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나트륨이란?
소금은 대표적인 조미료다. 바닷물에 천연 상태로 2.8% 정도 들어 있고, 암석인 암염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먹는 소금은 ‘식염'이라 해서 나트륨(Na) 40%, 염소(Cl) 60% 로 구성되어 있다.
01 나트륨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소금의 나트륨과 염소 중 고혈압을 일으키는 등 각종 질병과 관련 있는 성분은 나트륨이다. 나트륨은 체액이나 혈액 양을 유지시켜 우리 몸에 일정량의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생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 나트륨은 신경자극 전달에 관여하며, 신장에서 다시 흡수되어 산을 배설시켜 우리 몸의 체액을 약알칼리로 유지시킨다. 나트륨은 세포막을 통해 이동하면서 포도당과 아미노산 흡수에도 관여한다. 이 모든 생리작용을 하는 데 필요한 나트륨 양은 소금으로 하루 1g 미만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금을 하루에 0.4~0.6g만 섭취한 집단에서 소금 결핍 현상인 저혈압과 구토, 쇼크반응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인체 생리작용에 필요한 나트륨 양이 얼마나 적은지를 방증하는 결과다.
02 과다한 나트륨 섭취, 왜 안 좋은가?
나트륨은 물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다. 몸속으로 들어간 나트륨은 주변으로부터 물을 끌어당기는데, 그 결과 혈액 양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나트륨 과다섭취는 혈압을 높일 뿐 아니라 고혈압과 관련된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 또한 나트륨은 위 점막 상피세포의 과다한 분화를 촉진하고 발암물질의 작용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한편 나트륨에 의한 혈압 증가 현상이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같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해도 혈압 상승 없이 나트륨을 잘 배설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나트륨 섭취가 조금만 증가해도 나트륨을 배설하기 위해 혈압이 상승한다. 나트륨을 배설하는 데 정상보다 높은 혈압이 요구되거나, 나트륨 섭취량이 증가했을 때 혈압이 5% 이상 증가하면 '나트륨 민감성'이라고 말한다. 나트륨 민감성인 사람은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쉽게 고혈압이 된다. 반면에 나트륨 섭취가 증가해도 혈압이 약간 상승하거나 거의 상승하지 않는 사람은 '나트륨 저항성'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비만일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신장 기능이 저하될수록 나트륨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다.
>뇌·심혈관 질환 혈관 질환은 혈관에 이상이 생겨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병이다. 특히 혈관 질환은 뇌·심장처럼 우리 몸에서 중요하고, 많은 일을 하는 기관에 발병하면 치명적이다. 나트륨은 심근경색, 뇌졸중, 협심증, 중풍 등 혈관 질환과 밀접한 관련 있다. 서양의 경우 뇌·심혈관 질환은 비만·당뇨병 환자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혈관 안에 축적된 지방이 동맥경화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뇌·심혈관 질환을 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비만률이 낮은 편이지만 뇌·심혈관 질환 비율이 높은 것은 나트륨 섭취량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의들은 추측한다.
>위암 위암은 위 점막에 주로 발생하는데, 위 점막을 훼손시키는 대표 원인이 과도한 나트륨 섭취다. 나트륨이 농축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 점막을 파괴하면서 위축성위염을 일으킨다. 또 발암물질이 위에 침투하는 것을 도와 위암을 유발한다. 위 점막에 기생하여 위염을 위암으로 진전시키는 헬리코박터균 또한 나트륨과 밀접하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헬리코박터의 발암성을 증가시킨다.
>비만 비만은 단순한 과체중 증상이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 질환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상 체중인 사람은 나트륨 섭취와 뇌졸중과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반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이 나트륨을 하루 약 3000mg(소금 5.8g) 섭취할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32% 증가했다. 다른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61%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골다공증 나트륨은 몸 밖으로 배설될 때 칼슘과 같이 배설된다. 몸속에 나트륨이 증가하면 몸 밖으로 나트륨이 배출될 때 칼슘 배출량이 함께 증가한다. 특히 노인은 나트륨 섭취를 며칠만 높여도 소변으로 배설되는 칼슘이 급격히 증가한다. 고혈압 환자도 위험하다. 고혈압 환자가 나트륨 섭취를 늘리면 혈압이 정상인 사람보다 칼슘 배설이 더욱 심해진다.
