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두루미(鶴), 황새, 왜가리 식별법
에코힐링 2007/07/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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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를 보고 황새라고 하는 것은 소를 보고 말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또 ‘황새’를 보고 ‘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개’를 보고 ‘토끼’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소’를 ‘말’이라고 부르거나 ‘개’를 ‘토끼’로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머리 어떻게 된 사람 취급받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백로’를 보고 ‘황새’로, ‘황새’를 보고 ‘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야구나 농구용어는 영어로도 달달 외면서, 우리의 자연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총체적으로 무지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렇다면 겉보기에 그새가 그새인 것 같은 황새와 학 등의 구분은 어떻게 할까?
몸 색깔로 식별하는 방법이 가장 쉽다. 몸 색깔이 온통 흰색이면 일단 백로류로 보면 된다. 두루미와 황새는 꽁지부근(날개깃)이 검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루미는 머리꼭대기에 있는 붉은 반점이 특징이며 멱과 목이 새끼는 갈색, 어미는 검다. 머리의 붉은 반점 때문에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부른다. 학(鶴)은 두루미의 한자표기다. 황새는 얼핏 두루미와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크게 다르다. 첫째, 황새는 두루미와 달리 머리에 붉은 반점이 없고 멱과 목 주위가 검지 않다. 둘째, 부리가 두루미 보다 굵고 눈 주위가 노출된 피부로 붉게 보인다. 덩치는 두루미가 약 30cm정도 더 크다.
왜가리는 백로와 함께 서식하는 경우가 많은 데 몸 색깔이 우선 다르다. 등은 회색, 배는 하얗다. 가슴 옆구리에 세로로 짙은 회색 줄무늬가 있으며 머리에 긴 댕기가 나 있다. 몸집은 백로 보다 훨씬 크다.
그 다음 계절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황새와 두루미는 겨울철새다. 백로와 왜가리가 본디 여름철새이지만, 간혹 무리에서 떨어져 남아 머무는 미조가 있어 계절만으로는 다 식별할 수 없다. 과거 황새는 텃새로 이 땅에 산 적이 있지만 지금은 '희귀한' 겨울철새일 뿐이다. 두루미가 미조로 남는 사례는 거의 없다.
우선 이 땅에서 가장 흔한 백로들을 보자.
백로는 여름 나그네새로 분류된다. 그 눈빛 자태로 ‘설객(雪客)’이라는 아호까지 따라 붙는다. 그러나 백로는 여느 나그네새와는 다르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그냥 나그네로 대접할 수 없는 새다. 먼 여행을 마치고 부모가 그러했듯이 자식을 낳기 위해 고향을 찾아 온 것이다.
이러한 백로를 우리 조상들은 각별한 사랑을 보였다. 집단으로 찾아와 둥우리를 치는 바람에 숲이 고사해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백로가 깃들면 부자마을이 된다.' '백로가 찾아오는 곳은 길지다'라는 속설이 퍼져 있을 정도로 이들의 귀환을 반겼다. 마을을 둘러친 야트막한 산에 숲이 우거져 있고, 마을 앞에는 너른 들과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내가 있는 곳이라야 백로가 즐겨 둥우리를 친다. 이런 곳이 길지가 아니면 무엇이랴!
지금은 이들의 서식지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애정은 옛날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백로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서식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로 서식지가 전국에 걸쳐 있는 것으로도 서식분포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백로 서식지는 모두 6곳이다. 왜가리가 함께 서식하는 곳이 많아 같이 보호를 받고 있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노원리(제 13호),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신접리(제 209호), 전남 우안군 우안면 용월리(제 211호),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포매리(제 229호), 경남 통영군 도산면 도선리(제 231호),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제 248호)가 백로 및 왜가리 번식지로 지정돼 있다.
비록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지는 않지만 백로가 찾는 곳은 많다. 충남 연기군 금남면 감성리, 경기도 김포군 고촌면 천호리 등이 대표적 비지정 집단서식지.
전남 해남군 화산면 방축리과 경남 삼천포시 도동(일명 학섬)은 과거 백로가 많이 찾아와 보호지로 지정됐었으나, 백로가 자취를 감춰 지난 87년과 93년에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된 곳이다.
백로는 황새목 백로과에 속한다. 황새목 백로과에 속하는 새는 모두 64종이나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은 8속 14종. 이 가운데 백로과 백로속은 5종으로 대백로, 중대백로 , 중백로, 쇠백로, 노랑부리백로가 있다. 이들 5종 가운데 대백로를 뺀 4종만 여름에 볼 수 있다. 대백로는 다른 백로와는 달리 황새와 두루미처럼 우수리 강이나 아므르강에서 번식하는 겨울철새이기 때문이다.
노랑부리백로는 국제조류보호연맹(ICBP)의 적색목록에 들어 있는 국제적 보호조로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 자체와 그 서식지인 경기도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신도를 천연기념물 제 361호와 360호로 각각 지정, 보호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논과 하천, 그리고 마을 뒷산 숲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다. 이들은 덩치와 장식깃, 발의 색깔로 식별할 수 있다. 키가 다 큰 경우, 중대백로는 85-90cm, 중백로는 58-66cm, 쇠백로는 56cm정도. 동식물에 '쇠'자가 붙으면 일단 덩치가 작은 것으로 보면 된다. 쇠기러기, 쇠고래, 쇠동백나무, 쇠별꽃처럼. 덩치는 차이가 나지만, 이들의 털색은 모두 흰색이며 부리는 검은색이다. 다리는 중대백로와 중백로가 검은색, 쇠백로가 노란 색이다. 번식기에는 중대백로와 중백로는 장식깃이 어깨, 가슴에 길게 나는 데 비해 쇠백로는 머리 꼭대기에 두 가닥의 장식깃이 생긴다.
백로끼리의 식별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키는 황새, 두루미, 왜가리와 차이점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아보자.
번식은 3월 말경에 짝짓기를 시작, 높은 나무 가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데 보통 적게는 2개, 많을 경우는 5개까지 낳아 보통 23~26일 동안 품는다. 새끼는 한 달 전후로 둥우리에서 어미의 보살핌을 받는다.
학자들에 따르면, 백로의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감소의 주요 원인은 서식지의 오염. 이들의 먹이가 논, 개울, 연못 등 물가에서 사는 작은 물고기, 개구리, 뱀, 우렁이 등이기 때문이다. 사냥터가 농약이나 화학약품, 생활하수로 오염됨에 따라 먹이가 오염되는 것은 당연한 일. 오염된 먹이를 섭취한 백로는 체내에 화학물질이 축적되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직접 목숨을 잃거나 번식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농약 가운데는 체내에 잔류해 성호르몬에 변화를 가져와 정상적인 생식능력을 망가트리는 것들이 적지 않다. 잔류농약들은 생식기의 기형화, 생식기암, 무정자증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이러한 무서운 증후군은 다른 새들에게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인간의 체내에서도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다. 정녕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감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간장의 병색은 눈에 나타나는 황달로 알 수 있다. 인간의 위기가 자연을 공유하는 새들의 병색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노영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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