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속의 선운산은 2002년으로 멈춰있었다.
호의 기다림을 끝내고 샌드월이라는 루트의 등반 동작을 풀어본 기억까지가 스포츠 클라이밍에 미친듯이 몰입하던 시기의 끝이다.
2002년 가을 인공등반을 접하면서 나의 등반스타일을 바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5.13급 등반에 질려 버렸기 때문이라느게 맞을것이다.
2001년 2002년 정말 많은 시간을 선운산, 그중에도 속살바위에 몰두했었다.
워킹등반 후 가벼운 릿지와 슬랩등반 그리고 어렵게 만들었던 솔봉이 암장으로 이어진 20대의 산에대한 나의 관심이동은 자연스러웠다. 더 힘들게, 더 강한 강도의 산행을 찾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자극적인 등반으로 나를 밀어 붙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석굴에서의 마지막 담금질을 마치고 말로만 듣던 선운산 속살바위를 찾은것은 2000년 가을쯤이었다.
처음으로 속살바위를 대면 하고 그 위압감에 눌려 감히 하네스를 차지 못하고 움추렜던 첫 느낌, 그리고 만만치 않은 등반 길이와 난이도에 철저하게 깨지고 돌아온 가을 등반 후 겨울 내내 솔봉이에서 벽만 보고 지낸 2000년 겨울...
그리고 찾은 2001년 2002년 속살은 내게 엄청난 희열과 자신감을 안겨 주었다.
날카로운 바위의 감촉, 터질듯 부풀어 오르며 마비되어가는 팔뚝의 힘을 조금이라도 짜내어 쓰면서 살떨리는 추락과 성공의 경계를 오가며 등반하던 스트레스... 이런 것은 이전의 내 생애(비록 어린 나이이지만)를 통털어 경험해 보지 못했던 너무나도 강렬한 것이었다.
하지만 등반이 거듭될 수록 한 단계 한 단계 등급을 올려가는 일이 엄청난 노력과 집중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5.12급 초반엔 1,2 개월 만에 한 등급씩 등반을 올릴 수 있었으니 그저 재미있을 뿐이고 의욕에 불탔지만 5.13급 등반을 넘어설때의 그 긴 시간과 노력, 고통스런 훈련을 더이상 감당 한다는것이 정말이지 그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당시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한지 겨우 2~3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근육, 기술 모두 지금보다 부족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내 몸 구석구석의 힘과 정신력을 최대한 짜내어 등반을 해야만 했다.
손끝이 풀리고 있는 느낌을 느끼면서 다음 홀드를 위해 몸이 던져야 했고 클립할 힘이 없어 긴 추락을 감수하고 퀵도르를 거너 뛰면서 곤두서던 그 살벌한 기억, 크럭스에서 늘 잡지 못하던 아주 작은 홀드가 루트를 끝내는 등반에서는 클로즈업되어져 커지듯 분명해 지던 경험, 그리고 바들바들 떨리며 풀어지는 힘을 느끼며 마지막 볼트에 로프를 걸었을때의 희열....
지금은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런 경험들이 내게는 요세미티 등반의 자양분이 되었음은 분명한 것이었다.
지난 주말 오랫만에 속살바위를 다시 찾았다.
1년에 한 번정도 옛 기분을 느끼기 위해 찾았지만 이번엔 4월 등반을 이곳에 맞추었고 나에게 다시 예전의 등반 열정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면서 선운산을 향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매년 사람만 바뀔 뿐 자신의 목표하는 루트를 끝내기 위해 바위앞에 터를 잡고 있는 클라이머들과 루트에 걸려있는 수백개의 퀵도르들은 여전 했다.
등반에 몰입된 사람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는 사람들이 거쳐가는 곳이지만 속살바위는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있는듯 하다.
2008년 해야할 많은 목표들이 있다.
어제 난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6월 등반을 떠나기 전에 마무리 짓기를 바라지만 가능할지...?
다시 선운산이 크게 다가온다..!!!
첫댓글 ...
역시멋져용.....울 사부님 ㅋ 최고예용 ㅎㅎㅎ
크럭스를 넘을때의 공포와 쾌감이 공존하는 추억의 그 기분...!! 다시한번 가슴을 떨리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