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온 지 1년반이 되었습니다. 지금껏 자전거를 이용하여 학교와 집을 오고가는 것은 큰 불편함이 없었으나, 사람들을 만나는 범위가 넓어지고 그로 인해서 이동거리나 빈도가 많아지면서 자전거 이용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국제면허증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 시험을 치러야만 합니다. 다행히, 운전면허증이 있는 외국인은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됩니다. 다만 합격점수가 100문제 중 90문제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제법 부담이 됩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이번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8월1일 한국에서 돌아와서 일주일 후,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첫단계로 한국의 운전면허증 공증입니다. 집에서 버스로 약 1시간쯤 가서 천진외국어대학 맞은 편에 있는 번역 및 공증소에 갔습니다. 아주 허름하게 생긴 건물이고 번역도 아주 간단해서 제가 직접해도 되지만, 오직 여기서 공증도장을 찍어야만 인정된다고 해서 중국돈 200원(한국돈으로 약3만 4천원)이란 비용을 들여서 지극히 간단한 서류작업을 했습니다.
두번째 단계로 30분 정도 걸어서 공안병원(한국의 경찰병원에 해당) 신체검사소에 가서 아주 간단한 신체검사를 해야 합니다. 다른 병원은 안되고 오직 지정된 곳에서만 해야 합니다. 도착해서 서류를 보여주니 창구직원이 저의 주숙등기(외국인이나 외지인이 이사왔을 경우, 인근 파출소에 전입신고를 하면, 파출소에서 발행하는 증서) 날짜가 작년거라서 안된다고 퇴짜를 놨습니다. 저는 이사온 후 변동하지 않았고,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비자연장시 이 서류에 대해 아무 문제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온 후, 집주인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고 같이 파출소에 가줘야겠다고 부탁했습니다. 왜냐하면, 주숙등기는 세입자와 집주인이 같이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집주인이 공안(경찰)이라서 사실관계를 알아보고, 다시 연락이 왔는데, 병원 직원이 잘못 알아서 그런 거라고 하며 아무 문제가 없으니, 다시 가서 신청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 병원에 아는 의사를 연결해 두었으니 그 의사가 모든 수속을 도와줄 거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틀 뒤, 병원에 가 보니 과연 전과는 달리 분위기가 바뀌었고, 그 의사 덕분에 순조롭게 수속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꽌시(인맥)’덕을 좀 봤습니다.
세번째 단계는 병원에서 버스로 약40분 정도 외곽에 있는 자동차 관리소에 가서 시험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여권, 주숙증, 사진, 신체검사증,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사본등 서류 한뭉치를 들고 가서 수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속에서 물어물어 시험신청을 했습니다. 그곳엔 한국사람을 비롯하여 몇몇 서양사람도 있었는데 행정처리의 복잡함과 언어적인 이유로 다들 통역을 대동(!)하고 와서 서류신청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신청절차를 다 마치고 나니, 다음주 화요일 오전8시30분 시험날짜가 잡혔습니다. 그리고 버스로 집까지 오는데 약2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 버스는 에어컨이 없는 버스라서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다음 단계는 시험입니다. 시험날 아침5시30분에 일어나서 버스 정류장 근처에 도로변에 있는 리어커로 된 노점에서 찌엔삥(밀가루와 계란을 빈대떡같이 펼친 후, 꽈배기 비슷한 튀김막대기와 장을 발라 만든 음식. 중국인들 출근길에 길에서 이 음식을 사서 먹음)과 두유를 들고, 버스에 타고 가면서 먹었습니다. 여느 중국인과 비슷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도착해서 시험시간 전까지 정문밖에서 기다리다 안내원의 인솔하에 건물로 들어가 시험장에 입장했습니다. 안내원의 간단한 설명 후, 호명에 따라 배정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험문제를 풀었습니다. 45분 동안 100문제를 풀어야 하는 관계로 저는 한국어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 문제가 ‘중국식 한국어’(?)라서 때때로 의미가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시험준비하면서 중국어로 된 문제를 풀어봤는데, 의미는 명확하나 45분 안에 다 풀지 못해서 한국어를 선택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어 문제 중 어떤 것은 오답이 번역상 정답으로 입력된 경우, 오답을 선택해야 점수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제가 풀었을 때는 이런 이상한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를 다 풀고 신청란을 누르면 컴퓨터가 바로 합격여부를 알려주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91점으로 통과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험 감독관이 합격서류를 주면서 운전면허증 신청하라고 해서 수속을 밟았습니다. 오후3시에 오라고 해서 무더운 뙤약볕에서 이리저리 기다린 후, 마침내 면허증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의 목표 중 자그마한 그러나 쉽지많은 않은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 감사!
* 한국에 있을 동안 많은 관심과 기도 속에 다시금 큰 힘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모든 분들에게도 주님의 보호하심이 늘 함께 하길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첫댓글 1점 보다는 넉넉하게 2점차로 합격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중국발행 면허증이라서 그런지 신부님이 중국사람 같게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