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내 나이, 쉰을 훌쩍 넘긴 어느 날!
평생을 솥뚜껑 운전만 했지만,
이제는 남들 다~있는 운전 면허증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운전면허시험에 도전을 했다.
먼저 면허를 따려면 필기시험부터 통과해야하는데,
학창시절 시험 공부한 지가 어언~~40여년이 가까워오는데,
문제집을 봐도 까만 게 글씨요~하얀 게 종이라는 건 알겠는데,
도통 무슨 얘길 하는지...
하지만 한 번 한다면 하는 성격인지라~~
열공 끝에~ 단 한 번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
한층 어깨에 힘이 올라간 채,
주행시험을 위해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을 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훗날, 나에게 닥칠 시련(?)은 생각하지 못한 채,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쁨과 설렘에 들떠있었다.
그런데, 그 기쁨과 설렘도 잠시!
운전면허 학원에 방문한 첫 날,
젊은 강사 한 명이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일러주면서,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줌마 전담 강사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골 좀 때리겠네요“
하는 것 아닌가.
나이가 쉰이 넘으면 순발력도 없고 둔해서,
대부분의 강사들을 골 때리게 하는 모양이다.
기분이 좀 거시기(?)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지는 언제까지 청춘일 줄 아나보지!
나도 댁 같은 강사 만나면 골 때릴 것 같으니, 부디 만나지 않길...‘
빌고 빌었다.
그리고 드디어 주행 연습 첫 날!
악연인지...? 필연인지..?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바로 어제 그 젊은 강사가 내 담당 강사가 된 것이다!
‘진짜 재수가 없네~~’
그렇게 순탄치 않게 내 첫 운전면허시험 합격을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열심히 S코스도 잘 돌고 내가 생각해도 잘 한다 싶어
괄시는 안하겠지......??? 생각했는데,
주변의 경험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나이든 사람은 강사에게 수고비를 더 챙겨줘야 성의껏 가르친다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쉰이 넘은 나이에 도전한 운전! 이왕 배우는 거 잘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는 좀 둔한 건 사실이니,
가르칠 때 힘든 것도 맞겠다 싶어서,
감사의 표시를 위해, 50,000원 짜리 농수산물 상품권을 준비했다.
마침 명절 전이라서 자연스럽게 상품권을 내밀면서
“곧 추석인데, 돼지고기나 좀 사서 드세요~”
하면서 누가 볼까 싶어, 꼬깃꼬깃 접은 상품권을 강사의 손에 슬쩍 쥐어주었다.
고생하시는 강사님께, 답례를 했다는 뿌듯함과,
앞으로 좀 더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다음날,
나를 향해 씽긋 웃어줄 줄 알았던 강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 것 아닌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반응에 ‘왜 그러지..’ 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데,
어제 선물했던 상품권을 돌려주는 게 아닌가.
영문을 몰라 쳐다보니,
“아니, 이걸로 뭘 사라구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눈치도 없이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서 고기 사시면 되요~” 라고 하니,
이걸로 어떻게 고기를 사냐고 다시 되묻는다.
그래서 나는 다시,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면 사실 수 있는데... ”
내 대답에 더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강사의 얼굴을 보니,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다.
앗차 !
감이 와서 상품권을 펼쳐보니, 숫자 5옆에 동그라미가 달랑 세 개 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봐도, 5,000원 짜리 상품권이 아닌가...?????
당시 농협에 근무했던 남편은 월급 받을 때면 농협 상품권을
몇 장씩 배당 받아왔는데, 보통 50,000원 100,000원짜리만
가져 오기 때문에 아무 의심도 없이,
5자가 보이길래 준 것이 이런 황당한 실수로 이어지다니...
며칠 전 동네 반장이라고 추석 상여금으로 받은 2,5000원짜리 상품권 중
5,000원 권이 강사에게로 간 모양이다.
사실 받을 때도, 쩨쩨하게 30,000원이라도 주지..
25,000원이 뭐람! 했었는데... 그 상품권이 이런 참사(?)를 불러올 줄이야...
5,000원으로 고기 사먹으라고 했으니,
강사 입장에서는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죄인이 된 양 백배 사죄하면서 고의가 아니고 실수였으니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지만, 뭔가 껄끄러워진 분위기는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그렇게 불편한 운전 연수가 끝나고,
드디어 운전 면허증 취득에 성공했다!
시련을 이겨내고, 어렵게 운전 면허증을 따고 보니 성취감도 더 커졌고,
운전에 대한 재미도 막 느낄 때라서,
밤에 자려고 누워도 운전을 하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했다.
마침 추석 명절을 앞두고 풍기에 있는 시댁을 방문해야 하는데,
이번엔 드디어 남편과 교대로 운전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부푼 꿈을 안고, 고액을 주고 고속도로 연수를 시작했다.
초보가 대단한 열정이다.
그 당시는 뭐라도 열심히 했고 에너지가 주체를 못할 정도로 왕성한 50대였다.
하지만! 나의 부푼 꿈은 남편의 한 마디에 좌절되고 말았다.
“아니.. 안 그래도 명절에 차가 막힐 텐데.. 당신 때문에
더 막히는 꼴 보고 싶어?“
게다가, 이번에 뭔가 안 좋은 꿈을 꿨다고,
차를 두고, 기차를 타고 갈 예정이라고 했다.
섭섭하긴 했지만, 안 좋은 꿈을 꿨다고 하니, 일단은 후퇴!
나의 들떴던 꿈은 무산되고
남편과 막내딸과 함께 기차를 타고 풍기에 있는 시댁으로 향했다.
그 선택으로 인해, 우리에게 닥칠 일을 상상도 못한 채....
첫댓글 햐~~진짜 재미있는 단편소설~~
창작일것 같기도 하고 실화일것 같기도 하고~~
2부가 억수로 기다려집니다~~
창작이라니요?
실화지요..ㅎㅎ
재미있다고 하는 후배님이 그냥도 아니고
억수로 기다려진다고 해서 바로 올렸습니다...ㅎㅎ
학원 강사와의 에피소드가 슬그머니 웃음을 자아내게 하네요.
기왕에 '딴 면허증, 열심히 써 먹어야 해요. 나중에 하면 되지 뭐, 하고 장롱 속에 넣어두면 영원히 못 쓸 수도 있으니까요.
활발하게 운전하다가 사고 몇 번 치루고
폐차 할 만큼 대형사고 한번 치루고는
새 차는 기능이 거의 자동이라 겁이나서
지금은 본의 아니게 장롱면허가 되었네요..
이제는 나이도 있고 그냥 오래 살고 싶어 운전을 접고 있습니다...ㅎㅎ
불편하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