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영자씨의 다이어트가 크게 이슈화 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지방흡입수술을 한 사실을 감추고, 다이어트 비디오를 내어 자신이 운동으로 직접 살을 뺐다는 점을 증명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지방흡입을 해준 성형외과 의사가 모든 사실을 폭로하는 바람에 이영자씨는 우리 사회에서 거의 매장(?)당하게 되었다.
나 역시도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는 국민들을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나 흥분해마지 않았다.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에 의해 보이지 않게(그러나 보는 사람들은 다들 느낄 수 있게) 가라앉고 있는 이영자씨를 보면서 왜 그녀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을 빼려고 했는지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국민들을 속인 점에 대해서는 이영자씨 개인의 윤리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겠지만,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자만을 시종일관 비춰주는 매스컴과 이에 모든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사는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이 이영자씨를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녀가 날씬해져서 방송에 복귀했을 때, 그녀를 띄워준 매스컴과 그녀를 영웅시했던 뭇 여성들이 쉽게 보이지 않았던가?
천생연분, 장미의 전쟁 등등.... 최근에 한창 인기가 있던 프로그램이다. 나 역시도 누가 커플이 되고 누가 질질질 끌려나갈지 매우 관심있게 지켜본 시청자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이러한 미팅 프로그램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정성과 눈요기거리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비판은 너무 잦아서 이제는 식상할 지경이다.
약 6~7명의 청춘남녀들이 만나서 짝을 이루는 이러한 미팅 프로그램은 이쁘고 몸매 좋은 여성과 잘생기고 유머스런 남성이 게스트로 등장한다. 우리는 그러한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을 보면서 그 속에 자신을 투영하고 아름다운 여성, 멋진 남성을 꿈꾸게 된다.
'저 여자는 참 이쁘니까 저 잘생긴 남자와 파트너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 나도 저런 남성과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이런 생각은 미팅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배로 증가시키지만 이성을 보는 관점을 더욱 좋은 외모에 치중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선남선녀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매스컴은 아름다운 남성, 여성만을 보여주고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가상의 사회가 진짜 우리 사회라는 환상을 갖게 한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 남성들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기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이 또한 매스컴이다.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인정을 받으며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못생기고 뚱뚱한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다 깔끔한 외모에 세련된 스타일의 남녀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드라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억척스럽고 욕심이 많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렇게 대중매체는 우리 사회에 '아름답고 멋진 외모지상주의'를 심어 놓고 있다.
매스컴에서 보여지는 그대로 그것이 현실임을 믿는 대중들은 매스컴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시청자들이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일보다는 매스컴 스스로가 '보기 좋은 외모'만을 지향하는 일부터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스컴이 먼저 '아름답고 멋진 것만이 좋은 외모가 아니며,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을 기른 후 이를 대중들에게 전달한다면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 적인 시각이 많이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대중매체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한다.
한 가지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는 시사프로그램은 한 가지 주제만을 다루는 만큼 그 주제를 다각적인 부분에서 심도있게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시사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좀 더 신빙성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시사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풀어내려는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그 중 동성애처럼 평범하지 않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행자가 설명을 할 때 동성애자들을 부를 때 '그들'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동성애자가 아닌 시청자와 진행자 자신은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내용을 다룰 경우에는 동성애 자체에 문제를 두고 시사프로그램을 만들기 보다는 동성애자들이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점을 문제시 하여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진행자가 사용하는 호칭 속에서 동성애자들은 또 한번 소외와 차별을 받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자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도 그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다던지 뿌옇고 어두침침한, 은밀한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 역시 그들은 일반인들과 다르기 때문에 감춰져야하고 숨겨져있어야 한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그들은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편견과 소외를 다시 경험하게 된다.
물론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동성애자의 인터뷰 장면을 넣어야 하는 것인지, 어쩌면 그런 장면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닌지에 대해 고려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을 줄이자는 의도에서 생겨난 시사프로그램이 오히려 일반일들과 동성애자들의 차별을 조장하고 시청자들에게 자신과는 다른 그들에 대한 호기심만을 유발시켜 볼거리를 제공하는 쪽으로 변질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