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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조성희 - 시놉시스
미니 시리즈
그녀는 예뻤다
극본 : 조성희
연출 : 정대윤
방송 : 2015년 9월 16일 (16부작)
◉ 등장인물 ◉
1. 주요인물
▶ 김혜진 (12세→30세 / 여 / 취준생 → 잡지사 관리팀 인턴 → 잡지사 편집팀 )
학창시절. 학교에 그런 애 하나씩 꼭 있었다.
전교에서 제일 예쁜데 집도 부자인데다 공부까지 잘하고,
재주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걸로도 모자라
성격마저 심하게 좋아 얄미워할 수조차 없는 애.
말하기도 숨찰 만큼 모든 걸 다 가진, 그런 애.
혜진이 바로 그런 애다. 아니, 그런 애, ‘였’다.
잘나가던 아빠의 출판사가 쫄딱 망하며 어느 순간 富를 잃었고,
알바전선에 뛰어들며 상위권 성적도 잃었다.
그 정도에서 끝나줬다면 좋았으련만.
좀 많이 섭섭한 외모의 소유자였던 외할아버지께 물려받은 유전자가
어딘가 꼭꼭 숨어있다 뒤늦게 발현.
사춘기 시절 역변을 겪으며 잃다잃다 그녀는 미모까지 잃고 말았다.
지금 그녀에게 남은 거라곤 학자금 대출금과
안쓰럽기 짝이 없는 스펙의 취업장수생이란 초라한 신분 뿐.
찬란하게 빛나던 주인공 같던 그녀의 인생은 그렇게
누구하나 거들떠 봐주지 않는 엑스트라 인생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지금 최대의 꿈은 탄탄한 회사의 꼬박꼬박 월급 받는 ‘직장인 되기’ 다.
그런데 어느 날. 밍밍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일상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15년 전 헤어진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 뚱땡이 지성준에게 연락이 온 것!
하지만 가장 빛나던 시절의 그녀만 기억하고 있을 그 앞에 도저히 나설 자신이 없는 그녀는
절친이자 9등신 미녀 하리에게 부탁한다.
“내 대타로 성준이 좀 만나줘. 오늘 딱 하루. 걔 앞에서 니가 김혜진이 돼줘!”
결국 하리의 등을 떠밀어 대신 성준을 만나게 한 그녀.
첫사랑의 환상을 지켜준 것에 만족하고 성준을 추억 속 깊이 묻는 듯... 싶었으나.
이럴 수가! 얼마 후. 성준이 혜진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다.
그것도 그녀의 직장상사가 되어!
천신만고 끝에 취업한 회사의 직장상사가 첫사랑이라니!
게다가 그 놈은 하리를 혜진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 와서 들키면 이게 뭔 개망신? 들키기 전에 관둬야 하는 건가?
어찌할 바를 몰르겠는 그녀는 돌기 일보직전인데.
어라?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이놈, 입만 열면 막말은 기본에 독설은 옵션이다.
순둥이 지성준은 찔러도 피한방울은커녕 악 소리도 안낼 것 같은 냉혈한이 돼있었다.
“김혜진씨 어디가 좀 모자라요? 아님, 바보에요?”
어느덧 첫사랑에게 막말을 듣는 게 일상이 돼버린 그녀.
어느새 아련한 첫사랑은 끔찍한 악몽으로 돌변해버리고,
지성준과 같이 있는 이곳이 지옥인가 싶을 지경이 된다.
더 이상 그녀에게 첫사랑인지 나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중요한 건 오로지 월급사수뿐!
지성준 따위 신경 딱 끄고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월급을 위해서.
난 진짜지만 그 앞에선 철저히 가짜가 돼야한다! 월급을 위해서.
그런데 이상하다. 성준과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마음이 변한다.
자꾸 밝히고 싶어진다. 다 말하고 싶어진다.
내가 어린시절 니 첫사랑 그 김혜진라고...
