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대나무길에 100리 자전거길도
부산이 ‘낙동강 시대’를 활짝 열었다. 대저·화명·삼락·맥도·을숙도 등 낙동강 5개 둔치가 수생식물원, 유채꽃단지, 탐방길을 두루 갖춘 천혜의 생태공원으로 탈바꿈, 시민 품에 안겼다. 부산광역시가 1995년 낙동강둔치 종합개발계획을 마련하고 정비사업을 시작한지 17년,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힘을 보탠지 3년여 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큰비만 내리면 강물이 넘쳐 수해가 닥치고, 너덜너덜 비닐하우스촌이 밀집해 있던 낙동강 둔치의 앙상한 기억은 눈앞에서 모두 사라졌다. 그 지저분하던 둔치는 말쑥한 생태공원 겸 시민 레저·문화쉼터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냥 달라진 정도가 아니다. ‘천지개벽’, ‘상전벽해’에 가깝다. 그 암울하고 낡은 기억을 떠올릴만한 무엇도 낙동강변에 더는 남아있지 않다. 풍요로운 ‘낙동강 르네상스 시대’가 본격 개막한 것이다.

비닐하우스촌이 밀집해 있던 낙동강 둔치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사진은
대저생태공원에서 가족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
부산, 낙동강 르네상스 시대 활짝
낙동강하구를 포함한 둔치는 세계적 철새도래지이자,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다. 특히 낙동강 이쪽저쪽의 을숙도, 삼락, 맥도, 대저, 화명 둔치는 총면적이 449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땅. 예로부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부산의 허파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 들면서 그 허파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로 생태계 보고인 습지와 초지가 줄어들고, 낙동강 중·상류로부터 오염물질이 흘러들었다. 둔치 대부분은 비닐하우스 같은 무단경작으로 본래 모습을 잃어갔다. 부산시는 1995년 낙동강둔치 종합개발계획을 마련하고 정비사업에 들어갔다.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 7~8년 사이. 정부는 3년 전부터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힘을 보탰다. 그 결과 낙동강 5개 둔치는 넉넉한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버려졌던 땅을 모두가 힘을 합쳐 자연과 문화가 꽃피고, 생명이 흐르는 시민공원으로 되돌렸다”며 “앞으로도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접근성을 높여 낙동강변이 명품 시민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하는데 한 치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저생태공원 물길 따라 유채꽃·보리밭 황홀
80만평에 이르는 대저둔치는 비닐하우스촌의 무단경작과 급속한 도시화·산업화로 본래 모습을 잃어갔다. 그랬던 대저둔치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화려하게 변신, 시민 품속으로 들어왔다.
부산시는 대저생태공원에 유채꽃단지를 비롯해 맥도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12㎞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길을 조성했다. 메타세쿼이아는 이미 나무를 심어놓은 상태로 20~30년 후 낙동강의 바람과 깨끗한 강물을 먹고 자란 나무가 가지를 쭉쭉 뻗으면 장관을 이룰 것이다. 대저·맥도생태공원의 메타세쿼이아길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전남 담양의 1.8㎞보다 9배가 긴 국내최장이다. 메타세쿼이아길 옆으로는 750m에 달하는 명품 대나무길도 만들었다. 아직은 연륜이 짧아 대나무숲의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는 없지만 전체 12㎞를 모두 이으면 메타세쿼이아길과 더불어 부산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품길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전망이다.
대저생태공원에는 유채꽃 단지와 명품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태호수와 자연관찰 데크, 잔디광장, 6종류의 체육시설, 시민들이 편리하게 공원을 찾을 수 있도록 주차장시설 등을 함께 갖추고 있다.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단지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화명생태공원 쓰레기 걷어낸 자리, 생태천국 변신
화명생태공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첫 결실이다. 화명생태공원은 낙동강 살리기 선도사업으로 2007년 7월 착공, 국비 400억원을 들여 완공했다. 둔치에 1m 높이의 흙을 쌓고 그 위에 야구장 2곳, 테니스장 10곳, 농구장 10곳, 축구장 3곳, 족구장 4곳을 지었다. 게이트볼장과 민속놀이마당에 주차장도 넉넉하게 들어섰다. 잔디광장과 수생식물원, 갯버들 10리길도 만들었다.
