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 부지 인수 주최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떨어지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이들의 주식을 매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또는 현대차의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더팩트DB |
[더팩트|황준성 기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주도해서 매입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는 이들 3사의 주가 하락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의 순환출자구조의 중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관측이다.
사실 정의선 부회장은 아직 기아차를 제외하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경영권 승계 때 방어가 불안한 상황.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 획득 등 경영권 승계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29일 장 마감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시가 총액은 지난 17일 한국전력 본사 부지 낙찰 전 약 99조956억 원보다 약 12% 감소한 87조여 원을 보이고 있다. 불과 시장 거래일 기준 9일만에 해당 3개사 총 시총이 한전부지 낙찰가 10조5500억 원보다도 1조여 원 더 감소했다.
현대차의 주가는 같은 기간 21만8000원에서 18만9500원(13%)으로, 기아차는 5만9000원에서 5만3200원(10%)으로, 현대모비스는 27만9000원에서 25만6500원(8%)으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현대모비스는 네이버에 시총 6위를 내주고 7위로 한 단계 떨어졌고, 기아차도 SK텔레콤에 밀려 10위로 하락했다.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 과정 및 낙찰가에 대한 타당성 및 투명성에 관한 의문점과 함께 3분기 실적 개선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잇달아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이 써낸 10조5500억 원은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감정평가액 3조3346억 원에 세 배, 재계 예상가격 5~6조 원의 두 배 정도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에게는 이 일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눈길을 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이 필요한 정의선 부회장이 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일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29일 장마감 기준 한국전력 본사 부지 낙찰 받기 전인 지난 17일보다 13% 하락했다. |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에서 기아차 지분 1.75%를 보유한 것이 전부다. 안정적인 경영 승계와 방어를 위해서는 반드시 현대모비스의 지분이 필요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31.88%), 현대위스코(57.87%) 등 계열사 지분은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언정 지배구조와 당장은 큰 관련이 없다.
재계는 현대모비스 지분 16% 이상을 확보하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이 없어도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지분 16%에 달하는 보통주 약 1560만 주를 사려면 지난 17일 기준으로는 4조3524억여 원이 필요했지만, 30일 기준으로는 4조여 원만 있으면 된다. 약 3000억 원의 차익을 얻는 셈이다.
여기에 홀로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31.88%(1195만4460주)로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만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같은 기간 30만5500원에서 32만3500원으로 5% 올랐고, 이에 따라 보유 가치도 약 3조6500억 원에서 3조8672억 원으로 약 2000억 원 증가했다.
또한 한국전력 본사 부지 건설 및 개발에 따른 반사 효과로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건설(38.62%)에 이어 2대 주주(11.72%)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수혜를 입어 기업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현대엠코를 흡수 합병해 기업가 크게 올랐는데, 이번 한국전력 본사 부지 건설에 현대건설과 함께 참여하는 보다 평가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 효과 역시 정의선 부회장이 누릴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예상보다 현대차그룹에서 비싼 가격에 산 것은 맞다. 이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 움직임은 없지만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주식하락은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