그래. 말하자. 말하는 거야. 괜히 아등바등 감추다 소중한 친구를 잃는 건 바보짓이야.
그렇게 성준에게 모든 걸 밝히려는 순간. 혜진은 알게 된다.
석 달 전, 딱 하루. 자신의 대타로 성준을 만났던 하리가
그동안 혜진인 척하고 계속 성준을 만나왔단 사실을.
그리고 하리는 이미 성준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진짠데, 그 놈 앞에선 철저히 가짜가 되어야만 한다.
▶ 지성준 (12세→30세 / 남 / 잡지사 부편집장)
환골탈태란 말은 그를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말일지도 모른다.
남성 패션지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늘씬한 현재 모습과 달리,
사춘기 전 까지는 외모도 성격도 찌질 그 자체였다.
또래보다 키는 10센티쯤 더 작았고, 몸무게는 10킬로그램 쯤 더 나갔으며,
여자애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수업시간에 발표도 못할 만큼 성격은 소심함의 끝을 달렸다.
옆집 사는 같은 반 인기걸 혜진과 소심보이 성준 사이에 한동안 교류랄 게 없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단짝이 되고,
엄마의 죽음이란 큰 사건을 겪으며 혜진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특별한 존재가 되지만. 성준네의 갑작스런 미국행으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만다.
처음 이민 갔을 땐 말도 안통하고, 뚱뚱한 외모 때문에 놀림도 많이 당했다.
친구도 없고 할 것도 없어 하루종일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고, 공부만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전교에서 제일 공부 잘하고 그림도 제일 잘 그리는 애가 돼있었다.
그러자 그를 무시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후 뭐든 그렇게 이 악물고 1등을 했다.
그래야 누군가 다가와 줬으니까. 그래야 친구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뭐든 top이 아니면 못 견디는 어른이 됐고,
명문 디자인스쿨 파슨스 수석 졸업 후, 글로벌패션매거진 ‘더 모스트’의 뉴욕본사 수석에디터로 근무하던 중. 모스트의 한국판 발행사인 ‘진성 매거진’의 최연소 편집장으로 파격 스카웃, 15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된다.
뭐든 1등에 대한 강박이 있는 워커홀릭인 탓에
일에 관해선 철저한 프로며, 자기 고집도 강하고 독단적인 편이다.
좋게 말하면,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
나쁘게 말하면, 싸가지를 어따 갖다 팔아먹은 듯 건방지기 짝이 없는 재수없는 스타일이다.
남 의견 공격하며 쏟아 붓는 독설은 수준급, 히틀러 뺨치는 냉철함은 지존급, 사람 자존심 뭉개는 건 기네스급. 못 마땅한 기획안은 제출자 눈앞에서 바로 휴지통에 처넣으며, 능력이 안되는 사람은 표정하나 안변하고 담백한 얼굴로 담담하게 뭉개주는 특기가 있다.
일 할 땐 누가 말을 걸어도 못 듣고 코앞의 사람도 못 볼 만큼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지랄 맞은 말본새 덕에 ‘지랄준’이란 별명으로 통하게 된다.
1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생각 난건 어머니, 다음은 혜진였다.
그동안 연애도 꽤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엔 늘 혜진에 대한 궁금함과 그리움 같은 게 있었다. 가장 행복했고 슬펐던 시간을 함께하며 위로받고, 추억을 공유했던 인생 유일의 진정한 친구이자, 소중한 첫사랑. 생각만으로도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그녀를 다시 찾고 싶었다.
갑자기 왜 연락을 끊은 건지, 잘 지내고 있는건지 궁금해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알아내는 데 성공. 15년 만에 재회해 어린시절 얘기도 나누고, 풋풋했던 기억도 함께 더듬다 보니,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회사에선 빡빡한 상사고, 다른 여자들에겐 건조한 남자지만, 혜진 앞에서만큼은 무장해제 돼 한없이 따뜻하고 스위트한 남자로 변하는 성준.