화명생태공원엔 낙동강 물을 끌어들여 만든 습지도 두 곳이나 있다. 습지에는 노랑어리 연꽃, 물옥잠, 수련이 춤을 추고, 가장자리에는 꽃창포가 밭을 이루고 있다. 습지 위엔 나무로 산책로를 꾸몄다. 그 곁으론 갈대, 갈풀, 띠, 세모고랭이, 수크령, 부들, 물억새, 자라말, 생이가래, 마름 등 키 작은 풀들의 천국이다.
화명생태공원은 낙동강 둔치의 자연경관과 생태하천, 습지, 갈대군락지 등을 최대한 살리면서 전망대와 산책길, 운동시설을 두루 갖춘 시민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이곳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화명생태공원은 야외수영장으로 더욱 유명하다. 지난해 8월 개장한 이 수영장은 성인용 수영장과 유아용 수영장이 따로 있고, 탈의실, 파라솔 같은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어 인기가 대단하다.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450여만 평에 달하는 낙동강둔치의 무단경작지와 비닐하우스가 사라지고 시민
공원이 들어섰다(사진은 삼락생태공원 산책길을 걷는 시민들).
삼락생태공원 야생화단지·갈대숲, 시민 품으로
삼락생태공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꾸민 생태공원 다섯 곳 중 가장 넓다. 지난해 개장한 물놀이장뿐 아니라 축구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의 체육시설이 인기다. 시민들은 공원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도시락을 즐기는가 하면, 낙동강변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조깅을 하며 공원 내 꾸민 숲길에 푹 빠지기도 한다. 삼락생태공원은 2.4㎞에 이르는 긴 산책로가 대표적이다. 가족, 연인과 함께 오순도순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삼락생태공원은 갈대숲과 습지가 많아 이를 보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대체습지는 26만8천㎡로 철새먹이터와 사계절 꽃단지 등이 조성돼 생태학습체험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봄에는 낙동강변을 노랗게 수놓는 꽃창포를, 가을에는 분위기 있는 억새와 코스모스를 볼 수 있다. 감전야생화단지에는 꽃창포와 부꽃, 함박꽃, 비비추, 벌개미취와 꽃범의꼬리 등 70여종의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지난해 개장한 물놀이장도 도심 속 오아시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심이 55~70㎝로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놀기에 그저 그만이다. 삼락생태공원이 가족나들이 명소로 이름을 얻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대저생태공원은 지난 5월 5일 개장했다.
맥도·을숙도생태공원 자연·인간 공존하는 쉼터
맥도생태공원은 낙동강 끝자락에 있다. 공원은 수생식물의 보고인 습지는 물론 푸른 잔디밭과 녹음 짙은 산책로 등을 갖췄다. 맥도생태공원은 다양한 운동시설이 큰 자랑이다. 낙동강 생태공원 중에서도 단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운동시설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 둔치를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길도 일품이다. 자전거길 양 옆으로 벚나무를 심어, 봄에는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자전거 하이킹을 즐길 수 있어서 부산의 자전거동호인들의 새로운 라이딩 코스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맥도생태공원은 생태공원답게 계절별로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논밭이었던 탓에 봄에는 보라색 자운영 군락이 펼쳐내는 보랏빛 꽃융단이 탄성을 자아낸다. 가을에는 삼각주 지역에 번성하는 은빛 갈대의 군무를 볼 수 있다. 봄 자운영, 가을 갈대가 맥도생태공원의 자랑이다. 봄과 가을의 빈 자리는 각종 운동시설과 생태학습장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부산시는 을숙도생태공원을 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쉼터로 만들 계획이다. 낙동강하구가 선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새를 관찰하고 자연과 어울려 낙동강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낙동강 물길을 따라 자전거길도 활짝 열었다. 을숙도하구~경북 안동을 잇는 자전거길은 총연장 385㎞. 이 길을 따라가면 운동효과 외에 상주보, 강정고령보, 창녕함안보 등 낙동강 8개 보와 하회마을, 삼강주막, 경천대, 해평뜰 같은 주변경관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부산 낙동강변이 자연과 문화가 꽃 피고, 생명이 흐르는 휴식공간으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낙동강 둔치가 시민생활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맥도생태공원은 수생식물의 보고인 습지는 물론 푸른 잔디밭과 녹음 짙은 산책로 등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