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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사진을 좀 찍어두려고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인터넷을 통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눈에 띄는 꽃동네 두곳을 발견했다. 한 곳은 전남 신안 임자도에 최근 조성된 튤립 군락지, 다른 한 곳은 경남 남해에 역시 최근 조성된 튤립 공원과 유채밭. 이리저리 밖으로 나다니느라 뉴스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었던 탓에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곳이었다. 이미 너무 유명해진 제주 유채보다 이 두 곳에 마음이 끌렸다. 관할 지자체에 문의 전화를 했더니 이미 만개했다기에 제주 비행기를 취소하고 장비를 꾸려 남도로 떠났다. (스튜디오하는 친구들, 대금결제를 몇달만에 받는다고 투덜대는데 나는 몇달이 아니라 일년후 장사를 지금 준비해야 한다. 쓰게될지 못쓰게 될지도 모르는 사업투자를 일년전에 지출해야하니 사업으로 따지면 참....)
이미 만개를 했다니 곧 꽃이 질테고 비소식까지 있어 마음이 급했다. 임자도에 들어가면 숙박업소가 많지만 축제기간이라 방이 없을까 싶어서 신안 읍내 모텔로 들어갔다. 주인아저씨께 죄송한 글이지만 오래된 모텔이라 허름하고 욕실도 불편하다. 밤 열한시가 지나니 마당에서 "예약을 하고 왔는데 방이 없다면 어쩝니까?" 항의하는 여인과 "늦게까지 연락도 없이 안오시면 오는지 안오는지 어떻게 알고 방을 비워둡니까" 항변하는 아저씨. 그러고보니 마지막 방을 우리 부부가 차지한 모양이다. 하나 남았던 방을 잡은 셈이니 허름하나마 차안에서 일박을 피한 것만도 황송한 일이다.
다음 날 아침 신안 점암 선착장에서 철선 타고 임자도로... 무려 사백만송이 튤립이 만개했다더니 과연 섬 곳곳에 튤립이 지천이다. 유럽이나 국내 유수의 테마파크에서나 보던 우아한 튤립이 코스모스마냥 도로변에 가로수처럼 피어있고 창고 벽화로 그려진 튤립도 독특하기만 하다. 사백만송이 국내 최대의 튤립 군락지라는 특성에 맞게 사진 촬영은 포커스를 '광활함'에 맞췄다. 초이가 가끔은 재미있는 앵글로 나를 머쓱하게하더니 이번에도 맘에 쏙드는 사진을 찍었다. 맨 윗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은 초이의 사진.
넓은 공간을 사진에 담을 때 보통 광각렌즈를 사용하게 되는데 파인더로 보이는 탁트인 공간에 도취해 셔터를 누르게 되면 촬영때의 시원하 느낌과 달리 사진에서는 임팩트는 없고 주제는 부각되지 않는 밋밋한 사진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보통 전경과 배경을 동시에 담아 주제를 살리고 원근감도 살리는 앵글을 잡게 되는데 초이의 사진을 보니 전면에 튤립을 클로즈업해 분위기를 멋스럽게 살렸다. 초이는 평소 내 메인바디 고장을 대비해 휴대하는 5D로 촬영을 하는데 초이에게 건네준 렌즈가 필요하면 촬영중인 초이를 불러 "렌즈 내놔!"하고 강탈을 한다. 인세가 들어오면 전용렌즈를 하나 장만해줘야겠다. 같이 쓴 책이라 주머니 돈이 쌈지돈이긴 하지만..
튤립도 최대군락지라는데 길이 7km ,폭 300~600m로 국대 최대 해수욕장 길이를 자랑하는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백사장. 2004년 임자도를 들어가 이곳에 갔을 때 그 규모에 앞도돼 귀가 멍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광할함을 부각시키려 적당한 위치에 사람이 들어오길 기다렸든데 백사장이 워낙 넓어 정말 깨가 쏟아지도록 뛰놀고 사진을 찍으며 해변을 거닐던 어린 연인이 앵글에 들어오는데 하세월이 걸렸다.
촬영을 마치고 섬구경을 하기위해 지도 선착장까지 걸어서 나왔다. 서울과 달리 담벼락이 낮고 대문들을 열어놓고 살다보니 집안 바당에 예쁜 튤립밭이 보인다. 주인아저씨께 마당 사진 좀 찍겠다니까 우리 마당이 그렇게 예쁘냐며 찍어보란다. 괜찮대도 떡을 내다주시고 양파즙을 내주시고 촬영을 마치고 가려니 양파즙 네포를 주신다. 남도여행때마다 물씬 느껴지는 따뜻한 인심에 마음이 훈훈하다. 염전 바닷물에 곱게 깔린 소금...입에 침이돌게 만드는 향긋한 대파 냄새..임자도의 특산물이다. 흐린 날씨가 아쉬웠으나 며칠간은 비소식이고 꽃도 질터라 아쉬움을 달래며 섬을 나왔다. 어느 덧 정오가 지나 임자도로 들어가는 차량행렬이 장사진이다...숨막히는 교통체증.