하지만 성준은 모른다.
그를 무장해제 시키는 아름다운 여인은 첫사랑 혜진이 아닌 그녀의 단짝 민하리란 사실을...
그가 찾던 진짜 김혜진는, 그가 그렇게나 못마땅해하는 같은 팀 말단인턴 김혜진란 사실을..
▶ 김신혁 (32세 / 남 / 잡지사 피쳐에디터)
모스트 편집팀의 피처 에디터.
시답잖은 농담을 즐기고 매사에 장난스러워 나사가 하나 빠진 듯 헐렁해 보이는 인물.
넉살 좋고 능청스럽다.
웬만한 일엔 긴장하지 않는 여유로운 성격으로 남 눈치 안 보고 할 말 다 하는 타입.
다들 눈치 보는 상사 성준에게도 웃는 얼굴로 해야 될 말, 하고 싶은 말,
심지어 하면 안 돼는 말까지 다 한다.
한마디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스타일.
툭툭 농담이나 던지는 별 생각 없는 놈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속도 깊고 영 생각 없는 녀석 같진 않다.
성격도 패션도 자유분방해 추리닝에 슬리퍼 찍찍 끌며 당당하게 출근할 때가 많다.
그럴 땐 영락없는 동네백수처럼 보이지만 슈트를 쫙 빼입는 날이면 제법 한 인물 나온다.
허허실실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특유의 말투도 그렇고,
개인적인 질문엔 장난스레 스리슬쩍 빠져나가는 것도 그렇고.
모두와 고루 잘 지내는 무난한 성격 같지만,
정작 제 속은 잘 안 드러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 미스테리한 인물.
겉으로 보기엔 자기 능력의 70퍼센트 정도만 쓰며 설렁설렁 일하는 듯 보이나,
타고난 센스로 결과물은 거의 훌륭하다.
포지션은 피처에디터지만 영화, 사진, 패션, 글, 그림 등 다방면에 재주가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재치 있는 기사 덕에 고정 팬도 꽤 있어 동종업계에서 꽤 탐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혁은 누구에게 잘 보이려거나 빨리 승진하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더 재밌는 게 생기면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이 다분한 자유로운 영혼이다.
회사생활이 슬슬 재미없어 질 즈음. 관리부에서 차출 돼온 인턴 혜진과 만나게 된다.
신혁의 눈엔 야무진 것 같으면서도 빈틈도 많고, 장난에도 잘 속고, 약 오르지만 약 오른 티 안내려 애쓰는 혜진이 재밌다.
밉지 않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혜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느물느물 놀려 먹는 재미가 쏠쏠해 회사 오는 게 다시 재밌어 진다.
이후 얕은 수 안 쓰고 묵묵히 제 몫 이상을 해내는 혜진의 에디터로서의 자질을 알아 봐 사수를 자청, 일도 가르쳐주고. 동성친구인듯 남매인 듯 우정을 쌓아가다, 어느 순간 그녀를 여자로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모스트 편집팀 안에 진성매거진의 모그룹인 진성그룹의 회장 손자가 근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과연 그게 누굴지 사람들의 촉각이 곤두서는데...
회장의 성은 김씨. 편집팀 안에 김씨는 신혁을 포함 모두 3명.
혜진은 딴 사람은 몰라도 신혁만은 절대 회장의 손자일 리 없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혜진은 알지 못한다.
신혁이 하리가 일하고 있는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월급쟁이 신혁이 어째서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살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소문 속 진성그룹 회장의 손자는 정말 신혁인 걸까?
▶ 민하리(12세→30세 / 여 / 호텔리어)
어떻게 저렇게 예쁠까 싶을 만큼 예뻐도 너무 예쁜 초미녀.
얼굴이 그 지경으로 예쁘면 몸매는 좀 덜 받쳐주는 게 일반적이거늘...
웬걸? 몸매는 얼굴보다 더 죽인다.
