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해장국의 자존심 양평신내서울해장국집
- 천하의 식도락가들에게 ‘양평’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양평해장국’이다. 전국 각지에 체인점이 있고 유사한 상호의 식당 간판을 쉽게 만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원조의 집은 어느 집일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인데, 정확한 것은 용문산 정남향의 양평군 개군면 공세리에 있는 ‘양평신내서울해장국집(031-773-8001)’이다.
30년 전만 해도 신내천이 흘러내리는 이곳 공세리는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도로사정도 양평~여주간은 37번 국도를 주로 이용하던 때라 공세리는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이러한 곳에 내장탕과 해장국 전문점 ‘양평신내서울해장국집’을 정연학(鄭然學·75)씨가 시작한 것이 양평해장국의 원조가 된 것이다.
선지를 넣어 끓이는 해장국은 소문을 타고 널리 퍼져 나갔고, 손님들은 해장국집 식탁 차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식당은 성세를 누렸다고 한다. 식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법을 익히고는 전국 여러 지역에서 ‘양평해장국’을 전문으로 하는 업소를 표방, 간판을 걸고 개점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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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창업주인 정연학 할아버지는 ‘양평해장국’이라는 음식이름이 들어간 업소가 문을 여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자신이 개발한 이 음식에 대한 고집과 자존심 때문이라고 했다. 부득불 인구 100만 단위로 한 집 정도의 체인점이 있는 것이야 좋겠지만 그것도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자신이 개발한 음식이 정확하게 손님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빨강 바탕에 본점과 같은 흰 글씨체의 간판을 걸게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정직하게 영업하지 않는 경우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자신의 사진과 옥호를 제거해 버렸다고 했다.
자신의 음식을 모방하고 간판을 건 어느 업소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 째로 맛 있는 집’이라고 했다는데, 그래도 애교 있는 간판이라며 창업주 할아버지는 크게 웃으셨다. 그렇다면 가장 맛있는 집은 어디일까? 할아버지집? 아니면 어머니나 아내가 차려 주는 정성어린 음식이 있는 집, 바로 우리집이겠다. 양평신내서울해장국집 해장국 6,000원. 내장탕 8,000원. 140명 동시 이용 가능.
보리밥과 개떡도 먹어 봐야 보리고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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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속담이 있었다. 계절은 봄날, 아직 보리는 익지도 않았는데 지난해 가을에 추수한 식량은 이미 바닥이 났다. 그래서 봄날은 궁핍했다. 암담하고 궁핍했던 봄날. 보리가 익을 때까지 넘어야만 하는 춘궁기 보릿고개. 지금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이 말을 알고 있으리. 얼마나 먹을 것이 없었던지 초근목피(草根木皮), 풀뿌리 나무껍질로 연명하기도 했다. 지금 자라고 있는 세대들은 이해하기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불과 50년 전, 이것은 바로 이 땅의 사람들이 겪었던 엄연한 현실이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돌이켜 보고 새 것을 알게 된다고 했겠다. 용문산 장군봉 아래 쪽 상원사 가는 길 용문면 연수리에는 ‘보리고개마을(031-774-7786)’이 있다. 이미 있던 마을의 23개 농가가 참여하여 도시사람들에게 궁핍했던 그 때 그 시절을 회고토록 하며 농촌생활을 체험토록 해주고 있다. 체험코스는 당일치기와 1박2일 두 가지가 있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디딜방아에 보리를 넣고 찧은 보리가루로 보리개떡을 만들어 본다. 쑥과 호박으로 쑥개떡과 호박개떡도 만들어 본다. 인절미를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밭에 나가서 고구마와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고 복숭아 밭에도 간다. 농산물수확체험을 해 보는 것이다. 농촌마을을 둘러보고 밤에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 먹으며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해 보기도 한다. 보리밥과 제철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빠뜨릴 수 없는 필수이겠다.
어린 시절 아빠 엄마를 따라가서 농촌의 이런 체험을 한차례 해 본다는 것은 일생을 두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용문산을 오르겠다는 산꾼이라면 가족 모두가 이 보리고개마을에서 1박 하고 부인과 애기들은 마을에서 농촌체험을 하도록 하고 산을 다녀 오면 될 것이다.
보리고개마을 예약 김장만 사무장(촌장) 031-774-7786. 010-4400-7786.
- 최상의 맛 그 비결은 중미산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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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산막국수(031-773-1834)’는 용문산이나 중미산, 유명산 자락을 달리는 37번 국도상의 최고의 명소가 됐다. ‘얼마나 맛있는 집이기에’ 하고 늘 관심을 가졌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녀온 사람들이 계속 제보해 주었다. 수차례 이 업소를 다녀오면서 느낀 바는 우리나라 산자락 외식업소들이 모두 이 수준이라면 산꾼들은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것이다. 만 10년 넘게 산자락 맛집들을 돌아보면서 얻어낸 소중한 자산의 업소다.
그렇다면 ‘중미산막국수’ 최상의 맛, 그 비결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식자재 구매에서부터 조리, 그리고 홀서빙, 식당의 위생상태와 분위기까지 모두가 완벽하다는 품평을 받고 있는 업소, 먼저 업주부터 탐구해 봤다. 이 집에서는 몇 가지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띈다. 첫번째는 4대가 한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송용옥(宋龍玉) 할머니와 며느리 사분희 여사가 식당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고부간의 정겨운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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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주인 윤광규님은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윤 박사’ 로 호칭되고 있었다.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것이 아니라 식당경영을 위해 철저하게 공부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친구들이 ‘식당경영학박사’를 별명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윤박사’는 소중한 시간을 할애, 전국 각지의 이름 높은 외식업소들을 돌아보는 것이 일상이라는데, 자신의 직업에 대한 높은 자긍심과 철저한 프로근성으로 가장 합리적인 식당경영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업소를 찾는 ‘고객들의 행복이 바로 자신들의 행복’이라는 업주는 이윤이 많이 나온 달에는 혹, 너무 적은 인력으로 종사자들이 혹사를 당하지나 않았는지 엄밀하게 챙겨 보기도 한다고 했다. 어느 단골은 주방과 식탁을 두루 돌보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안주인을 보고는 “한 집에서 참 오래 일하고 있네요” 라고 인사한다고도 했다. 주인과 종업원간 격의가 없는 업소라는 뜻이겠다. 주인 내외의 이런 자세와 모습만 보더라도 업소의 성공은 당연한 귀결임을 금방 알게 해준다.
1996년 12월 개점. 120명 식탁. 막국수 5,000원. 모두부 8,000원. 두부구이 9,000원. 편육·빈대떡 10,000원.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 글·사진 박재곤 산촌미락회 상임고문·경북대 산악회 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