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동네 마이크에서 알아듣도 못할 소리를 하길레 주민 공지 사항이 있는 갑다 싶었는데, 조금 지나자 문자로 이장님이 “며칠뒤 선진지 견학이 있승께 같이 가자는 내용입니다. 생각만 해도,쳐다만 봐도 좋은 우리 새 이장님을 도와주는 주민들의 첫임무는 어데 가자면 즉각 나서고 회의한다 모여라면 즉각 모여주는게 제일 큰 임무 이고 가장 쉬운 일입니다. 아내는 ”당신이 가면 아이들 밥주는게 내가 힘들어 못하겠고 아들한테 일 맏기고 둘다 가뿝시다!“ 기똥찬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아들에게 전화로 새끼줄을 물어보니 괜찬타 해서 거사 당일 일찍 일어나 달구아이들 밥을 한시간 땡겨서 주니. “아부지!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는가베!” 멀뚱하게 쳐다 보다가 밥인줄 알고 달려 듭니다. 한 십년동안 동네에서 일년에 두어번 놀러도 가고 했지만 단 한번도 늘근 이장의 연락을 따로 받은적이 엄스놔서 동네분들과 같이 가본적이 없었지요. 어쩌면 우리부부는 동네 사람들한테는 기억에 지워진 주민일 듯 한데 우리동네 대통령이 바뀐뒤로는 소통이 원활한거시 고맙기만 했습니다.
아침에 아내와 차림새를 갖추고 길에 나서자 지나가든 민들레 학교 아이들이 인사를 하면서 보통때와 다른 차림새의 우리부부를 좀더 쳐다 봅니다. “오늘 동네에서 선진지 견학땜에 놀러간다!” 이말을 해야 아이들 눈빛이 “아 예!” 로 돌아갑니다. 동네 어귀에 서있는 버스에 오르니 갑자기“와아!” 소리가 났습니다. 영판 집나간 며느리 돌아온 듯 가출한 아들이 온 듯 동네 어른들이 반겨주는 소리에 손을 잡고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지요.
오늘 가는 동네는 전북 완주에 있는 “두억 마을” 이라는 곳입니다. 그곳은 전주에 있는 “현대 자동차”와 자매결연을 맺고 삼백 가구도시 가족들과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을 영어로 “벤취 마킹”하러 갑니다.전북이라 대기 멀쭐 알았는데, 까짓거 두시간 고속도로를 타니 금방 닿았습니다. 이동네는 50여 가구 사는 주민중에 전업농은 소수 랍니다.
농사짓는 규모와 농부의 숫자로는 우리동네와 비교가 안되는데도 우리동네에서 이곳으로 온 이유는 도시에 있는 큰회사와 자매결연과 주말농장 때문에 제법 큰 농가 직거래 장터가 운영 되기 때문입니다. 직접 가서 보니 10평되는 땅을 한 가정당 텃밭으로 2만원에 일년간 빌려주고 주민들이 돌아가며 관리를 해주는 식입니다. 그라다 봉께 주민들과 삼백여가구 도시 가정과는 소통이 잘되어 아저씨 아주머니에서 “삼촌,이모!”가 되어 농가에서 생산되는 여러 가지 농산물도 직거래로 잘 나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집 텃밭!” 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주말이 되면 텃밭 임자들이 삼백가구나 되니 삼분지 일만 와도 그동네는 바글바글 일 듯 합니다. 아무런 경제이윤이 엄따캐도 사람들 말소리, 아이들 웃는 소리만 시골서 들어도 생기가 돌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동네는 이런일이 시발점이 되어 국가로부터 이것저것 공사도 따내어 집도 짓고 나무도 심어 몇 년 안되었는데도 마을의 분위기가 정갈하고 한번 놀러오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오토 캠핑장!” 도 설치하고 한번 놀아봐라 멍석을 깐 듯 야외 무대도 있습니다. 점심때가 되어 식당으로 모이니,우리가 차를 타고 왔다 갈때까지 동네 설명을 해주든 해설가는 이동네 농업방법이 농약을 전혀 치지않고 만든 채소와 농사를 도시 가족들에게 팔고 있으니 가격은 두배정도 비싸게 판다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잡수시는 점심도 농약을 전혀 치지않은 농산물에 화학조미료 안들어간 음식들입니다!”