시원하게 쭉 뻗은 팔다리에 대문자 S가 완벽하게 겹쳐질듯 한 볼륨감 넘치는 퍼펙트바디. 이 정도면 어디 한군데 손 봤을 만도 하련만. 이런 이기적인 여인을 봤나.
얼굴도 몸매도 100% 자연산이다.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패션도, 취향도 화려하고,
시원하게 뻗은 기럭지만큼이나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감정표현에 솔직하며 남 눈치 안 보고 웃기도 잘 웃고 울기도 잘 울고,
생각난 건 바로바로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즉흥적인 성격에 싫증도 잘 낸다.
심각하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인 단순파.
하는 짓을 보면 철딱서니가 심하게 없어 보이지만
그런 면까지 아이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매력이 있다.
미녀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관대함의 모든 예를 보여주는 인물로
머리만 쓸어 올려도 알아서 떨어져주는 섹시함 덕에 남자들이 줄줄 따르고,
소지품을 흘리면 남자들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서로 주워주겠다 난리고,
알아서 대출해주고, 알아서 레포트 갖다 바치는 남학생들이 줄줄이였기에
대학도 꽤 좋은 학점으로 졸업했다.
한마디로 빼어난 미모 덕에 남들보다 덜 열심히 살아도 인생 편하게 풀리는 럭키걸.
남들은 예뻐서 마냥 좋은 줄 알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예뻐서 억울한 것도 참 많다.
예쁜 배우가 연기력이 조금만 부족해도 가루가 되도록 까이듯,
뭔가 죽어라 노력을 해서 이뤄내도 그녀의 진심은 안 봐주고
뭐든 미모로 얻어낸 거라 깎아내리고 폄하하는 무리들이 늘 있었다.
억울하기도 하고 진심으로 상처도 받지만 하리는 그럴 때 마다 생각한다.
‘꼬우면 니들도 이쁘던가~’
그렇게 가볍게 콧방귀 한번 흥! 뀌어주곤 훌훌 털어버리는 게 하리스타일이다.
12년 전. 부모님의 갑작스런 이혼 후 새엄마가 있는 집이 불편해져
평생지기 친구 혜진과 함께 산다는 조건으로 스무살 때 독립을 허락 받았다.
그 후 때론 오래 산 부부처럼. 때론 엄마와 딸처럼. 때론 친자매처럼. 때론 의리로 뭉친 형제처럼, 때론 이년아 저년아 지지고 볶고 싸우기도 하며 혜진과 10년 째 동거중이다.
따라다니는 놈들을 작정하고 이용해 먹은 적은 없지만 굳이 쳐내지도 않았다.
그 중 괜찮다 싶은 놈들과는 가벼운 연애도 할만큼 했다.
화려한 겉모습에 그녀를 가볍게 보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연애나 남자따윈 하리에게 대수롭지 않은 존재였다. 마음을 다 주지도 않았다.
엄마도 날 떠났는데, 하물며 그 놈들은 어떻겠는가 싶은 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수많은 남자를 만났어도 남자 때문에 애태우거나 가슴 절절하게 눈물 흘려본 적도 없다. 왜? 이놈 아니면 딴 놈들이 알아서 나타나줬기에 애인자리를 대체할 남잔 얼마든지 차고 넘쳤으니까.
그런데 그런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다.
인스턴트식 연애에만 익숙하던, 진정한 사랑이나 절절한 로맨스 따윈 개나 줘 버리란 생각이던 그녀가 태어나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픈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근데 하필 그놈이, 모든 걸 다 줘도 아깝지 않은 평생지기 친구. 혜진의 첫사랑 지성준이다.
처음엔 딱 하루로 끝날 줄 알았다.
혜진의 대타로 성준을 만나러 나간 그 하루, 아니, 단 몇시간이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우연히 성준과의 인연이 계속 되며 어느새 그에게 빠져 버리고 마는 하리.
혜진에겐 비밀로 한 채 혜진인 척 계속 성준을 만나게 되고.
