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발의 추억
실제 겪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해 볼까 한다.
천하무적 무대뽀 아줌마라지만 그때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려온다.
............
결혼한지 4년째 어느 봄날이였다.
친정어머니 생신을 맞아, 모처럼 언니와 난 기차를 타고 남원에 내려갔다.
오호.. 럭키하게도 산동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바로 정차되어 있었다.
"계순아. 차 지금 왔으니까 출발할려면 멀었자나. 우리 짜장면 먹고 타자~"
둘다 아침부터 빈속으로 출발해서, 시간은 오후 2시를 향해가고 있었으니..
출발할 기미가 아직 안보이는 버스를 뒤로 등지고 터미널 식당으로 향했다.
"짜장면 곱배기 둘!"
그놈의 면발 참 쫄깃하다. 둘다 신이나서 먹어재꼇다.
식당 유리창 너머로 우리가 찜해놨던 시외버스에 사람들이 하나둘 채워지는게
보였고 덩달아 우리 배에도 짜장면발이 하나둘 채워졌다.
서둘러 짜장면을 밀어넣고 식당을 나와 버스에 올라탔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행사라도 하나?
어쩔수 없이 우린 제일 앞자리에 앞뒤로 나란히 앉게 되었다.
산길로 접어든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캬~ 차장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소리까지~
기분 좋은 고향길이였다.
10분쯤 지났을까.
계속되는 덜컹거림과 함께 눈앞이 아른한게 무언가 올라올듯 하다!!
"언니.. 나 토할것 같아.."
"순아.. 미안해.. 나도 토할것 같아.."
한번쯤 그런 생각들 했을 것이다.. 똥은 못참아도 토하는건 참을 수 있다고..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어금니를 꽉깨물었다.
드디어, 올것이 왔다. 생각보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정도 쯤이야. 조금 쓰긴 했지만 어떠랴, 냉큼 삼켜버렸다... ㅡㅡv
그것이 잘못이였을까?
삼켜진 그것에 대항하듯 이번엔 입안을 가득차고 터질만큼 그것들이 올라왔다.
볼은 터질것 같고, 꽉깨문 앞니 사이로 면발이 삐져나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앞에 앉은 언니의 어깨를 툭툭친 순간..
수줍게 돌아보는 언니의 두볼이 개구리마냥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ㅡㅡ;;
안면근육의 힘만으로 면발의 탄력성과 곱배기의 중량에 대항하기엔 부족함이
느껴졌고.. 차는 두 자매의 비극도 몰라주고.. 더더욱 요동쳤다.
결국 모든 상황들을 뒤로 하고 난 차창을 열어재끼고 분노를 터트렸다!!
푸압! 웨엑~ 웨엑~
후두두두두두두둑 후두둑 후두둑
이게 왠소리냐..
창문밖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멋졌다.
내가 쏟은 면발들중 반은.. 흐부끼다 나뭇가지에 걸려있었고..
나머지 반은 뒷창문에 달라붙어 있었다!!
(달리는 차창밖으로 토해보신 분들은 알것이다.
목을 길게 빼지 않으면 절반은 차에 다시 달라붙는 다는걸..)
구토후의 나른함과.
후두둑 소리가 끝난후의 적막함.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면발들의 흐부낌..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이 무척이나 클래식했다.
시간은 멈춘듯 미묘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우아하게 고개를 빼고 창문을 닫았다.
뒷상황이 궁금했지만..도저히 뒤를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때 또다시 후두둑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도 거사를 치른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 창문에도 면발이 몇개 드럽게 달라붙었다.
우린 둘다 아무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하필 앞좌석이라 기사 아저씨가 눈치채고 한마디 했다.
"아줌마들.. 고개를 쭈욱 빼고 하셔야죠 ㅠ.ㅠ
세워달라고 말을 하던지.. ㅠ.ㅠ"
...
그 사건 이후,
난 세상에서 하지 말아야 할것 두가지를 배웠다.
1. 짜장면을 급하게 먹고 비포장도로를 달리지 말것.
2. 달리는 차안에서 토할때는 최대한 고개를 내밀것.
첫댓글 짜장면을 하루에 한번씩 먹는데~~~ 던 절약될듯하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