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에 불어닥친 워크아웃 바람

[랜드키-인천]

정비사업에 불어닥친 워크아웃 바람

주민들, “사업성 악영향 미칠까” 우려
건설사, 기업 정상화 과정…“믿고 기다려 달라”

주거환경신문

2010년 08월 06일 (금) 16:40:42

김진성 기자 yearn7621@naver.com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농협 등 6개 채권은행은 지난달 2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금융권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65개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채권은행단에서 선정한 구조조정 대상에는 16개 건설사가 포함됐으며 이중 7개 업체는 D등급을 받아 퇴출 대상에, 나머지 업체는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됐다. 특히 워크아웃 명단에 포함된 건설사 중에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완료할 예정인 건설사도 있어 일부 정비사업구역에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건설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고 하면 금방 부도가 날 것 같다는 우려를 표하지만 워크아웃은 부도의 전 단계라는 개념보다는 기업구조 정상화 노력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한다.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전에 워크아웃 대상이 됐던 몇몇 건설사들은 이를 무사히 넘긴 바 있으며, 오히려 이전보다 나은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 워크아웃이란

워크아웃(Workout, 기업개선작업)은 채권자 즉, 채권은행단과 채무자인 건설사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회생방식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채권단이 판단했을 때, 기업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진행되는 만큼 부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판정된 건설사들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경영 정상화가 추진된다.

워크아웃 절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특정 회사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되면 채권단은 3개월간 해당 업체에 대한 채권을 유예하고 외부 실사기관을 선정해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와 자금 흐름, 사업 전망에 대한 정밀 실사를 진행한다. 이후 해당 업체는 이 기간 중 매출액·영업이익 등의 경영 목표와 인원·조직·임금 등의 구조조정 계획 등 자구계획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하며, 이를 채권단 회의에서 검토해 워크아웃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워크아웃이 확정되면 채권단은 해당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금융기관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나서게 된다.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자구책을 강구하는 것 보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정상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이지게 되는 이유다. 물론 워크아웃이 결정됐다고 해도 기업 회생에 너무 많은 자금이 소요되면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워크아웃과 정비사업

“우리 구역에서 선정한 시공사가 워크아웃 대상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앞으로 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까봐 우려됩니다.”

“재건축 아파트 준공을 앞두고 시공사가 워크아웃 대상 명단에 포함돼 분양이 어려워지거나 집 값이 떨어질까 봐 걱정됩니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결정된 건설사 중 정비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던 건설사도 포함되자 해당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한 정비사업 각 구역의 일부 조합원들이 다소 불안한 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우려는 비단 워크아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부도와 혼돈하면서 생긴 불안감 때문만은 아니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주민들은 정비사업진행에 차질을 빚거나 사업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이주비금융비용 등의 이자율이 높아지면 공사비가 상승될 것이고, 이는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와 직결되는 것 아닌가” “은행채권단이 부담이 높다는 이유로 워크아웃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미지만 나빠지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브랜드 가치 등을 통한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우려다.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몇몇 구역 조합의 경우 건설사에서 지원하는 조합운영비 등이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워크아웃 대상 기업 중 한 업체가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불안감이 가중됐다.

하지만 해당 건설사들은 “워크아웃은 더욱 안정적인 기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벽산건설 도시정비사업팀 이상웅 차장은 “벽산건설의 경우 하반기 대단위 입주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입주만 잘돼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주택시장의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보다 안전하게 기업 정상화 절차를 밟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며 “MOU 체결 전까지는 회사의 자체자금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이전과 다소 달라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MOU가 체결된다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워크아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보니 ‘워크아웃=부도’라는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은행의 지원을 받으면서 기업 정상화를 추진하는 만큼 믿고 응원해 주신다면 더욱 안정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불안정한 주택시장의 가운데에서 기업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방편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설사. 그리고 워크아웃의 과정 속에서 자칫 피해를 입을까 우려를 표명하는 조합원. 이들의 노력과 우려가 어떤 결과를 맺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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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관련 워크아웃  Q&A

Q. 기 선정한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진행하면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는 만큼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운 건설사를 선정할 수 있는가.

A. 계약서 상에 “워크아웃 등이 발생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계약서에 관련된 문구가 없다면 어떻게 봐야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법무법인 한결 이인호 변호사는 “만약 그러한 사유만으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면 기업이 더욱 어려움에 빠져 회생이라는 워크아웃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나게 된다”며 “워크아웃은 기본적으로 부도처럼 사업 진행의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미지가 나빠질 우려가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계약 해지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산하 안광순 변호사 역시 “그러한 이유만으로는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합측에서 우려 등으로 인해 계약 해지를 원한다면 민법상의 도급계약 규정에 따라 기정 공사비, 대여금, 대여금 이자 등의 손해배상을 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사무소 민음 박성훈 변호사는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것은 계약일방의 지위변화를 의미하는 것인 만큼 계약 해지 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이 계약 해지로 모아질 경우 해지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Q. 워크아웃이 진행될 경우 이주비 금융비용 등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가.

A. 워크아웃은 신용위험평가 C등급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은행 대여금의 이자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워크아웃이 회사와 은행채권단이 함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인 만큼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는 어떠할까. 이와 관련해 20여 년 간 은행에 근무한 바 있는 해오름법무사사무소 국윤삼 사무장은 “은행권에서 정비사업장에 자금을 대여해 줄 때 시공사는 보통 지급보증을 서게 된다”며 “워크아웃이 진행된다면 시공사의 신용 등급이 하락하고, 리스크(risk)도 증가하는 만큼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Q. 건설사의 워크아웃으로 인한 사업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분 등은 모두 시공사에서 부담하는가.

A. 많은 사람들이 시공사 워크아웃과 관련해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사업 진행이 늦어져 그만큼의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물론 MOU가 체결될 경우 해당 회사의 사업진행이 정상화된다고 하지만 체결 이전까지는 자금상의 어려움 등으로 사업지연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와 관련해 법률 전문가들은 “약속했었던 조합사업비 명목의 대여금을 지원하지 않아 사업에 손실을 보는 등 계약서 상의 내용과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손해배상 등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서 이행 여부와 관계없는 문제들의 경우 시공사와 조합의 귀책사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시공사가 정상적으로 활동을 진행했다면 계획대로 할 수 있었던 일을 워크아웃 등으로 인해 시공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는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