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벼의 세계, 종자연구는 국가경쟁력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어떤 음식으로 식사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뜨끈한 찌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역시 전 타고난 한국인입니다. 그럼 오늘 쌀밥을 드신 분들께 질문 하나만 더 할게요. 오늘 어떤 종류의 쌀을 드셨나요? 쌀이면 다 같은 쌀이지 무슨 종류냐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무궁무진한 벼의 세계로 떠나봅시다!

▲ 모르는 게 없으신 김춘송(국립식량과학원 기획조정과) 선생님
그리하여 우리나라 식량작물의 과학기술 개발을 맡고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을 찾아갔습니다. 오늘 저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신 분은 바로 국립식량과학원 기획조정과 김춘송 선생님이십니다.(이후 큰따옴표의 말들은 모두 김춘송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다양한 식량작물들을 연구할 수 있는 시작은 바로 ‘종자’입니다. 백과사전을 보면 종자란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에서 수정한 밑씨가 발달·성숙한 식물기관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설명이 너무 어렵죠? 쉽게 말해 씨 또는 씨앗을 뜻합니다.
“종자는 작물만이 아니라 모든 식물의 근원입니다. 보통 많은 분들이 쌀이면 다 같은 쌀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종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 고유의 특성을 지닙니다. 종자의 특성에 따라 열매의 크기도 다르고 당도 또한 다르죠. 이런 종자를 연구해 우리들에게 보다 이로운 작물을 만드는 것이 바로 국립식량과학원의 역할인 셈이죠.”
그렇다면 종자 연구는 어떠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것일까요? 종자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 중 기본적은 방법은 ‘인공교배’입니다. 한 품종에 다른 품종을 교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종자 교배를 거친 후에는 그 종자를 직접 재배하게 됩니다. 재배를 해서 그 종자의 특성이 어떤지 지켜보는 거죠. 원하는 특성만을 지닌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원하지 않는 특성은 종자에서 제외시키는 거죠.”
벼의 경우, 종자 연구를 마치는데 13~1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1년 정도면 끝날 것이란 저의 예상과는 달리 10년 이상이나 걸린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벼는 1년에 한 번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온실에서 연구 재배할 경우 1년에 많게는 3회 정도 재배할 수 있어서 연구 시간을 5년으로 크게 감축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종자의 특성을 온전하게 알기 위해선 땅에서 1년에 한 번 재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연구를 마친 종자들은 어떻게 보급될까요? 주식작물의 경우 각 도의 농업기술원에 보내져 종자의 양을 늘립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연구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종자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는 ‘종자관리소’에서 보급용이 최종적으로 생산되게 됩니다. 이 두 가지 과정을 거치는데도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 외에 일부 작문들은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증식해서 분양신청을 받기도 합니다.

▲ 온실들의 모습입니다. 온실마다 모양도 조금씩 다릅니다.

▲ 한 켠에는 농기계들이 놓여있습니다.
벼 연구가 진행되는 국립식량과학원의「벼종합연구동」을 방문했습니다. 많은 온실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 중 현재 한창 연구 중인 벼가 자라고 있는「벼육종온실관리동」 온실에 조심스레 들어갔습니다.

온실 안에서 벼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연구 중이기 때문에 벼가 자라는 곳을 함부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아쉬우나마 창 너머로 벼들을 찍었습니다.

복도에 여러 개의 바구니가 즐비했습니다. 무엇인지 궁금해 하던 차에 한 곳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아주머니들을 발견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 곳에선 아주머니들이 작은 봉투에 번호를 찍고 계셨습니다. “아주머니, 지금 뭐하고 계신 거예요?”라는 제 질문에 “이 온실에서 재배한 연구 중인 벼들의 낱알들 담고 있는 거야.”라고 알려주십니다. 벼 종자 종류에 따라 봉투에 찍힌 번호도 달랐습니다.

▲ 벼의 종류에 따라 벼의 크기와 색들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흰 쌀부터 노란 쌀, 검정 쌀, 적색 쌀 등 색깔도 다양합니다.
온실 구경은 끝마친 후에는 김춘송 선생님의 벼 종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국립식량과학원에서 ‘통일벼’를 개발하면서 눈부신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어려운 경제여건 때문에 당장 배부르게 밥을 먹는 것이 절실했는데 통일벼를 통해서 쌀 자급기반을 이루게 됐습니다. 이 점을 높이 사 국가에서 통일벼를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했다고 인증을 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벼 연구가 이뤄져 현재까지 국립식량과학원에서 개발한 벼의 종류가 무려 2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 많은 벼 종류 중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벼에는 칠보, 운광, 고품, 삼광, 진수미, 하이아미 총 일곱 종류가 있습니다.

▲ 다양한 종류의 쌀을 이용해 만든 제품들입니다. 쌀국수, 쌀로 만든 술, 쌀과자와 빵 그리고 보리새순으로 만든 스킨과 로션도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벼는 술 만드는 전용 쌀인 설갱벼, 쌀국수 전용 쌀인 고아미벼, 김밥용 쌀인 백진주, 키 크는 쌀인 영안벼 등의 기능성 특수미들이었습니다. 단순히 주식으로만 사용된다고 생각했던 쌀들이 다양한 특징들을 갖고 있었다니 신기하면서도 수많은 연구를 했을 연구원들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벼들이 제각기 특성을 살려 개발됐습니다.
‘전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세요? 한국전쟁, 핵전쟁, 세계 1·2차 세계대전 등등. 이젠 세계적으로 ‘종자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종자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전자 보유능력은 세계에서 6위권입니다. 선진국 대열이라고 할 수 있죠. 벼의 경우는 세계최고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화훼 연구가 매우 활발하며 미국, 일본 등의 나라가 종자 연구를 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종자 연구는 미래에 대한 준비입니다. 국가가 자체적으로 유전자원 확보나 기술이 없다면 해외 종자들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손실이죠. 최근에는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본의 종자들로는 재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끊임없이 종자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종자전쟁의 시대, 이젠 식량이 무기가 될 정도로 종자 연구의 중요성을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량작물 기술개발의 주축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앞으로도 좋은 연구 성과를 거두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