평생 비밀이라곤 가져본 적 없던 혜진과의 사이에 성준 때문에 자꾸 비밀이 생긴다.
그리고 어느새 성준을 향한 마음은 진심이 돼,
지성준이란 남자 때문에 난생 처음 가슴 절절함도 느끼고 눈물도 흘리게 된다.
사랑하는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남자와의 사랑사이에 혼란에 빠지는 하리.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 때문에 단순한 그녀가 자꾸만 복잡해진다.
나는 가짠데, 자꾸 진짜가 되고 싶어진다. 그에게 만큼은.
◉ 시놉시스 ◉
- 화양연화...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 주인공처럼 살게 되는 소위 말하는 전성기시절이 있다. 그런데 이 전성기라는 놈이 좀 심하게 빨리 찾아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그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김혜진. 현재 그녀는 친구 하리의 집에 얹혀사는 서른살의 편의점 알바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외모에 초라한 스펙.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거라곤 달랑 체력하나 밖에 없는 그녀지만. 사실 혜진에겐 사람들이 모르는 반전이 있다. 그녀는 예쁜어린이 선발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을만큼 인형처럼 예뻤고, 넓은 마당이 딸린 3층짜리 고급주택에서 돈걱정 따윈 모르고 살던 부잣집 외동딸이었다는 것.. 하지만 사춘기시절, 외모가 많이 아쉬우셨던 외할아버지께 물려받았던 유전자가 뒤늦게 발현되며 미모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평범녀가 됐고, 잘나가던 아빠의 사업마저 망해 집도 주저앉은지 오래다.
그렇게 인생자체가 통째로 역변해버린 그녀의 일상은 어느날.. 갑자기 날아온 이메일 한통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메일에서 첫사랑의 이름을 보는 순간 혜진은 다시 가슴이 뛰었다. 12살 때부터 3년간 매일 붙어 다녔던 옆집친구 성준..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후 이민을 가며 헤어졌었기에 더 애달팠던 첫사랑 그가 15년 만에 한국에 오게 됐다며 연락을 해온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앞뒤 안가리고 그를 만나기로 한 혜진은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나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다가오는 성준을 본 그녀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2미터쯤 튀어오를 뻔했다. 뚱뚱보였던 성준이 런웨이에서 방금 걸어나온 것 같은 미끈한 9등신 미남이 돼 나타난 게 아닌가! 충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너무 변해버린 혜진을 코앞에 두고도 그녀를 못 알아보는 성준. 혜진이 아닌 쭉쭉빵빵 미녀를 혜진으로 착각하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1차 충격에 이어지는 2차 대충격에 패닉이 된 혜진은 저도 모르게 성준을 피해 숨어버린다. 맞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지성준이 기억하던 난 지금 내 모습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실망시키지 말고 차라리 나타나지 말자.. 기억속의 아름다운 첫사랑의 환상이라도 지켜주자.. 결국 혜진은 도망치듯 성준을 피한다. 그런데 하리를 보자, 혜진은 순간 번쩍!! 묘수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돌아볼 만한 초미녀인 하리의 모습이, 성준이 상상하는 어른 김혜진의 모습에 가까울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예 안 나타나고 바람맞히는 것 보다는 오늘 하루 하리를 대타로 내세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혜진, 결국 하리를 설득한다.
“하리야. 니가 오늘 딱 하루만 성준이 앞에서 김혜진이 돼줘!”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던 하리. 하지만 혜진의 간절한 부탁에 더도말도 덜도 말고 오늘 딱 하루! 성준 앞에서 혜진인척 하기로 하고 성준을 만나고.. 하리는 혜진 대신 성준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헤어지는 순간, 하리는 성준에게 말한다.
