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하기 위해 후로워에 나갔을 때 많이들 깜빡하고 질서를 깨뜨리는 경우가 있다.
음악 시작과 동시에 모든 커플들이 동시에 출발한다면 모르되,
뒤늦게 합류하려다보면 LOD 밖에서 예비보를 밟고 재빠르게 LOD 선상에 휩쓸려야하는데
들어갈 때를 놓치거나 아예 배짱좋게 남의 흐름을 무시하고 LOD 선상에 떡~하니 들어가서 느긋하게
예비보를 밟다보면 뒤에서 진행해오는 팀의 진로를 방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사고의 원인이 될 수가 있다.
특히나 진행속도가 빠른 비엔나월츠의 경우는 더 더욱 심각하다.
결국 오늘도 꽈다당~ 그런 사고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오래전 나의 댄스초보시절 이 감당하기 어려운 빠른 스피드의 비엔나월츠를 추다가 내게 일어났던 참사를 여기 소개하려한다.
언젠가 어느 댄스 장소엘 갔다.
처음 가는 장소, 처음 만나는 분들이라 낯설고 생소하다.
서먹서먹하여 눈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늘 하던 식으로 홀 한 귀퉁이에 엉거주춤...
왜 그리도 분위기에 젖어들기 힘들고
왜 그리도 남들과 어울리기 힘든 지...
난이도 높은 월츠 휘겨가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고
뒤이어 비엔나왈츠를 하겠단다.
경쾌한 비엔나왈츠가 나오고
벽 쪽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있기에는
그 흐르는 음악이 너무 좋아
난 벌떡 일어나 어느 여성분께 정중하게 손 내밀어 홀딩하고
미끄러지듯 LOD 따라 빨려들듯 무리에 합류하여 돌아갔다.
200여 평 됨직한 홀.
초보에겐 당연한 순서인 내추럴턴으로 시작한 춤은 그 긴 두개 벽면이 다 지나가도록 내추럴턴을 계속하였고
세 번째 벽면을 들어섰을 때는 리버스턴으로 바꾸어 어지러움을 상쇄시켜야겠다고 잠깐 머뭇거렸지만...
순간 옛 선조들의 말씀이 뇌리를 스쳐갔다
"우물을 파더라도 한 우물만 파라"
생각해보라.
지금껏 선조들 말씀에 하나라도 틀린 게 있었던가?
나는 원래 소박하고 순진하여
남이 그렇다하면 재고해보지도 않고 그런 줄 알고 따르는 내가 아닌가?
"한 우물만 파라했겠다?"
오늘 선조님들의 그 깊은 뜻을 헤아려 볼 기회가 온 것 같아
세 번째 벽면에 이어 네 번째 벽면
그리고 출발했던 그 자리에 와서도 그대로 내추럴턴만으로 다섯 번째 벽을 타고 돌았다.
다섯 번째 벽면이 끝나갈 무렵
이젠 우물 파는 것도 좋지만 힘이 달려서 더 못 추겠다.
숨이 턱에 달라붙어 더 이상 호흡도 못하겠다.
이제 그만하고 자리에 앉아야겠다고 마음먹고 회전을 멈추는 순간
정말 우연의 일치였을까?
신의 조화였을까?
국민학교 5학년 때 만화책에서 읽었던
그 무시무시한 혜성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야 지구와 충돌하였나부다.
그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날
지구는 멸망할 거라 하드만
정말 이제 이 세상은 끝이 오는 가부다.
댄스홀의 그 노오란 은행나무 바닥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질 않나
옆 벽면의 그 커다란 통유리가 왼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 아래로 위로 그렇게나 빨리 돌아다니고
"쿠당탕~ 쿵"
앞에 쿠당탕은 숙녀 분을 끌어안은 체 바닥에 나뒹굴어 넘어지는 소리고
뒷부분의 쿵 소리는 벽면에 내 머리가 부딪치는 소리다.
이건 재해다.
엄청난 재해다.
혜성과 지구가 충돌하다니...
긴급재해수습위원회에서 파견되신 분들인 지 몰라도
갑자기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와 내려다보고 수근 거린다.
"괜찮으세요?"
"다치진 않으셨어요?"
"키득 키득..."
그런데 소리는 들리는 데
그 사람들도 계속 하늘로 솟았다 땅으로 꺼졌다 빙빙 돌아가고 있으니
그 분들을 바라보고 겸연쩍은 미소라도 보내긴 보내야겠는데 영~ 방향을 못 잡겠다.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향해 씨~익~ 웃었다간 바보소리 들을게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리따운 여성분이 다가오시드만
'넘어지시느라고 고생하였는데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신다.
말이야 그렇게 하였지만 실은 그게 이재민 구호품이란 거 다 안다.
이재민에게 가장 큰 고통은 배고픔일 테니 배를 채워주려는 것 다 안다.
주섬거려 짐 챙겨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오늘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분들이 자리하고 계셨다.
"하하하하
어쩌면 그렇게 나가떨어지시는 지
모든 분들께 오늘 확실하게 인상 심어놓으셨습니다. 하하하하"
난 슬그머니 그 저녁 사신다는 분께 물어봤다.
"담에 또 넘어지면 저녁 사 주시는 건가요?"
-오늘의 지혜-
[한 우물만 파면 숙녀분 껴안고 나뒹굴 순 있지만 머리 깨지고 엉덩뼈 다친다.]
PS: 사실 지금에야 고백하는데
그 당시 내추럴턴에서 리버스턴으로 발을 바꾸는 방법이 생각 안 났음. ^^
첫댓글 ㅍ 저는 내츄럴턴 만하고 어지러울만하면 구석에서 스탠드로 박자 맞추다 다시 돌진
카페 분위기가 식상 할 만하면, 잠을 흔들어 깨우는 근사한 글 올려주시는 은파님이 계시기에, 아가페 카페에 더 자주 기웃거리게 된답니다,, 재미나게 수필한편 읽고 나갑니다
체험담 잼있게 읽었씁니다~~~^^ 었그제 저도 비엔니 음악에맞춰 즐춤하다 황당한 경우를당해서...ㅎㅎㅎ 중앙선상에서 예비보라니.....상식을 벗어나면 재앙이될수도 있대요?
푸하하하~~~~~~(웃음이 넘 씩 씩 했남~) 에공.. 글 읽다 배꼽 잡았슴다... 울매나 아프고 정신 없이 부끄러우셨을까... ㅎㅎ
암튼 은파님 글솜씨는온세상이 다 알아준다니깐요... .. 그런추억이 있기에 지금의 은파님이 댄하시는거겠죠 은파님의 댄스열정은 끝이 없어라 .. 은파님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저두 여러번 넘어져본 기억이 나서리 남의일같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