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그랜드 호텔 -호주 문학기행
김윤자
이 좋은 객실에서 나는 왜 가슴이 서늘한 걸까 넓고, 황홀한 방에서 아름다운 밤인데 계속 따라 붙는 생각은 내 조국의 가녀린 허리, 가냘픈 몸통이다. 한뼘의 땅도 소중하게 밟아온 내가 겉과 속이 넓은 나라의 호사스런 품에 안겨, 행복마저 눈물겹다. 본다이 비치 백사장을 저층의 날개로 다 품고 앉아 도로 한 블록을 가득 채운 살빛 궁전 새벽 산책길 위로 크는 호텔만 보아온 나는 옆으로 마음껏 자라 끝없이 뻗어나간 건물의 줄기 앞에서 눈시울이 시려 왔고 테라스에 마련된 야외 의자에서 태평양 저 너머, 바다를 딛고 일어서는 아담한 조국을 그리워했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 -서울시정일보 2013년 10월 14일자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