Part 2 소금, 평소에 얼마나 먹고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은 소금 섭취량이 높은 편이다. 주식인 밥이 밍밍한 맛이라 반찬이 발달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찬 중에서도 장류, 김치, 젓갈 등 짠 음식이 주를 이루고, 대부분 그 맛에 길들어 있다.
한국영양학회는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과 목표치를 2000mg(소금 5g)으로 제시한다. 이는 5g 미만의 소금을 섭취하는 지역에서 고혈압 발생이 거의 없고, 이 지역 사람들은 나이 들어 고혈압 발생률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한 수치다. 1일 권장 소금 섭취량(5g)은 우리나라 식생활을 고려할 때 지키기 쉽지 않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일 소금 섭취량은 13.5g으로, 권장 섭취량의 약 3배 가까이 된다.
그렇다면 소금을 얼마나 먹으면 고혈압이 되는 걸까? 고혈압 진단을 처음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소금을 15~20g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4g 안팎인 일반 성인의 섭취량보다 높은 양이다.
핀란드는 23년간 나트륨 섭취를 30% 이상 줄여 국민의 기대수명이 5년 늘었고, 일본과 영국은 최근 10년을 전후해 나트륨 섭취를 10~20% 줄였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에서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를 출범해 대국민 나트륨 섭취량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앞으로 다른 나라들처럼 효과를 보리라 기대한다.
01 김치
02 된장
된장은 김치와 함께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발효식품이다. 된장 역시 높은 염도가 약점이다. 된장은 저장식품이라 오랫동안 상하지 않게 소금을 많이 뿌려 발효시킨다. 된장은 찌개나 국은 물론, 무침이나 찜 등 각종 요리에 두루 쓰인다. 따라서 평소 사용하는 된장 염도가 높으면 식단 전체 염도가 높아진다.
03 젓갈·장아찌
젓갈 1인분에 들어 있는 소금 함량은 아주 높지 않지만 소금 농도가 진한 것이 특징이다. 젓갈은 중량이 적어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맛이 짜기 때문에 그만큼 밥을 많이 먹게 되는데, 이는 건강의 적인 고당질 식사로 이어진다. 장아찌는 겨울 동안 채소를 먹기 위해 염장법으로 보관하던 음식이다. 장아찌는 짭조름한 맛이 풍미를 더해주나 염도가 높고, 저장기간 채소 본래의 비타민이 파괴되기 쉽다. 100세 이상 한국 장수 노인들의 식습관을 조사한 결과, 젓갈과 장아찌 종류를 싫어 한다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04 생선요리
서양에서는 생선에 별다른 조리를 하지 않고 튀기거나 익혀 먹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생선에 소금을 뿌려 굽거나 간장을 넣어 조림으로 만들어 먹는다. 특히 내장을 뺀 뱃속에 소금을 뿌려 만든 자반고등어로 조림요리를 하면서 간장·고춧가루 같은 양념을 넣으면 1인분에 소금이 약 4.5g 들어간다.
05 국물요리
우리나라 전통식은 국이나 찌개류가 발달했다. 국물요리 간을 맞추려면 반드시 소금이 들어간다. 먹을 때 국물이 싱겁게 느껴지더라도 이미 소금이 상당량 들어 있는 것이다. 국물을 다 마시는 사람이 남기는 사람보다 고혈압 위험도가 3.2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물 간을 싱겁게 하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으니, 국물을 적게 먹는다.
