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만에 일광산을 찾았습니다. 임곡에서 올라 백운산 망월산 철마 아홉산을 거쳐 일광산 암릉으로 산행한 이후로 찾은 기억이 없습니다. 해운대-울산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이니 한 오년쯤된 것 같습니다 부근의 테마임도쪽은 몇번씩 다녀갔지만 불과 삼십여분 거리의 일광산은 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장 교리 초등학교에서 내려 흙시루 지나 기장 향교도 바라보고 길가의 피라칸다도 구경하고, 설악초도 구경하고 물들어가는 나뭇잎도 구경하고 인동초 덩굴같은 덩굴도 바라봅니다 제법 멋진 성당 건물도 바라보고, 한적한 집들도 지납니다 문득 새 한마리가 휙 날아와 이쪽 나무에 앉았다가 저쪽 나무로 날아가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뭔가를 알고 하는 행동인지, 아무 뜻없는 행동인지 궁금합니다 오랫만에 보는 피마자입니다. 씨에서 기름을 짜서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피마자도 구경하고 옥수수꽃도 지나고 한적한 농가 지나자 선배가 처녀바위라고 가르쳐 주었던 백두사 윗편의 바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슨 전설도 얘기해 주었는 데 그 때는 산네 대해 너무 무지해서 "이리 낮은 산의 바위에 뭔 전설?" 하면서 흘려 들어서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될까요? ㅠㅠ
뒷편의 바위가 제법 우람하게 보이는 백두사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의 기억으로는 이 절도 천년 고찰인 데 안내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좌측의 종각 부근으로 내려온 기억은 있는 데 주변을 둘러봐도 산행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전투산행으로 오를까? 하다가 잡목들에게 많이 긁힐 것 같아서
마당에 잘 가꾸어 놓은 국화 구경만 실컷 합니다 불사를 일으켰는 지 기억이 잘못되었는 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작고 초라한 대웅전이 있었던 것 같은 데 ...
옆으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 올라 갑니다. 지형상으로는 바람재까지 연결될 것 같습니다. 씀바귀 지나고 이런 낮은 산에 개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작은 개울도 지납니다
다른 곳에는 지고 없는 쑥부쟁이며, 배초향이며
야생화가 참 많이 보입니다. 일광 앞바다도 보이기 시작하고 햇살에 반짝이는 바닷물도 멋집니다
길 한중간에 뿌리내린 이 넘은 해국 같은 데 생명이란 참 신비합니다 어느 시인이 말한 "신이 주신 마지막 금빛 가사"를 걸치고 가을을 보내고 있는 나무도 지나고 이동항 넘어 칠암쪽 해안선이 아름다운 작은 반도도 보입니다.
임도의 한적함을 즐기며 일광정에 도착했습니다 쉼터앞의 일광 앞바다가 보이는 조망도 아주 빼어 납니다
건너편 달음산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적없는 임도를 따라 상념과 친구하며 걷다가 바람재 앞에 있는 작은 봉우리를 만나고 바람재에 도착해 정상을 향합니다
눈 앞에 보이는 정상이지만 계단은 많습니다. 다행인 것은 주변에 야생화가 힘든 발걸음을 도와 줍니다
불과 300여 미터의 정상이지만 조망 만큼은 탁월 합니다 앞으로는 일광 앞바다가 보이고
월례쪽도 보입니다 테마임도가 있는 만화리쪽의 한가로운 마을 전경도 보이고 멀리 금정산, 천성산 화엄벌쪽도 보입니다 기장은 작은 야산들이 오밀조밀하게 키재기를 하는 산세라 참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줍니다. 정상의 작은 돌무더기 지나서 제법 상그라운 암릉길을 내려와 첫번째 바위 군락을 만납니다 간식을 먹으며 침니를 오르내린 기억이 있는 바위지만 지금은 나무가 자라나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상 기후 때문인 지 철 모르는 철쭉이 보입니다
두번째 바위 군락 지나고
세번째 바위 군락 입니다 누군가의 소망이 무엇인 지를 상상해 보다 습지를 만나 신발 버리지 않으려다 깜빡 길을 놓쳐 버려 제일 큰 바위 군락을 지나쳐 버렸습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를 놓쳐 버렸지만 다시 오르며 습지 지나는 수고를 하기 싫어 또다시 다음을 기약합니다 ㅠㅠ 임도 만나고
예쁜 국화와 눈 맞추는 것으로 위안 삼아 봅니다 백두사로 돌아와 다음번에는 거꾸로 오를 것을 다짐해 보지만 그 때가 되면 기억이나 날지! 돌아가다 작전 나온 군인들 뒷모습을 바라보며 푸르렀던 날도 기억해 보고 여뀌와 칸나
거리를 지나는 가을 풍경을 즐기며 오늘의 산책을 마칩니다
꿈
예쁜 꽃이 피었다가 지는 길섶에는 스산한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가고 마음 한구석엔 아련함이 피어난다
산정의 울긋불긋 단풍으로 시작되어 길가의 말라버린 낙엽으로 끝나는 가을의 언저리를 서성이던 나는
아직도 치기어린 소년이었다 그 꽃이 아름답고, 그 바람이 자유롭고, 그 마음이 애처로와 영원히 이뤄지지 못할 꿈을 꾼다.
이뤄지지 않는 꿈을 가진 자는 언제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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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상의 변두리에서 원문보기 글쓴이: 남연
첫댓글 가을 산행 후기 잘 보았읍니다
역시.. 가을이라서 그런지 산들의 색깔이 너무 너무 이뿌네요.. 좋은 내용 매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