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도 월령산 산행
오늘은 9월8일 토요일 새만금 방조제가 축조된 덕에 섬이었던 신시도를 육로로 갈 수 있어 월령산을 가기로 한 날이다. 9시경 모여 출발하기로 했는데 신부님과 헬레나 자매님 아들까지 모두 14명이 9시 20분경 이보우 마르띠노와 하병열 하비에르차로 출발하였다. 다행스럽게 비가오지 않아 맑은 날씨가 한층 상쾌하게 여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군데군데 볼라벤과 덴빈이 할퀸 상흔들이 보인다. 부러진 나무는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주저앉은 벼 찌부러진 비닐하우스가 너덜거리는 비닐을 잡아 흔들고 있다. 인삼밭의 차광막이 부서진 채로 을씨년스럽게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심원을 지나며 이선아 젤마나 자매님이 남편에게 배현상 콜베 형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려 준다. 오늘은 마리아스텔라와 리나 축일로 세레나가 대녀에게 축하 전화를 하였다.
잠시 후 선운사 톨게이트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한참 달리다 10시가 좀 지나서 부안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화장실도 들리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 며칠 비가 온 탓에 하늘엔 뭉게구름이 피어올라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강한 햇살을 걸러주었다. 11시경 목적지인 신시도가 가까워 오자 멀리 고군산열도의 이국적인 정취가 풍기는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긴 채 그림 같은 배 몇 척이 시야에 들어오고 보트 두 척이 날렵하게 섬 사이로 푸른 바다를 가르며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휘돌아 달린다. 11시 10분경 신시도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을 메운 사람들이 하나 둘 배낭을 메고 산을 향한다. 오르는 길엔 예외 없이 태풍이 남긴 자국들이 선연하다. 푹 팬 길을 비켜서 걷기 쉬운 쪽으로 올라가니 키가 큰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월령 재에 도착하니 나무로 축조한 휴게실이 있고 음료수를 파는 곳에서 앞서 도착한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다가 외국인에게 권하며 기분 좋아 왁자지껄 하더니 사진도 찍고, 높아진 볼륨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우리도 물을 마시며 잠시 쉬며 숨을 고르고 후미의 교우들이 도착하자 다시 월령 산을 향했다. 오르는 길 가운데를 나무가 가로 막고 누워 있다. 오르는 도중 간간이 바라본 작은 섬과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며 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잠시 후 11시 35분경 우리는 해발 198m 월령산 정상에 도착했다. 잠시 쉬다가 다시 미니 해수욕장을 향하여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신시도 일대는 물론이요 무녀도와 선유도, 장자도, 관리도로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섬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고 옥 빛 하늘엔 변덕쟁이 화가가 금 새 다른 그림을 뭉게뭉게 피워 내며 갈매기의 날개 짓으로 연신 화면은 변신을 거듭한다. 내리는 양 길섶엔 키 작은 참나무들이 우리의 하산을 거든다. 12시 경에 도착한 미니해수욕장 간이매점은 자물쇠가 걸려 있고, 옆에 간이 화장실 이 보인다. 전주에서 왔다는 남녀 중학생 이삼십 여명이 때늦은 해수욕을 하며 한편에서는 음식을 먹으며 깔깔댄다. 바닥은 주워 오고 싶을 정도의 작은 돌들이 윤기를 내며 바닥을 메우고 있다. 여름에 오면 등산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고 낚시까지도 할 수 있을 적지다. 미니해수욕장 앞으로 다리에 이은 길을 내려고 대각산 자락으로 포클레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부님께서 좀 힘들더라도 대각산 정상에서 식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모두 대각산을 향했다. 안전 줄이 정상을 향해 말뚝과 말뚝 사이를 이어 주며 길 안내를 한다. 오르는 길의 기암괴석들이 무등산 입석돼 모형으로 금강산 만물상 모형으로 신비롭게 눈앞에 다가선다. 그동안 산행을 하지 못한 탓에 힘이 들기도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광의 포만감이 피로를 씻어 준다. 땀을 뿌리며 도착한 해발 187.2m 대각산 전망대 우리는 3층의 전망대 중 2층을 차지하고 허기를 메우기로 했다. 하병열 하비에르 가 오디 주를 내 놓고 최수관 바오로가 막걸리를 내어 놓는다. 각자 준비한 점심을 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김밥도 여러 종류요 반찬도 한 두 가지 씩 꺼내 놓는 것이 모아 놓으니 화려하다. 우리는 빙 둘러 앉아 식사 전 기도가 끝나자마자 부지런히 먹기 시작했다. 식사하는 도중에도 신성일 도미니코는 계단 옆에 자리해 있어 가끔씩 길을 터 주느라 바쁘다. 식사를 마치니 졸음이 몰려와 커피 한잔으로 달래본다.