농사라 하면 우리동네 어른들도 한수 빠지지가 않는데 농약이나 제초제를 전혀 안쳤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단 눈치이고“ 택도 아이다! 지섬(풀)땜에 안된다!” 해설가의 설명도중 바로 옆자리에서 한 어른이 손도 안들고 소리를 지러길레 “에헤! 아저씨! 먼저 들어나 보입시다!” 고하니 조용합니다. 질문 시간에 농약을 안치는 방법을 물었더니 역시나 “자연을 닮은 사람들”에서 만든 약으로 대신한다는 말을 합니다. 하이고 여기와서 영판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만난 듯 반가왔습니다. “앞으로는 농약을 치면 도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직거래는 되지 않기에 농사짓는 분들은 무농약으로 가야 합니다!” 해설가는 자신도 십년동안 무농약을 하다가 작년부터 돈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무농약 3년차 버벅대고 있지만 저분에 비하면 애교라 싶습니다.
마을 구경을 한뒤에 집으로 가는 차에서 이장님이 뜻밖에 “아까 그분이 이야기 하든 자닮에 대해 잘 아시는 가베예!” 하면서 설명을 부탁합니다. 햐! 우리동네 사람들중 제일 파워있는 이장님이 드디어 무농약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알고 있는 만큼 설명을 해주고는 자닮 사이트도 알려 주었지요.
점심에 술도 했겠다. 오는 도중 쉬면서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야 소주야 주는데로 마시고 나니 잠깐 자고 있는데 “에헤! 잠은 집에 가서 자라카이!‘ 툭 치길레 보니 우리동네에서 제일 절믄 아가씨 같은 이웃 아지매입니다. 소주도 한병들고 안주는 감을 깍은 것을 다른 아지매가 들고 있는데, 맥주잔에 한잔 가득 소주를 부어 줍니다. 옆에서 자다가 눈뜬 아내는 ”어어! 안된다!“하며 손을 드는데, 부어주는 사람이나 받아 묵는 내는 짝이 맞아 아내의 제지가 들어올 틈이 엄는거라!
차안의 분위기는 뽕짝 메들리로 바뀌어 떠들썩 하고 한둘 할매들이 나가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장사가 쫌 안됩니다. 아지매 한분이 내손을 잡더니 중앙으로 나오라 하는데 아내도“한번 나가서 흔드소. 술도 깨게!” 아내의 오다를 받자 중앙에서 안그래도 근질근질 막춤을 두배 속도로 흔들어 제끼니 동네 사람들 모두 나를 쳐다 봅니다. “아니 저사람이 저래 잘놀았나. 안델고 왔으먼 여엉 섭할뻔 했네!” 그런 눈치입니다.
사실 농부들이 이런 차안에서 춤추는 것 말고 다른곳에서 흔들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랑께 춤추는 폼들이 모두 비슷한데 전북 완주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한시간 가량 차안에서 흔들었더니 땀이나서 아내에게 수건을 달라하여 목에 걸치고 흔들었는데 자리에 앉으니 “당신 오늘 동네 아지매들한테 인기 많았서요! 다음에 우리동네 놀러갈 때 당신을 꼭 불러가자 그라네!” 나는 그동안 한번씩 모여서 얼굴은 봤어도 약간 서먹하든 몇몇 동네 어른들과 차안에서 마주 보고 흔드는 동안 서먹한 감정이 싹 물알로 싹 씻겨내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막춤을 보여 동네 어른들게 인정 받은 농부 올림
첫댓글 농장장님^^십년묵은 스트레스확날려뿟네예항상 열심히 사시는 모습 참보기좋슴니다언제나건강하게 좋은소식마니마니 들려주이소내친구소식도 가끔씩 올려주시고요~~~~
아이고 이제야 댓글을 제대로 읽습니다. 어짜면 좋으까. 저의 글을 자주 읽어보신다는 미제님의 말씀에 기운쑥쑥 옛부터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한테 목숨을 건다든데, 카아! 저를 알아주는 임자를 만났으니 기꺼이 머슴이되어 원하신바 열씨미 글을 올리겠습니다.
ㅎㅎㅎ
즐거운 소통의 시간을 보넸네요
저도 연고없는 산청 산만디 둔철에 무작정 내려와서
산청특화 약초교육받느라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함게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편함과 줄거움의 위로를 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