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저울 전문업체‘카스’의 경기도 양주 공장에서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 회사는 남미₩아프리카 등 세계 금융위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지역을 공략한 결 과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17% 증가할 전망이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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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점유율 70%, 세계 점유율 20%카스가 만드는 전자저울은 수퍼마켓이나 정육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부터 가정용 체중계, 고철 무게를 재는 산업용 저울 등 1000여 개에 이른다. 이마트 식품매장에서도 카스 제품을 쓴다. 이 회사가 매월 만드는 전자저울은 평균 5만 개 정도.
이 회사는 작년보다 17% 증가한 850억원의 매출을 올해 예상한다. 김기환 총무팀장은 "1987년부터 이어온 '흑자 경영'을 올해도 자신한다"고 말했다. 카스는 내년에는 매출이 1000억원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의 55%를 차지하는 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경기에도 수출이 느는 이유를 묻자, 김동진(金東珍) 사장은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은 지역을 공략한 결과"라고 말했다.
"저울 제품은 수퍼마켓·정육점을 비롯한 소매상이 주 고객입니다.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요. 올 초 미국과 유럽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아프리카·남미 등 제3세계 시장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올 초 파키스탄에 법인을 세웠고 콜롬비아·볼리비아 등 남미와 케냐·수단·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로 수출 지역을 늘렸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장 모두 올해 10~15% 정도 매출 신장을 예상한다.
이런 상승세는 중소기업답지 않게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 덕분이 크다. 13개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세계 150여 개국에서 제품을 파는 카스는 매년 1월 해외 현지법인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불러 전략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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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저울로만 20년 '외길'카스는 1997년 에밀레종을 위에서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무게(18.9t)를 재어 화제를 모았다. 국내 전자저울 시장의 개척자 격인 이 회사는 20년 넘게 '전자저울'이란 한 우물을 파왔다.
김동진 사장이 1983년 무게를 재는 핵심 부품을 개발, 85년부터 저울 생산을 시작했다. 87년부터는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수출에 본격 나섰다. 첫 수출국인 포르투갈의 경우 당시 '전자저울' 관련 법규가 없어 1년 반 가까이 포트투갈 정부 공무원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노력을 쏟았다. 저울은 같은 제품이더라도 중력과 지형, 지하자원 분포에 따라 다른 측정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도량형과 화폐 단위 등도 각국별로 맞추어야 한다. 카스는 매년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R&D(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카스는 두 가지 단기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중국 시장 공략. 올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의 재래시장 개선작업에 카스가 저울 공급자로 선정됐는데, 내년에는 중국내수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것. 또 하나는 항공우주기술 개발 등에 쓰이는 초정밀저울 분야 진출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쌓은 기술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드 셀(load cell)
전자저울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금속으로 만들었다. 로드 셀이 무게를 받으면 늘어나거나 휘어지는데, 이 변형되는 양을 컴퓨터로 측정해 무게로 바꿔 다시 숫자로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