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집이란 게,
비 안 맞고 바람 막으면 기본은 하는 건데 아라뱃길에 6평짜리 컨테이너 하우스를 놓고 보니 이건 별장에 가깝다. 외장은 10mm 방부목 위에 연밤색 반투명 목재 전용 페인트를 발랐으니 외관으로 보자면 유명 관광지의 펜션 못지않다. 그럴싸하게 디자인된 카페 간판을 달고 지붕은 원형 사다리나 멋진 철 계단을 놓아 아라뱃길이 보이는 전망대로 사용하면 어떨까? 물론 유료다. 주말에만 그것도 일요일 오전만 문 닫고 나머지 기간 동안 건전한 물장사를 하는 거다.
내 생업이 그렇다보니 간혹, 집 한 채 지어놓고 보면 건축주는 당초 계획을 벗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앞마당에 핸드레일로 두른 목재 데크를 깔고, 그 위에 지붕이 있는 테라스 의자에서 거만하게 다리 꼬고 앉아, 똥 폼 잡고 믹스커피 한 잔 마시는 공간 하나쯤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린다. 이런 행위가 뭐 그리 큰 영화일까? 라고 애처롭게 굳이 묻는 다면,
그 건 영화다. 적어도 우리에겐,
먹고살기 바쁜 이 마당에, 돈 없어 승마 골프같은 하이 클라스 스포츠대신 운동화 하나에 빤스, 난닝구만 입고 뛰어다니는 저렴한 스포츠를 즐기는 흙수저 출신이니만큼, 저 근사한 컨테이너는 분명 우리에겐 사치다. 그러므로 유료사업 공식은 성립한다. 기왕이면 벌면서 즐기자 라는 개똥 컨셉.
집 나가면 개고생,
그나마 틀어박혀 있을 집조차 없는 인간들은 어떡허냐? 라는 명제에서 해방됐다. 장장 칠년 동안 전세 생활을 전전 하다가 의젓하게 마련한 6평 남짓한 새집을 짓고 보니 온갖 잡생각이 든다. 저걸 이용해서 어떻게 개수작 좀 해볼까....
어제 뱃길에 놓여진 커테이너에 가봤다. 집짓는데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기초공사가 아닌가. 소판 돈까지 투자된 마당에 부실한 시공은 도저히 눈감아 줄 수 없다 라는 생각에... 하부 구조를 뜯어보니 고르지 못한 흙바닥 높이를 맞추느라 50퍼센트는 토목공사가 필요해서 삽질을 한 흔적이 보인다. 다음엔 컨테이너를 받칠 구조재가 필요했는데 보통은 벽돌로도 네 귀퉁이를 지지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콘크리트 바닥의 경우, 여긴 흙바닥인데다가 식구도 삼십 여명 떼로 있어 자칫 바닥이 주저앉거나, 아니면 컨테이너 자체가 오래 될수록 침하되는 건 시간문제다. 튼튼한 고정 장치를 통해서 하중을 분담시켜주는 구조재가 필요했는데, 안심이다. H-beam 200x200x8x12 규격을 다섯 등분해서 균일하게 받치고 Beam은 자동차 휠로 단부를 고였으니, 우선 구조적으로는 변형이나 침하 등 문제는 없겠다. 갑자기 자동차 휠은 어디서 떨어졌노? 관련업에 종사하는 이석진 대표가 가져왔다.
남들 보기에 하찮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직접 일하려면 초보자에겐 만만치 않은 작업.
