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1박 2일 성공회 영화 피정
대한성공회 서대구 애은성당
<현대사회에 깃든 신-영지주의라는 맥락에서의 시네마 탐구: 비관과 낙관을 중심으로>
일시: 2022. 12. 10 (토) - 11 (일)
장소: 대한성공회 서대구교회 애은성당 상록책방
해설: 김노엘
일정:
12월 10일 (토)
오후 9시, 밤기도
오후 9시30분, 영화 <헤어질 결심> 단체 관람
익일 오전 12시, 해설
12월 11일 (일)
오전 8시, 아침식사
오전 9시, 아침기도
오전 11시, 감사성찬례
오후 12시, 점심식사
오후 3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단체 관람
오후 5시 30분, 해설
참석문의
백년의 영화 김노엘 : 010-8284-7871
박바르나바 신부 : 010-3768-9344
주최: 백년의 영화
주관: 성공회 애은성당
!!식사와 잠자리를 위해 사전 참가자 예약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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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영지주의는 신플라톤주의 철학에서 파생되어 물질과 정신 간의 극단적 이분법을 추구했으며 그리스도교 이단으로 편입되었던, 초기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습니다. 영지주의자들은 현실과 물질세계를 그 자체로 악한 것으로 규정했고 구원을 위한 방법은 오직 현실을 거부하고 영적인 지식을 얻는 것뿐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이는 곧 이신칭의 등 그리스도교 신학의 부정과 더 나아가 당대 사회 내외적 불안으로 이어졌죠.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술 활동을 비롯해 초대 교부, 주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그리스도교 신학이 성숙해진 후에야 그리스도교가 받은 이러한 도전은 마무리가 됩니다.
그러나 약 17세기가 지난 오늘날, 저는 포스트모던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현대적 시대정신 아래에서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영지주의의 그림자를 봅니다. 세계의 파편화에 절망한 오늘날의 청년, 학생, 지식인, 예술가 등 수많은 이들은 더 이상 현실의 긍정적 측면에서의 변화를 믿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들만의 게토로 숨어들고자 합니다. 그들은 더 이상 세계와의 소통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오직 자신들만을 위한 이론적 무장을 논합니다. 마치 영적 지식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던 과거의 선조들처럼요. 비도덕적 세계에 대한 대안이라며 인류 멸망 같은 결론을 제시하는 식의 비뚤어진 농담들이 이런 세태를 대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공교롭게도 이런 처연한 시대정신 속에서 2022년 두 편의 유의미한 영화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이들은 각자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영지주의적 문제의식에 대한 서로 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을 따름입니다. 한 편은 절망 섞인 비관을, 다른 한 편은 따스한 낙관을 논하면서 말이죠. 비관을 말하는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은 이러한 영지주의적 자의식 과잉과 나르시시즘으로 인해 결국 세계는 멸망하고 말 것임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식으로 세계의 절망을 예리하게 도려내 스크린 앞에 드러냄으로써 영화는 오히려 현실의 우리가 그러한 사고방식으로부터 탈피할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낙관을 논하는 다니엘스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이런 시대일수록 더욱 정직하고 뻔한 정공법으로 돌아가야 함을 논합니다. 절망적인 시대일수록 더더욱 필요해지는 게 ‘사랑’이라는 닳고 닳은 가치임을 말하죠. 두 영화는 각각 다른 면에서 영지주의에 대응했던 초기 교부들의 노력을 닮았습니다. 이번 영화 피정에서는 두 편의 영화를 함께 보면서 그런 노력의 지점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참조 링크:
<헤어질 결심> 리뷰 영상 https://youtu.be/Cq0JkVEGIb4
<에에올> 가이드 리뷰 https://youtu.be/UF_lD4crsrU
<에에올> 스포일러 리뷰 https://youtu.be/a_llyDtbR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