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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와 함께하는 정원 이야기
실내식물 이야기
실내식물에 대해 이해하기
식물과 함께 하는 삶
20세기 이후 우리의 삶은 매우 빠르게 변화했다. 특히 우리의 주거환경은 비와 추위 및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가능한 밖으로부터 실내환경을 밀폐시키면서 식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점점 멀어져 버렸다. 식물과 자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버린 결과, 우리는 각종 공해와 질병에 시달리며 식물에 대한 그리움을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 도시 환경 속에서 정원을 만드는 일이 정말로 불가능한 것일까? 정원 디자인을 공부하며 나는 정원이 도시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정원문화는 도시 환경 속에서 그 형식과 틀을 과감히 깨면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실내정원이다. ‘지붕이 쳐진 닫혀진 공간 속에 연출되는 정원’. 실내정원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이런 의미가 될텐데, 이 실내정원을 만들고 싶다면 우선 무엇보다 먼저 실내에서 살 수 있는 식물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실내식물 이해하기
실내에서 살기 적합하게 태어난 식물은 없다. 이 말은 다시 생각해보면 자연(바깥 공간)에서 자라는 식물 가운데 일부 식물만이 ‘실내’라는 환경을 견디며 살 수 있고, 우리는 ‘이 식물들을 이용해 실내정원을 만들 수 있다’로 해석해야 한다. 여기서 실내에서도 자라줄 수 있는 일부 식물이라는 군은 주로 브라질, 아프리카, 남태평양 등의 열대기후 지역과 사막기후에서 살고 있는 식물로 한정이 된다. 우리와 같은 온대성 기후의 자연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식물은 불행히도 실내 환경에서는 맥을 못 쓰고 수일 내로 죽고만다. 실내정원의 모습이 한결같이 (열대식물원 연상시키듯이) 이국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아직은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 미래의 일은 모를 일이다. 작약(Peony)은 꽃이 어른 주먹만하게 큰 데다 그 색상이 화려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꽃이 하루 정도 밖에는 피어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줬다. 하지만 원예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일주일 혹은 그 이상 꽃이 필 수 있도록 조절이 가능해진 지 오래다.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는 밖에서만 생존이 가능한 식물들을 실내에서 자유롭게 키울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을지 모른다.
식물 사냥꾼(Plant hunters)과 실내식물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몇 번 제작되었다. 드라마 속의 허준은 환자를 치유하는 의사이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산과 들로 약이 될 수 있는 식물을 찾아다니며 식물을 채집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우리의 경우는 주로 한의학에 관련된 종사자들이 일명 식물채집 혹은 식물사냥(?)을 열심히 해 왔다. 이유는 물론 약용으로 쓰일 식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서양의 경우는 이 식물사냥(헌팅)이 생각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이는 주로 식물학자, 의사, 정원사, 원예재배사들에 의해 이뤄졌는데, 영국의 경우는 아예 국가적으로 이 식물사냥을 주도했다. 16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식물사냥을 해 온 이들은 신대륙 발견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며 인도, 아마존,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그리고 중국과 일본으로까지 식물사냥꾼들을 파견했다. 이들의 임무는 새로운 종의 식물을 발견하여 채집을 하고 그것을 본국으로 보내는 것이었는데 이 일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랐다. 이들 중 일부는 스파이로 오해를 받아 원주민에 의해 살해를 당하기도 했고, 일부는 사고와 병마로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식물사냥꾼들이 목숨을 걸고 본국으로 보낸 식물들은 유럽 각 나라의 식물원(영국의 큐가든이 가장 대표적인 식물원이다)에서 다시 길러지거나 상업적인 용도로 재배시켜 식물시장에 판매용으로 팔려나갔다. 이 식물사냥꾼들에게 감사해야하는 이유는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식물 시장에서 보고 있는 자생지를 떠난 식물들은 전혀 볼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실내식물의 경우만 해도 그 자생지가 우리와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아마존이나 사막이니, 자연상태에서는 불가능했을 일을 가능케 한 이런 식물사냥꾼들 덕분에 우리가 많은 종류의 실내식물을 접하고 있는 셈이 된다.
