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痴]이란 어떤 것인가?
여태껏 지혜가 어떤 것인지 알아봤다. 그럼 이번에는 지혜의 반대개념인 어리석음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한국불교에서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인 탐진치(貪瞋痴)를 말하면서 어떤 것이 탐(貪)이고, 어떤 것이 어리석음[痴]인지 잘 모르고, 막연히 ‘욕심[貪]’, ‘어리석음’이라고만 하고 넘어간다. 벗어나야 할 대상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벗어날 수 없다.
삼독(三毒)에서의 탐(貪)은 마음이 고요하게 머물러 있지 못하고, 형상[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촉감[觸], 생각번뇌[法] 등의 감각적 대상을 끊임없이 쫓아가며, 취하는 것이다.
어리석음[痴]은 그런 대상을 취하는 행위와 그 행위의 결과에 대해 어두운 것이다. 어리석음을 뜻하는 痴(치)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moha(모하)이고, 이것은 무지(無知), 무명(無明)으로 한역되기도 한다.
어리석음은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것[無知무지], 자신에 대해 밝지 못한 것[無明무명], 자신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어두운 것[痴暗치암], 자신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즉 탐심(貪心), 진심(瞋心) 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깨어있지 못한 상태 등이다.
산스크리트어 moha(모하)는 알아차림의 상실, 망상헛것에 빠져 헤맴[迷妄, 惑溺], 어리석은 행위[愚行] 등의 뜻으로 痴(치), 妄(망), 愚(우), 愚癡(우치), 愚妄(우망), 愚貪(우탐), 痴妄(치망), 愚冥(우명), 無明(무명) 등으로 한역돼 있다.
<유식론>6에 “온갖 번뇌가 일어나는 것은 어둡기 때문이다”고 했다. 어두운 것은 망상이나 혼침(昏沈)에 빠져, 알아차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알아차리고 있는 동안에는 번뇌, 망상, 혼침이 있을 수 없다. <구사론>4에 “치(痴)는 우치(愚癡)함을 뜻하고, 우치함이 곧 무명이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어리석음이 어떤 것인지 알아봤다. 어리석음은 자신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고, 자신이 지금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더 심한 어리석음은 그 행위의 잘못됨을 옆에서 말해줘도 똥고집을 부리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자존심과 똥고집은 어리석음의 대명사다.
첫댓글 지난 6월 22일에 올린 글을 수정해서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