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믿음과 십자가)으로 돌아가자(마르 8:31-38)
김진현 애다 신부 / 내수교회
2024년 올해 서울시 교육청에서 선정한 사자성어는 ‘본립도생’이라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뜻입니다. 우리 크리스찬에게 기본은 무엇일까요?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겠지요. 믿음이 없이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히11:6) 믿음이 없이는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 상속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오늘 창세기 말씀은 믿음으로 아브라함이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되고 사라가 많은 민족의 어머니가 되는 말씀입니다. 아브라함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더욱 굳게 믿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고 로마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죽은 자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게 만드시는 하느님을 믿었고 하느님은 그의 믿음을 보시고 그를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하셨습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믿음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습니까?
오늘 복음말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 때에 비로소 예수께서는... 그때가 언제입니까? 그때는 바로 베드로가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라고 고백한 때입니다. 그 때 예수님은 수난에 대한 첫 번째 예고를 하십니다. 고난 없는 영광은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죽었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시게 될 것임을 제자들에게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입니다. 주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얼마만큼 나의 자리를 주님께 내어드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까? 나의 생각, 나의 계획, 나의 목표를 포기하고 얼마만큼 주님을 의지하며 살아갑니까?
주님의 시대나 지금이나 ‘절개 없고 죄 많은 세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는 끊임없이 전쟁에 고통 받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조차 파괴된 이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의지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오직 주님을 향한 믿음과 십자가의 사랑뿐입니다. 그러나 믿음과 사랑은 말로만, 생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십자가를 지는 삶입니다. 물론 나의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혜로 구원받은 우리들이지만 디트리히 본회퍼가 지적한 것처럼 ‘값싼 은혜’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죽으심으로 얻어진 ‘값비싼 은혜’ 덕분에 우리는 주님의 자녀, 상속자로살아가는 것입니다. 사순절기 동안 주님께서 원하시는 십자가를 지는 삶이 무엇인가 기도하고 구체적으로 결단하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고통, 질병, 경제문제, 사회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내가 져야할 십자가는 무엇인가 묻고 기도하십시오. 사람의 일보다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합시다. 주님은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빙겐의 힐데가르다는 ‘하느님의 영광과 너의 구원을 위하여 겸손과 사랑을 구하여라. 겸손은 하느님과 함께 사는 내 삶의 영혼이요, 사랑은 그 육신이다’ 라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 겸손과 사랑으로 서로 용서하고 용납함으로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사순절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