Tip point 1 식물 사냥꾼들의 열정과 식물시장의 발달
식물 스스로 여행을 하거나 이동할 수는 없다. 때문에 식물사냥꾼들의 활동이 없었다면 대륙을 뛰어넘어 새로운 품종의 식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갖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진의 식물은 일명 식충식물Carnivorous plant으로 알려져 있는 네펜티스Nepenthes 종으로, 주머니를 이용해 물을 담아 둔 뒤 작은 곤충이 그곳에 빠져 죽게 되면 그 곤충을 녹여 그것을 영양분 삼아 생존한다. 대표적인 실내식물 중에 하나로 중국, 인도네시아가 자생지다. 이들은 식물사냥꾼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진 뒤 독특한 생존방식과 아름다운 주머니 모양으로 유럽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단, 물에 빠진 곤충이 죽으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밀폐된 실내 공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Tip point 2 미모사Mimosa pudica 이야기
미모사라는 식물은 손으로 만지면 순식각에 잎을 접었다가 다시 펼치는 신기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독특한 특징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식물이다. 그런데 이 미모사는 원래 중앙 아메리카가 원산지다. 미모사라는 식물이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1638년 프랑스의 선교사가 바베이도스(Barbados)에서 채집한 이 식물을 본국으로 보내면서부터 였다. 이후 미모사는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훗날 20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또 다른 프랑스의 선교사가 이 미모사를 가지고 중국에서 선교활동에 나선다. 선교사가 중국의 황제에게 이 미모사를 보여주자 황제는 감탄하며 그를 왕실의 정원사로 임명해 미모사를 대량으로 키우게 한다. 우리나라에까지 이 미모사가 전달된 것은 이후 중국을 통해서다. 중앙 아메리카의 작은 섬나라, 바베이도스를 떠난 식물이 프랑스를 거쳐 중국, 우리나라까지 전달된 그 여정이 놀랍다. 비단 미모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까이 접하고 있는 식물 중에는 상상하지 못할 여행을 거쳐 지금의 우리 곁에 있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식물을 들여다보면 때론 깜짝놀랄 만한 이야기거리를 찾게 될 것이다. 실내식물의 종실내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을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여기서는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온도를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별을 하고, 여기에 대표적인 식물군인 구근식물, 다육식물, 난 그리고 허브와 채소를 포함시켜 총 일곱종으로 분류했다.
1)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식물군 (7도에서 13도 사이)
2) 중간 온도를 좋아하는 식물군 (13도에서 18도 사이)
3)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는 식물군 (18도에서 24도 사이)
4) 구근식물(Bulbs)
5) 다육식물(Succulents)
6) 난(Orchids)
7) 허브와 채소(Herb & Vegetable)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식물들 (7도에서 13도 사이)
집안이나 사무실도 창의 위치에 따라 온도차가 많이 발생한다.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식물은 일반적으로 매우 건조하고 따뜻하며 밀폐된 공간인 방안보다는 트인 공간인 거실이나 부엌 혹은 베란다가 적합하다. 더불어 창가 바로 앞은 집안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곳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식물을 놓아주면 잘 자랄 수 있다.
1)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는 곳
국화, 펠라고니움Pelargonium, 캄파눌라Campanula, 에리카Erica gracilis, 헬리오트리피움Heloptropium, 플룸베이고Plumbago
2) 반그늘 아스피디스트라,Aspidistra, 헤데라Hedera,팻시아Fatsia, 수국Hydrangea, 시클라맨Cyclamen, 일부 만병초Rhododendron
중간 온도를 좋아하는 식물들 (13도에서 18도)
선선한 사무실의 온도 정도로 볼 수 있다. 집안에서는 거실과 부엌의 공간이 가장 적합하다. 여기에 속하는 식물들은 그 분포가 가장 많고 사람들에게 많이 선호된다. 이중에는 겨울 크리스마스 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포인세티아가 포함돼 있고, 초롱 꽃이 매달리는 푸크샤도 있다. 치자꽃은 향기가 매우 좋고 집안에서도 쉽게 잘 자라서 오래 전부터 실내식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는 곳
포인세티아Euphobia pulcherrima, 봉숭아Impatiens wallerana, 자코비니아Jacobinia, 히비쿠스Hibicus
2) 반그늘 세인트포리아Saintpaulia, 베고니아Begonia, 푸크샤Fuchisia, 클리비아Clivia, 치자꽃Gardenia, 아부틸론butilon, 안쓰리움Anthurium, 커피나무Coffe arabica, 드라세나Dracaena.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는 식물들 (18도에서 24도 사이) 여기에 속한 식물들은 따뜻한 온도 만큼이나 충분한 습기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물을 줄 때 뿌리 쪽만 적셔주는 것이 아니라, 분무기를 이용해 잎에 수분을 공급시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그늘에 적합한 식물이라면 침대, 화장대 옆에 두는 것도 적당하고, 조명만 확보해줄 수 있다면 화장실도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클레오덴드럼Clerodendrum, 고무나무Figus, 피토니아Fittonia, 미모사Mimosa pudica, 페페로미아Peperomica, 몬스테라Monstera, 필로덴드론Philodendron, 싱고니움Syngonium
구근식물 (Bulbs)
알뿌리 식물은 일반적으로 화분에 담겨서도 그 꽃을 화려하게 잘 피운다. 그러나 화분 상태나 실내환경 속에서는 다음해를 기약할 수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그 해 꽃을 보고 버려진다. 단, 일부 백합과의 식물은 이 한계를 넘어서 잘 관리만 해둔다면 다음 해에도 같은 꽃을 볼 수가 있다. 아마릴리스Amaryllis, 칸나Canna, 크로커스Crocus, 프리지아Freesia, 히야신스Hyacinthus, 백합Lilium, 튤립Tulipa.
