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 취재팀이 한라산 돈내코 코스 상단부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대피소 쪽으로 산행을 하고 있다. 돈내코 코스는 남국 제주의 4계절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코스다. 화구 남벽 아래에서 서벽으로 연결되는 탐방로에 눈이 쌓이고 있다. | |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
들머리는 남국선원 인근의 서귀포시 상효동 충혼묘지 앞. 햇볕이 따스한 초여름 날씨처럼 온화하다. '시온동산'이라는 표지석 옆 길로 들어선다. 허리 높이까지 쌓아 올린 돌담으로 구획 지어진 가족 묏자리가 모여 있는 이곳은 바람이 많은 제주의 전통 묘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이색적인 곳이다. 북쪽 정면 멀리 정상부를 바라보면 분화구의 모습이 마치 여인이 머리를 풀고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이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을 '할미산'으로 부른다고 한다. 300m가량 오르면 좌우로 가로지른 임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명의의 입산통제 안내판이 보인다. 각종 식물의 종자를 채집하는 '채종원' 구역이다. 돈내코 코스 개방 안내판도 있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200m쯤 가면 화장실과 탐방안내소가 있다. 이곳에서 '탐방로' 표지판을 보고 왼쪽 삼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돈내코 코스 산행이 시작된다. 삼나무는 제주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미끈한 나무다. 방풍림으로 즐겨 사용된다고 하지만 메타세쿼이아를 닮은 나무 모양 때문에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15년 만에 손님을 맞게 될 돈내코 코스의 평괴대피소. 내부는 자연암석을 깎아 만들었고 외벽도 돌로 돼 있다. | |
15분쯤 오르니 밀림지대 중간에 해발 700m 표지석이 있다. 이번 답사 코스의 최고 해발 고도가 1840m이니 앞으로 표고 1100m 이상은 더 올라야 한다. 계속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밀림지대를 걷는다. 등산로 바닥의 잘 정비된 돌계단에 낙엽이 쌓여 사람의 발길이 닿은 흔적이 없다. 때 묻지 않은 그 길을 밟으려니 순간적으로 왠지 미안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10분 후 닿은 '썩은 물통'이라는 곳. 이름 그대로 시커먼 물이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주변에 제주에서 자생하는 굴거리나무가 지천이다. 해발 800m를 넘으면서 조금씩 공기가 차가워진다. 가을로 접어든 느낌. 10분 뒤 '적송지대'라는 안내석을 보며 고개를 드니 지금까지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멋스러운 아름드리 적송 20여 그루가 서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솔향기에 취해본다.
동계 산행로 식별용 줄을 설치하고 있는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 | |
15분 후 만난 둔비바위 표지석이 남벽분기점까지 2.3㎞ 남았다고 알려준다. 어느새 밀림을 벗어나 완만한 오르막의 고원지대. 억새와 산죽이 많아지고 키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하다. 15분 뒤 도착한 평괴대피소는 재개방을 앞두고 내부 작업이 한창이다. 대피소 지붕에서 바라보니 그렇게도 멀게 느껴지던 분화구 남벽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부터는 봄철 철쭉으로 유명한 선작지왓 고원과 쌍벽을 이룰 만큼 산철쭉이 만발한다는 고원지대다. 10분 후 전망대에서는 남쪽의 서귀포 앞바다와 북쪽의 남벽을 번갈아 바라보기에 그만이다. 15분쯤 가면 작은 골짜기 건너 갈림길. 북쪽 정면의 웅장한 남벽을 보면서 15분만 오르면 통제초소가 있는 남벽분기점. 머리 위로 거대한 바위벽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느낌에 압도된다.
돈내코 코스 최상단부 남벽분기점에서 바라본 화구 남벽. | |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영실 코스를 잡으려면 대피소 왼쪽 길을 통해 남서쪽으로 가야한다. 봄이면 철쭉이 지천에 피어나는 선작지왓 평전이 시작되는 곳이다. 노루샘을 지나 탐방로를 따르는 길은 편안하다. 구상나무 군락지와 영실기암, 오백나한, 병풍바위 등의 절경이 잇달아 나타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영실기암 인근 하산길은 왼쪽이 절벽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멀리 서쪽으로 울룩불룩 솟아난 수많은 오름들도 매혹적이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영실매점까지는 1시간20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돈내코는 '멧돼지 자주 내려오던 길목' 의미
영실 코스로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영실기암의 비경. | |
이번에 돈내코 코스 재개방이 이루어진 데에는 1994년 7월 1일 통제 이후 식생 복원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있겠지만 관광객들을 좀 더 모으려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의 노력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돈내코 코스 산행은 새벽 항공편으로 갔다가 저녁 비행기로 돌아올 경우 당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왕복 항공료만 해도 10만 원 안팎인 데다 현지 교통비 식사비 등을 합치면 20만 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시간에 쫓겨야 하니 부담스럽다. 그러나 한라산 등반 및 올레 트레킹 전문 부산 소재 여행사인 '건건테마여행사(051-742-8967)'가 4일부터 연중 운영하는 '돈내코 등반 상품'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8만8000원만 내면 동양고속훼리 현대설봉호 편으로 금요일 저녁 부산서 출발, 토요일 산행을 하고 다음 날인 일요일 새벽 부산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현지 교통편(전세버스)까지 완비, 저렴하고 편한 데다 뱃길 여행의 낭만까지 즐길 수 있다.
◆ 교통편
- 터미널서 '516도로' 경유 서귀포행 버스 타야
제주공항이나 여객부두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후 서귀포행 시외버스를 탄다. 반드시 '516도로' 경유 버스여야 한다. 10~15분 간격. 요금 2500원.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정류장에서 하차, 들머리까지 1시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콜택시(064-762-0100)를 이용하자. 8000원~1만 원. 서귀포 시내 중앙로터리 부근에서는 3번 시내버스를 타고 웃법호촌에서 하차, 30분 정도 걸어가도 되고 그냥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9000원 안팎.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516도로'를 타고 서귀포 방향으로 가다가 1115번 도로(제2산록도로)로 갈아탄 후 남국선원또는 돈내코 탐방로 표지판을 보고 들머리 주차장으로 갈 수 있다. 공항에서 1시간 소요. 하지만 영실이나 어리목 방면으로 하산할 경우 차량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
문의=주말레저팀 (051) 500-5169 김원진 산행대장 016-803-2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