의 유람선에서 그의 애인과 함께 최면 공연을 하며 생활한다. 그날도 450명이나 되는 관객이 몰려들었다. 르네는 그들과 함께 최면을 통해 미래 여행을 떠났다. 르네도 30년 후의 세계로 가서 미래의 자신을 만났다.
최면 여행이 끝난 후 베스파 로슈푸코라는 중년 여성이 르네에게 정말로 자기가 있는 미래로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르네의 도움으로 30년 후의 자기가 있는 미래 세계로 가게 된다. 그러나 그곳은 혼돈의 세계였다.
기온은 43.7도, 습도는 4%로 계절은 겨울이지만 숨이 막힐 듯 더웠다. 거기에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 150억을 돌파했다. 그녀는 미래에서 본 혼돈의 세계에 대한 충격으로 현실 세계로 돌아와 최면 상태인 채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가 벌꿀을 실은 트럭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한다.
그 일로 르네는 징역 3개월에 집행 유예 선고와 함께 5만 유로의 손해 배상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와 함께 판도라 상자 공연장의 즉각 폐쇄 결정이 내려지는 바람에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르네는 센강의 유람선으로 돌아오자 베스파 로슈푸코가 봤다던 미래를 생각하고는 인구 폭발 시대의 모습을 궁금해 했다. 그는 화장실 변기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않자 미래로 향한 최면 상태로 들어가 30년 후의 미래로 갔다. 그곳에서 소파 베드에 앉아있는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첫 번째 방문에서 만났던 사람으로 30년 후의 르네였다. 그는 지금 제3차 세계 대전이 벌어졌다고 알려주며, 이 모든 것이 꿀벌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공식기록으로 2047년에 꿀벌이 마지막으로 관찰되었다고 말한다.
꿀벌이 사라진 것에 대해 제초제와 고농도 살충제의 대량 살포가 한 원인으로 지목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 원인으로 2004년부터 프랑스 토냉시스로 대량 유입된 등검은말벌의 등장 때문이라고 했다. 이 등검은말벌들이 꿀벌을 모두 죽였다는 것이다.
나.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르네 톨레다노는 2053년에 일어날 제3차 세계 대전을 중단시킬 방법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있다는 얘기를 선행 최면을 통해 듣게 된다. 이 예언서는 12세기에 한 십자군 기사가 써서 성전 기사단이 보관하고 있었으나 기사단 강제 해체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꿀벌의 실종이 촉발한 세계 대전을 멈출 방법이 꿀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예언서를 찾아 시공간을 넘나드는 엄청난 모험에 뛰어든다. 책은 방대한 시공간을 무대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교묘하게 줄타기하고 있어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와 환경이라는 문제를 직접 도마에 올리고 여기에 슈뢰딩거의 실험을 덧씌웠다. 1935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밀폐된 상자에 고양이를 한 마리 넣고 실험한다는 가정을 차용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러한 슈뢰딩거의 실험을 이용하여 베스파 로슈푸코가 미래를 보았다는 사실을 슬그머니 독자에게 던져주었다. 그녀가 미래를 보지 않
았다면 누구도 미래를 확정지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를 보았기 때문에 미래는 그 순간부터 사실이 되는 것이다.
‘꿀벌의 예언’을 위해 10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예루살렘 공성전까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무슬림과 기독교 간의 종교 전쟁을 무대장치로 활용한다. 그리고 십자군 전쟁과 프랑스인들이 주축이 되었던 성전 기사단의 탄생과 해체를 중심에 놓았다.
그리고 사라진 예언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만나는 중동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주변에 배치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수시로 십자군과 무슬림이 부딪치고, 그 과정에서 기사단의 역할이 명멸하며 우리를 숨 가쁘게 한다.
이러한 전쟁은 자연스럽게 종교 문제와 연결된다. 서유럽에서 기독교가 탄생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타 종교들과 맺은 때로는 일방적이고 때로는 상호적인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어디쯤에서 독자들이 허구를 인식할 즈음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역사적 사실을 <므네모스>라는 이름으로 슬며시 끼워 넣는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이제 꼼짝없이 저자의 요설에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된다.
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환타지
르네는 알렉상드르와 그의 딸 멜리사와 함께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메넬리크와 그의 부인 오델리아와 함께 예루살렘의 지하를 탐험하고 그 과정에서 요르단 구역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그들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집요하게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정보를 구하고 그 정보를 따라 모험을 지속한다. 결국 키프로스 섬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무슬림들에게 잡혀 철창신세를 지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한다.
예루살렘
그러다 결국 그곳에서 풀려나 파리로 다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극에 달한다. 르네는 퇴행 최면을 통해 소르본 대학 도서관에 예언서가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일행은 소로본 대학 도서관에서 사서의 도움으로 수장고에서 오래된 성서를 한권씩 확인하게 된다.
그 메시아는 인간이 아니라 꿀벌이라는 것이다. 르네가 지하 솔로몬 성전에서 발견한 그 원시 여왕 꿀벌이 바로 메시아였던 것이다. 여왕 꿀벌이 살아나 알을 낳고 부화함으로써 인간에 길들여지지 않은 꿀벌들이 태어난다.
그 꿀벌들이 등검은말벌에 대항하여 식물을 수정시키고 마침내 식량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그 이야기는 성서의 마지막 장인 101장에 기록되어 있다. 베르베르의 이 소설 역시 101장에서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