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거위벌레의 사랑
불암산의 왕거위벌레를 관찰해온 지가 참 오래 되었다.
그러나 녀석들이 사랑을 하는 장면은 때를 맞춰 늘 관심을 갖고 살펴왔으나
발견할 수가 없었다. 오늘 운이 좋은 날이어서 그런지 그 사랑의 현장을 목격
하였다. 정말 보기 힘든 장면을 말이다.
허나 조그만 녀석들이 워낙 예민하여 한순간 날아가 버리니 ..........아쉽기도
하고 ........ 녀석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왕거위벌레는 생김새도 특이하지만 암놈은 목이 짧고 수놈은 목이 몸에 비해
매우 길다. 예민한 녀석들이라 접근을 하면 하던 짓을 멈추고 목을 길게 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위험을 느낄 경우 몸을 공처럼 말아 또그르르 풀숲
으로 떨어져 숨어버리기도 한다.
연한 참나무 잎을 좋아해 그걸 먹고, 참나무 잎을 교묘히 재단해 알을 낳고 돌돌
말아 야무지게 새끼집을 만든다. 부부 금슬도 좋아 부부가 함께 알을 낳을 집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가을이면 그 잎은 떨어져 다른 낙엽들과 함께 쌓이고, 추운
겨울을 넘으면 그 속에서 새 생명이 태어날 것이다.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이들은 자기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며 살다가
사랑을 하고, 알을 낳고, 짧은 생을 마감하면, 겨울을 보낸 그 후손들이 이듬해에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보며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 생명의 오묘한 섭리를 보면 하늘을 우러러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의 사랑의 결실로 그 후손들이 아름답게 태어나고, 세상의 빛을 보며 감격하고,
푸른 숲속을 마음껏 날아다니길 바란다. /글, 사진 2016. 7. 25. 최멜라니오
위험을 느낀 두 녀석은 나뭇잎 속으로 피해 잠시 속삭이는 듯 하다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왕거위벌레 암놈
왕거위벌레 수놈.
나무잎에 구멍은 녀석들이 먹어치운 부분이다.
알을 낳을 집을 만드는 모습.
암놈이 재단할 참나무 잎을 일단 세로로 잘라 굽게 만들어 놓았다.
그 아래로 수놈의 모습이 보인다.
알을 낳아 놓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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