그러나 떼로 덤비는 식구들의 잡 기술은 대단했다. 일개 지역 작은 동호회에서 대낮 그것도 주말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수조 원 국가 예산이 투입된 공공장소에 허가를 받기엔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 이 불가능의 도전이 발단에 되지 않았을까? 여기서 돌쇠 이석표 전임 부회장과 그 짝 최오순 내외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최**시의원이 형부이기도 한 ‘빽’을 단단히 본 것. 수자원공사와 서구청에 민원을 넣어 극적 허락을 받아 냈다. 떡 본 김에 마침 하명식 총무의 거래처에 멍석같이 놓여있던 컨테이너가 수배됐고, 또 그 곳이 목재 도매상 이였다. 그럴듯한 외장재가 차곡히 쌓여 있어 일사천리로 외장재가 붙여졌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란 말이 있듯이 특별회비 말 나오기 무섭게 예산이 모였다. 모금된 돈은 사백 여만 원. 추가로 소요된 빔 받침대와 내장 마감공사 부족비용도 다시 충당됐다. 근사한 나무 장의자는 하명식 총무 일터의 아름드리 원목을 얇은 두께로 현장 기계가공해서 목수 손을 거치고 조남길 훈련팀장 (본업 국방부)과 최원웅 회원의 마감 도장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비용이야 십시일반 모였지만, 컨테이너를 해당 장소 까지 이동하는데도 카고오너 김기태, 상차시 폭이 너무 커서 지게차를 지원해 준 김종근 공장장, 컨테이너에 올라가 몸으로 때운 하총무, 신민섭, 김정석은 노가다 용어로 도비공 역활인데 산재보험도 없는 현장에서 한 겨울에 비 맞고 몸으로 울었다. 특히 하총무는 다음날 회사 무단 결근 했음이 밝혀져 향후 잘못됐을 경우 하총무의 밥 줄을 서인마에서 터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
현장 텐트에서 비 맞으며 일하고 있던 회원들에게 주댕이 마다 먹을 것을 채워 준 임희자 현 총무와, 장유정 회원, 윤순오 연합회 총무, 김미자 과장, 조연자 라이브 대표의 지원은 말해 무엇하랴.
준공된 컨테이너 내부에 들어가 보니, 길이 2미터가 넘는 멋들어진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업에 종사하시는 김춘옥 대표가 기증했다고 했다. 천정의 LED 전등이 두 개나 달려 있었는데 아쉽게 불을 켜 보지는 못했으나 해당 업에 계시는 인성식 고문께서 기증했다고 했다. 벽에 걸린 게시판, 칠판도 보였는데 박종철 회원이름으로 기증됐고, 내부 커튼은 김재범 자문 회원께서 기증했다. 아쉬운 것은 아직 전기가 인입되지 않았으나, 역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의정부 정금진 회원이 손수 내부 전기공사와 외부 전기 인입 공사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완성된 창고엔 벌써 비품이 꽉 들어찼는데 그간 서인마의 창고 공간을 빌려 준 한천덕 회원께서 앵글 선반을 기증하여 차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비오는 날은 노가다도 쉬는 날이다. 국경일보다도 확실하게 쉬는 날인데, 비 맞고 삽질한 분들이 있다. 하영기, 이형명, 이용선, 김광성, 감독 박종철, 김재범. 총 현장소장은 김용민 현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거기에 현장에 수시로 방문해서 먹을 것과 격려를 해 준 김경옥 회원, 최영준 전임 회장, 그럼 나는? 설계 입면도 하나 달랑...
그러나, 이름은 없으나 간절함은 생업에, 혹은 김장 질, 출장 질 등에 여념이 없었던 회원의 가슴에도 깊은 관심이 쏠려 과업 중에 수시로 떼톡에 눈 팅을 마다하지 않았으리라 본다.
이 쯤 되니 어찌 멋들어진 컨테이너 앞에서 개수작의 꿈을 꾸지 않으리...
혹시 차기 대선의 꿈을 지피고 있을지도 모를 장석이 회장의 앞길에 대박이 터지길 빌며 글을 마친다.
혹시 혁혁한 공과의 위 논조에 대하여 억울하다거나 누락된 분이 계시다면 덧글에 자필로 공과를 논하시길 바란다.
단,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 서류가 있어야 한다.
인감증명 1통, 호적등본 1통, 반명함판 사진 붙은 이력서 1통, 집세 계약서. 신체 포기각서 1통,...
농담이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 준 사례로...
첫댓글 홍고문님 전날보고하고 하루땡땡이^^
도야지.고구마. 도루묵.드럼통불담당 최영준고문 또말짱 도루묵 김기동 와리바시 땔깜 이석표 그라고 특훈한이몸도 현장에서 왔다리갔다리 했음니다
첨부서류 없지만, 인정하고 수고하셨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든분들 대단히 고생많으셨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