More Tip 의외의 고나트륨 식품
>빵 빵은 먹을 때 별로 짜다고 느끼지 않지만, 만들 때 많은 양의 소금이 들어간다. 바게트빵 1인분(80g)에는 1.25g, 롤케이크 2조각에는 1.3g의 소금이 들어 있다. 김치 1인분에 들어 있는 소금 1.1g보다 많은 양이다. 빵이 별로 짜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함께 들어 있는 지방, 설탕 등이 짠맛을 순화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빵 만들 때 넣는 베이킹파우더에는 중탄산나트륨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짠맛을 내는 염소 함량은 낮지만 그 자체로 나트륨이다. 이미 빵에는 많은 나트륨이 포함된 것이다.
>채소주스 시판되는 채소주스는 맛을 내기 위해 소금과 조미료가 들어간다. 채소주스 1컵에는 1.3g 정도의 소금이 들어 있다. 게다가 가공과정에서 상당량의 섬유소가 소실된다. 평소 식단에서 부족한 채소 영양소를 보충하려고 채소주스를 마셨다면, 되도록 생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Part 3 나트륨 섭취,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혈압은 확실히 떨어진다. 다만 나이와 현재 혈압 정도, 나트륨 민감성 정도에 따라 혈압이 떨어지는 정도에 차이가 난다. 하루 총 소금 섭취량에서 5.8g(약 1작은술) 정도 줄이면 노인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6.9mmHg, 젊은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2.4mmHg 떨어진다. 젊은 사람보다 노인이 소금 섭취를 줄였을 때 효과가 더 크다. 소금 섭취량을 많이 줄일수록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감소 효과는 더 높아진다. 소금 섭취량을 3g 줄이면 뇌졸중 발병률은 13%, 울혈성심부전 발병률은 10% 줄일 수 있다. 소금 섭취량을 2배 줄이면, 혈압 떨어지는 폭과 심혈관 질환 감소도 2배 더 많아진다.
#1 생활 속 나트륨 줄이기
01 저나트륨 소금 이용하기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NaCl)은 짠맛을 내는 염소와 고혈압을 일으키는 나트륨으로 구성되었다. 염소만 있어도 짠맛은 유지된다. 일반 정제 소금이 염화나트륨을 98% 이상 함유하는 데 비해 저나트륨 소금은 57% 미만이다. 저나트륨 소금을 사용하면 음식의 짠맛은 유지하면서 나트륨 섭취는 줄일 수 있다. 다만, 신장병 환자에게는 염화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저나트륨 소금이 좋지 않다. 염화칼륨은 신장을 통해 배출되는데, 신장 기능이 약한 환자가 많이 먹으면 체내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02 저염간장과 저염된장 활용하기
국이나 찌개 간을 맞출 때 소금보다 간장을 사용한다. 간장에는 소금 외에 여러 가지 아미노산 물질이 들어 있어 음식에 풍미를 더한다. 그래서 소금으로 간할 때보다 나트륨을 덜 사용할 수 있다. 음식 간은 소금으로만 하기보다 간장, 된장과 섞어서 한다. 특히 저염간장과 저염된장 같은 저염식품은 일반식품에 비해 염도가 3~7% 낮다. 다시마, 북어, 멸치 등으로 천연 육수를 만들면 원재료에 나트륨 성분이 있어 따로 소금을 넣지 않고도 충분히 간을 맞출 수 있다.
03 소금 대신 향신료나 향미채소로 맛내기
짠맛 대신 다른 맛을 강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리할 때 식초나 레몬즙, 설탕을 적절히 사용해 새콤달콤한 맛을 내거나 깨·땅콩·잣 등의 견과류를 갈아 넣어 고소한 맛을 낸다. 그 밖에 후추, 마늘, 생강, 겨자, 카레가루, 허브 등 특유의 맛을 내는 향신료로 요리 맛을 살리는 방법도 있다.
04 소금 간은 먹기 직전에
우리는 혀로 음식 맛을 느낀다. 먹기 직전에 음식 표면에만 살짝 짠맛을 입혀도 입안에서는 충분히 짭조름한 맛을 느낀다. 생선조림할 때는 미리 간장을 넣지 말고 생선이 거의 익었을 때 넣어 생선 겉에만 양념이 살짝 묻게 한다. 맛은 큰 차이 없으면서 소금 섭취는 훨씬 줄일 수 있다. 뜨거울 때 간을 보면 맛을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먹기 직전에 간한다.
