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울을 보면 가끔 깜짝 놀란다.
“어? 이 사람이 나 맞나?”
젊었을 때는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사진 찍을 때도 턱을 치켜들고 “인생 별거 있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진 찍으면 자동으로 입꼬리는 내려가고 눈은 반쯤 감긴다.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다. 딱 “대출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같은 표정이다.
한번은 손자가 내 사진을 보더니 물었다.
“할아버지, 왜 화났어?”
그래서 말했다.
“아니다. 이게 평상시 얼굴이다.”
그러자 손자가 다시 묻는다.
“그럼 왜 슬퍼 보여?”
나도 궁금하다. 왜 그런지.
아마 삶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젊을 때는 몸무게만 신경 썼는데, 나이 들면 삶의 무게가 더 무겁다.
병원 갈 일은 늘어나고, 약봉지는 두꺼워지고, 기억력은 자꾸 어디에 두고 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예전에는 밤새 술 마셔도 다음 날 해장국 한 그릇이면 끝났다. 지금은 찬물만 잘못 마셔도 위장이 회의를 연다. 몸속 장기들이 단체로 “우리는 더 이상 젊지 않습니다” 선언한 느낌이다.
무서운 건 얼굴이다.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우리 아버지가 서 있었다. 순간 깜짝 놀랐다.
가만히 보니 내가 아버지 얼굴로 늙어가고 있었다. DNA는 정말 무섭다.
더 재미있는 건 사진 찍을 때다.
젊을 때는 카메라만 보면 자동 미소가 나왔는데, 지금은 사진 찍기 전에 다짐부터 한다.
“자, 살아 있는 사람처럼 찍자.”
그런데 결과물을 보면 주민등록증 갱신 안내문에 붙어 있을 것 같은 얼굴이다.
그래도 가끔 좋은 점도 있다.
젊을 땐 잘생겨 보이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건강해 보이면 성공이다.
누가 “얼굴 좋아 보이시네요” 하면 괜히 감동받는다.
거의 건강검진 통과 수준의 칭찬이다.
생각해 보면 노인의 얼굴은 참 신기하다.
웃는 듯하면서도 슬프고, 슬픈 듯하면서도 어딘가 익살스럽다.
아마 살아오면서 별일을 다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억울한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고, 자식 때문에 웃다가도 속상하고, 뉴스 보면 화나다가도 금세 잊어버린다.
그래서 결국 노년의 얼굴은 이런 표정이 된다.
“세상아, 웬만한 건 다 겪어봤다.”
오늘도 거울 속 내 얼굴은 여전히 애매하다.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런 표정이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