다육식물 (Succulents- 선인장 포함)
다육식물은 두툼한 잎 속에 영양분과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로 주로 사막기후에서 산다. 다육식물의 대표적인 군으로 선인장과의 식물들이 포함된다. 선인장Cactus는 잎과 줄기가 가시로 변형된 식물군으로, 수 개월 혹은 6개월이 넘도록 물이 없어도 생존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실내식물로 매우 적합하고 물을 주지 않아도 바람과 빛만 잘 들어온다면 수 십년도 끄떡없이 잘 자라준다.
난 (Orchid)
일반적으로 난이라고 하면 화분에 담아 기르는 동양난, 서양난 등을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 난과 식물군은 국화과Asteraceae family를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을 거느리고 있다. 또, 사는 자생지의 경우도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 전체에 퍼져있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식물도 많아서 미지의 식물군으로 알려져있다. 우리가 화분에서 키우는 난은 그 중 극히 일부로, 상업적인 재배로 관상을 위해 판매되는 종들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지만 난은 이 법칙을 깨며 일부 난은 석달 이상 꽃을 피우기도 한다. 게다가 수분이 20퍼센트 정도만 있다면 특별한 물주기를 하지 않아도 보름 이상을 견딘다. 또 일부 종은 진한 향을 머금고 있어 실내에서 꽃을 피우게 되면 방향제의 역할도 톡톡히 해준다. 이런 관리 상의 수월함과 화려한 꽃과 향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실내식물로 난에 열광하고 있다.
허브와 채소
도시 환경 속에서 채소를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다는 건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채소가 다양하면서도 그 소비량이 많아 집집마다 텃밭을 마련해왔다. 그 전통을 도시 생활 속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모든 채소가 다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다행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잎채소와 허브는 실내에서도 충분히 수확이 가능하다. 게다가 실내환경을 푸르게 만들어주는 관상효과도 주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정원인 셈이다.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와 허브식물로는 파, 고추, 토마토, 민트, 바질, 오레가노, 파슬리, 샐비아, 가지, 타임 등이 있다.
Tip point 3 모자란 빛을 식물에게 보충해주는 방법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있어야한다. 일반적으로는 빛, 물, 영양분인데 실내의 환경에서는 빛이 무엇보다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식물에게 모자란 빛을 보강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식물은 태양빛과 인공적인 조명빛을 크게 구별하지 않는다. 빛의 밝기만 확보된다면 인공의 조명 불빛 아래서도 충분히 잘 자란다. 아주 전문적으로는 백열등, 형광등이 식물에게 조금씩 다른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 정도까지 전문성을 갖기는 힘들다. 특별한 조명기구에 상관없이 밝게 식물을 비춰줄 수 있다면 부족한 빛의 양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1984년 세계보건기구(WTO)는 충격적인 자료를 발표했다. 그것은 실내공간이 바깥보다 무려 다섯 배에서 열 배나 더 오염돼 있고 이 오염으로 우리의 건강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는 보고였다. 이른바 ‘병든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1960년대 후반 에어컨이 발명되고 실내 공간에 바람의 들고낢이 없도록 철저하게 밀폐시키는 건축공법이 시행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고 WTO는 분석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있고 5년 뒤인 1989년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반가운 소식을 다시 발표했는데, 그것은 바로 오염된 실내공기를 정화시킬 수 있는 15개의 식물에 대한 연구결과(Dr. B. C. Wolverton의 보고서)였다. 이 연구는 식물이 실내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중금속을 빨아들이고 산소를 배출해주는 기능으로 실내의 공기를 정화시켜주고, 더불어 식물에게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천연 가습 효과와 정서적 효과를 함께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실내식물의 연구가 왜 하필 항공우주국에서 이루어졌을까? 당시 미국은 우주정거장 계획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었고, 그 정거장에 최소 몇년 이상 상주하게 될 우주선의 생존에 무엇보다 관심이 많았다. 실내생활만을 해야하는 우주인이 견딜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실내식물의 공기정화 능력이 연구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이 연구결과가 가져온 파장은 대단했다. 1990년대는 식물시장의 대부분이 나사에서 발표한 실내공기 정화식물로 뒤덮혔고, 이는 우리나라에도 2000년대에 고스란히 전해져 지금도 식물 시장에서 이 식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023-10-22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