05 국물은 남긴다
국이나 찌개는 국물 대신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소금을 더 많이 먹게 될 뿐만 아니라 덜 씹고 삼키게 돼 소화도 안 된다. 설렁탕 등 탕 종류를 먹을 때는 고춧가루, 후춧가루, 파 등을 먼저 넣어 먹어 보고 소금으로 나머지 간을 한다.
06 영양표시성분을 확인한다
공산품이나 가공품을 살 때는 제품에 붙어 있는 영양표시성분을 확인한다. 1회 제공량과 나트륨 함량이 얼마인지 확인한 후 나트륨이 적은 식품을 구입한다. 소시지, 햄, 베이컨 등 가공식품은 일반적으로 나트륨 함량이 높다. 되도록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 대신 신선한 식품을 사용한다.
07 조금 싱겁게 김치 담그기
배추 절일 때는 소금을 손대중으로 뿌리지 말고 염도 10% 정도의 소금물을 만든 후 그 물에 배추를 담근다. 소금을 손으로 뿌릴 때 보다 적게 사용한다. 김치 담글 때 소금 외에 부재료로 이용하는 젓갈(멸치젓·새우젓·굴젓 등)에도 염분이 많으므로 양을 적게 넣는다. 생새우나 무생채, 미나리 등을 넣으면 김치의 소금 농도를 낮추는 동시에 시원한 맛을 낼 수 있다.
#2 외식할 때 나트륨 줄이기
01 되도록 외식을 줄인다
같은 음식이라도 집에서 만드는 음식보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 소금 함량이 더 높다. 식당에서는 많은 양의 음식을 요리하기 때문에 맛을 내기 쉬운 화학조미료를 사용한다. 이런 조미료들은 기본적으로 나트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다음은 대표적인 외식 식단의 나트륨 함량이다.
02 소스는 덜어 내고 먹는다
비빔밥이나 회덮밥에 얹어 나오는 고추장은 약간 덜어 내고 비빈다. 고추장 맛에 가려졌던 채소 고유의 은은한 향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다. 포크커틀릿, 스테이크, 오므라이스 등에 곁들여 내오는 소스도 반 정도 덜어 내고 먹는다. 소스를 덜어 내도 음식 맛에는 큰 차이 없다.
03 짜게 느껴지면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음식점에서 찌개나 탕 요리를 먹을 때 첫 숟가락에 짜다고 느껴지면 뜨거운 물을 넣어 먹는다. 계속 먹으면 혀가 짠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예 주문할 때 짜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04 식탁에서 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조리할 때 간을 맞추기 때문에 식탁에서 따로 소금 간을 할 필요 없다. 설렁탕과 곰탕 같은 국물에는 지방이 많이 녹아 있어 짠맛이 감춰진다. 소금을 넣는 대신 김치나 깍두기 같은 반찬을 함께 먹는다.
#3 나트륨 잡는 칼륨 섭취
칼륨은 나트륨을 체외로 배설시키므로 과도한 식염 섭취로 인한 혈압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칼륨은 칼슘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칼슘이 빠져나가면 혈압이 상승하는데, 칼슘을 지켜 주는 게 칼륨이다. 칼륨은 몸속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미네랄인데, 특히 커피나 술, 설탕, 스트레스 등이 몸속에서 칼륨을 배출시키는 원인이다. 칼륨은 채소, 콩류, 어패류, 해조류, 과일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칼륨 함량 높은 식품 고춧잎, 근대, 늙은호박, 단호박, 머위, 물미역, 미나리, 부추, 쑥갓, 시금치, 아욱, 양송이, 죽순, 취 등.
/ 취재 이태경 기자 사진 김성만(스튜디오100)
도움말 이미영(장안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영란(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영양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