“나 곧 유학가”
사실 하리가 대타로 나서기 직전. 혜진과 하리는 머리를 맞대고 첫사랑의 환상을 완벽하게 지켜줄 작전을 짰다. 15년 만의 재회..그리고 유학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또 한번의 안타까운 이별.. 첫사랑의 환상은 환상대로 지켜주되, 더 이상 만날 필요 없이 오늘 하루로 이 만남을 아름답게 끝낼 방법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었다. 그렇게 혜진과 하리의 계획대로 지성준 첫사랑 환상 지켜주기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는 듯... 싶었는데...아뿔싸! 인생은 기묘하고 불가측한 것이라 했던가! 얼마 못가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고 만다.
얼마 후. 혜진은 일생일대의 소원이었던 ‘번듯한 회사의 직장인 되기’의 꿈을 이루고 세상을 다가진 기쁨에 젖는다. 국내 굴지의 패션 매거진 회사 ‘진성매거진’의 관리지원팀에 합격한 것이다. 비록 인턴이지만 혜진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어떻게든 버텨 최장수 사원이 되겠단 목표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데...그 기쁨도 잠시. 혜진은 그 순간 이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3개월 동안 차출 된 패션지 The most의 편집팀.. 그곳에 발령 받아 왔다는 새부편집장은 다름 아닌, 혜진의 첫사랑 그 놈.. 지성준이었다!
이 날벼락 같은 소식에 놀라 넘어가긴 하리도 마찬가지. 하지만 하리는 별일 아닐 수도 있다며 혜진을 안심시킨다. 어차피 성준은 첫사랑 김혜진은 이미 유학 간줄 알고있으니 동명이인으로 생각하고 넘길 테고, 따라서 절대 의심받을 일도, 들킬 일도 없을 거라는 게 하리의 논리였다. 혜진도 머리로는 그 말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 했던가. 성준을 마주치는 순간마다 혹시라도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혜진은 피가 말랐다. 엘리베이터에 단둘이 타기라도 하면, 심장마비라도 걸릴 지경이었다. 결국 이대로 버티다가는 제 명대로 못살 것 같다고 결론내린 혜진. 그토록 꿈꾸던 번듯한 회사원이 됐지만.. 눈물을 머금고 사표를 쓰기로 결심하는데...
어라라?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품안에 고이 사표를 품고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출근한 날. 혜진의 눈에 보인 성준은 더 이상 그녀가 알던 그 순둥이 지성준이 아니었다. 젠틀하고 유연해보이던 성준은 회의가 시작되자 돌변했다. 사람 의견 깔아뭉개는 건 수준급. 무안하게 만드는 건 지존급. 못되게 말하는 건 히틀러급이었다. 편안하게 웃는 얼굴로 사정없이 독설을 날려대는 성준의 소름끼치는 반전 모습에 직원들은 입이 떡 벌어지고. 혜진은 경악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집약된 성준의 싸가지에 당하는 희생자가 발생하였으니, 그 불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혜진이었다. 관리팀에서 얼결에 끌려와 편집팀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혜진이 성준의 눈엔 거슬렸고. 급기야 성준, 회의에 보탬도 안되는데 산소 축내고 앉아있지 말고 나가있으라며 혜진을 회의실에서 내쫓아버리기까지 한다. 그 후에도 성준은 혜진을 계속 모지리 취급하며 ‘자존심 몰살’이란 무엇인가를 시리즈로 경험시켜주고.. 혜진은 계속 되는 모욕감에 결국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이런 개땡땡을 봤나!!”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내가 미쳤지. 15년 전 코흘리개 시절 첫사랑 추억따위에 젖어 사표쓸 멍청해빠진 생각을 했다니! 오늘부로 내가 아는 지성준은 죽었어. 이제 악마같은 직장상사 지랄준만 존재할 뿐!! 결국 사표를 갈기갈기 찢어버린 혜진은 이를 악 문다. 그래! 이판사판이다! 들키면 뭐? 쪽한번 팔리고 마는 거지. 첫사랑이고 나발이고 이제 저딴 놈 신경 끄고 3개월 여기서 버티다 관리부로 돌아가면 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