4월21일 임자도를 출발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경남 남해에 도착했다. 금산 보리암, 상주 해수욕장, 가천 다랭이마을, 물건리어부방조림, 죽방렴등등 헤아릴 수없이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남해대교 아래가 이순신장군이 전사하신 노량이다. 아름다운 바다경치가 보이는 모텔이 즐비한 남해대교 아래서 일박을 했다. 이른 아침 바다 위에 떠있있는 거북선을 마주한 이순신장군을 모신 충렬사를 둘러보고 찾아간 남해군 이동면의 장평저수지. 임자도를 보고 온 터라 규모가 작게 느껴져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호수변 유채꽃과 어우려져 조형미가 돋보이게 가꾼 꽃밭을 찍다보니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사진욕심에 도무지 촬영이 끝나지를 않는다. 임자도의 튤립은 많기는 하지만 일직선으로 심어진 터라 앵글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날씨마저 맞아떨어지면 수면에 나무가 비치면서 환상적인 사진이 나오던데 끝물에 찾아온 촬영여행이 아쉬웠다.
장평지 유채와 튤립
튤립을 마치고 찾아간 두모마을 유채밭. 다랑논 가득 넘실대는 유채가 가히 환상이었다. 이삼년전부터인가 바이오연료를 연구하느라 재배를 시작했단다. 며칠전 신문을 보니 바이오연료가 국제적 식량부족의 주범으로 저개발국가에대한 식량지원을 위해 바이오연료 개발을 중지해야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있다던데 두모리의 유채는 계속 가꿔질지 궁금. 촬영을 하면서 논두렁을 쏘다니다보니 내딛으려던 발아래 똬리를 틀고있느 시커먼 뱀한마리. 발바닥에 물컹하고 기분나쁜 감촉을 느끼거나 발목이 뜨끔할 뻔 했다. 사진을 찍다보면 피사체에 정신이 팔려 그야말로 등잔밑이 어두울 때가 종종 있다.
남해의 또다른 유채 명소 창선 삼천포대교. 차를 달리다 바라본 유채는 노란 은하수를 산등성이 가득하게 뿌려놓은 듯 아름다웠다. 기념사진을 찍는답시고 너나나나 할 것없리 꽃밭에 들어가 원형탈모처럼 여기저기 흘더미가 드러나며 망가진 유채군락, 까칠한 성격 탓에 한소리를 자주하고다니보니 그것도 정신건강에 좋지못한 것 같아 결심한바가 잇어 꾹꾹 눌렀지만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었다.
천연기념물 105호 경남 남해 물건리 어부방조림. 느티나무·팽나무·수리나무 등 8만여그루 활엽수가 마을을 감싸 해풍을 막아준다. 마을 뒷산에는 60~70년대 독일로 건너갔던 광부, 간호사분들이 정착한 독일임마을이 있다. 독일인 마을은 숙박이 가능하다.
남해 미조리 마늘밭..언젠가 개발로 인해 정겨운 풍경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싶어 차를 멈추고 사진에 담았다.
남해 금산 보리암. 지난 해 자전거여행중 사진을 찍었다. 태조 이성계에 얽힌 전설은 여기저기 전해지는데 금산에서 태조에 얽힌 전설이 있다. 고려말 이성계장군이 이곳에 올라 조선창업의 뜻을 굳혔고 왕위에 오른 후 이 산에 비단을 둘러 보답하고 싶어으나 불가하므로 비단 금 자를 써서 금산이란다. 산자락 아래 우측이 상주해수욕장.
지난해 자전거여행 중 촬영한 남해 죽방렴.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물목에 대나무 그물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는 원시어업인 죽방렴으로 남해 특산물인 멸치를 잡는다. 어부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 뜰채로 멸치를 건지는데 신선도가 아주 높아 최고의 값을 받는다고 한다. 지난 해 자전거 여행중 식당에서 상추쌈에 싸 먹어본 죽방렴 멸치는 훌륭한 보양식이자 맛도 별미였다.
봄여행을 일단락하니 지난 해 4월 11일 서울을 출발해 서해 남해 동해를 거쳐 집으로 돌아온 45일간의 3000km 국내 자전거여행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올봄 정신없이 다니느라 알아서하겠지 생각해 책이 나온 다음에야 표지와 제목을 확인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사전 마케팅 조사를 통해 위 두가지를 결정하는데 표지 디자인은 이 책의 주요 구매층이 될 사십대 남성을 타겟으로 했다네요. 제목은 자전거 생초보와 길치의 '대한민국 자전거여행'인데 지난 해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이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위해 출간한 물길따라 떠나는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과 헷갈지지는 않을지.. 여행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진짜 여행의 달인인 많은 분들 앞에서 민망하네요. 5월초에는 별다른 여행계획이 없으니 다시 스페인 사진을 까미노부터 시작하려합니다.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은‘부부 여행 작가’ 최미선와 신석교의 45일 간의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기를 담고 있다. 자전거 생초보인 아내와 유난히 길눈이 어두운 길치 남편이 자전거를 타고 전국 해안일주에 나섰다. 서울을 출발해 강화, 인천 차이나타운, 안면도 자연휴양림, 서천 마량 포구, 영광 법성포, 해남 땅끝 마을, 완도읍, 통영, 삼척, 경포대, 홍천을 지나 다시 서울까지…. 자동차로 다니면 볼 수 없는 이 땅의 아름다움과 자전거를 통해 얻게 된 삶의 여유와 풍성함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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