눈 아래 보이는 구름을 두르고 있는 섬을 향해 보트 한 대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빠르게 다가선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과일을 먹고 식사 후 뒤처리를 한 뒤 20분후에 출발하기로 했지만 나는 볼일이 급해서 일행을 남겨두고 먼저 자리를 털고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엔 태풍에 씻겨 움퍽 꺼지고 찢긴 상처가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산 아래 가게에는 행객 몇이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고, 화장실은 보이지 앉는다. 서둘러 방조제를 향하니 부서진 창고 잔해가 저수지에 처박혀 있고 여기저기 어수선 하다. 뿌리째 뽑혀 처박힌 소나무와 꺾인 나무 둥지를 보면서 태풍의 위력을 가늠해 본다. 스마트폰 이 울리며, 단체행동을 하지 않아서 불만스런 목소리로 아내의 음성이 들려와 화장실이 급해 먼저 내려왔다고 하였다. 가는 길 가엔 매어둔 소 몇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고삐 길이를 반지름으로 원을 그리며 풀을 뜯고 있다. 월령 재를 오르는 길가엔 묻혔던 전선이 파헤쳐져 볼 상 사납게 검은 선을 드러내고 있다. 월령 재를 넘는 허벅지가 뻑적지근해지며 시원한 바람이 부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3시가 조금 못되어 주차장에 도착한 나는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보고 일행을 기다렸다.
3시 40분경 일행이 하나둘 내려와 휴게실에서 캔 맥주로 피로를 풀기로 했다. 이보우 마르띠노와 헬레나 자매가 이미 캔 맥주와 안주를 사버려서, 나는 소주와 꼬치를 사가지고 탁자에 둘러앉았다. 맥주와 소주가 다 비워지고 김병원 루카 형제님이 비용에 보태라고 10만원을 쾌척하여 모두 박수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4시가 좀 지나서 신시도 방파제 쪽으로 이동하여 사진도 찍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구시포 만선 횟집에 전어를 예약 하여 식사하기로 했다. 전어는 한상에 5만원에서 7만원 세단계로 우리는 6만 원짜리 세상을 예약 해 두었다. 6시경 만선횟집에 도착하니 전어요리가 다양하게 나온다. 전어초밥에 전어구이 전어튀김 그리고 메인 전어 회에 한잔씩 부어 넣는 소주가 기분을 돋우고 헬레나 자매의 코메디 성 위트가 분위기를 띄운다. 신부님과 오늘 운전하신 형제님 그리고 참석하신 모든 분들 수고 하셨습니다. 오늘 맑은 날씨를 허락해주신 주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다음에 또 즐거운 행사에 동참 많이 하시게요.
가을 하루의 일상
글/ 박성규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달리는 일탈의 기쁨
바랑엔 사랑과 정성이 담긴 소찬에 물 한통
신시도 하늘 화폭엔 변화무쌍한 뭉게구름
월령산 정상에서 땀 흘려 내려 보는 바다엔
옥수위에 올망졸망 솟은 고군산 섬 무더기
하얗게 물 길 가르며 보트 두 척 휘돌아 가면
놀란 듯 끼룩대는 갈매기의 한가로운 비행 쇼
미니해수욕장엔 때늦은 젊음들이 웅성대고
오르는 산 길 기기묘묘한 바위의 신비한 조화
대각산 전망대에선 누구나 크게 깨우치는 눈망울
평화로운 정취에 비명처럼 터지는 탄성, 그 여운
산행 뒤 전어 회에 마시던 소주한잔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