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초안 구성 중

[최윤환]

요즘 TV, 신문에서는 '협치'라는 말이 마구 쏟아진다.

나는 '협치'라는 말 뜻을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협치라는 단어를 검색한다.

'협'한자를 검색하니 70여 개나 뜬다.

'치' 한자를 검색하니 117개나 뜬다.

이들을 조합해서 단어를 만들면?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다.

수천 개의 단어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서 '협치'라는 용어를 뻔질나게 쓰는 것일까?

뜻 풀이가 수십 개일 것이다.

'함께 다스린다'는 뜻인가(協治)?

아니면

'위협/협박해서 다스린다'는 뜻일까(脅治)?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 무식한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용어이다.

협치와 비슷한 용어, 다른 말은 무엇일까?

협치가 잘 안 되는 용어, 다른 말은 무엇일까?

협치와 반대말은 무엇일까?

의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표제어 50만 단어를 수록한 국어대백과사전(있는지 모르겠다)에나 수록될 단어일까?

한자 많이 아는 사람들이나 알아듣는 생뚱맞은 용어, 새롭게 생긴 단어가 무척이나 그렇다.

정말로 유식한 국가, 한자어를 숭상하는 사회이네...

과거시대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당시(1592년)의 우리나라는 양반계급이 10%, 상민계급이 90%였다.

양반이 아닌 상민, 상민 축에도 못 들어가는 천민은 얼마나 많았을까?

불과 400여 년 전의 통계이다.

일반인에게는 성씨 조차도 없고, 이름도 없는 시대가 바로 코앞의 일이다.

이름이 없는 경우이다. 일제시대에 호적제도가 실시되었다. 옛 호적(6.25전쟁 당시 대부분 불 탔다)에 남아 있는 고조부, 증조부, 조보 등의 이름을 보니 웃긴다. 특히 여자의 경우는 이름이 없다. 성씨를 따라서 김씨녀, 이씨녀 등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왜 이랬을까? 양반계급이 지식을 독점했다는 뜻이다. 한문으로써 지배했다.

나는 시골에 가면 종가집 종손이다. 시제/시향을 지낼 때면 제례의 용어가 한자로 되어서 이해불능이다.

불과 한 세대 전인 아버지와 두 세대 전인 할아버지와 그 윗대들은 한자병에 찌든 찌꺼기들이었다.

나는 윗분들이 만든 비석의 비문을 읽지 못한다.

내가 1960년에 대전에 전학갔기에 집에는 수염 길고, 갓을 쓴 영감이 오셔서 한자를 가르켰다. 붓으로 한자를 그려야 했다. 몇 년간.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나는 한자 붓글씨 공부를 안 했다. 내가 한자를 모른다, 한자어를 이해 못한다고 죽는 소리를 낸다. 정말로 모를까? 아니다. 무척이나 안다. 단지 안 쓸 뿐이다.

나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기 쉬운 우리글(한글)로 많이 쓰려고 한다.

나는 시골 태생이기에 내 입말에는 시골말이 배어 있다. 중부서해안 충남 출신인데도 금강 건너에 있는 전라북도 군산말에 길들여졌고, 위 서산 쪽의 말에도 익숙해졌다. 내륙인 대전에서 소년기 11년간을 보냈으며 대전/옥천/금산 지역, 특히 전라도의 언어에도 길들여졌다. 청년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으니 지금은 서울말씨, 그것도 공용언어에 익숙했다.

내 고향은 군산지역과 가깝다. 장항에서 배 타고 군산 가서 시장을 보았다.

나는 소설가 이문구의 '관촌수필'를 좋아한다. 서해안 중부 갯가마을의 토속어가 거의 그대로 반영되었기에. 관촌수필에 나오는 말은 서산 당진지역의 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라도의 말이 많이 가미되었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교통수단이 불편했기에 육상보다는 해상으로 다녔기에.

아내는 전남 남해안 끝트머리 광양출신이다. 하동과도 바로 이웃이니 전라도와 경상도 말이 혼합되었다. 아내가 전라도 남해사람이니 남편인 나도 전라도 말이 귀에 익었다.

하지만 수십 년 째 서울에서 살다보니 서울말투에 가장 짙게 길들여졌다.

내가 후회하며 아쉬워 하는 것이 있다.

서해안 중부 갯마을의 말을 수집하지 못했다.

무학인 외삼촌, 이모, 어머니는 지방사투리를 썼다. 내가 객지에서 오래 살았기에, 언어(국어학)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이들의 숫된(세련되지 못한)말을 모우지 못했다. 아쉽다. 모두 돌아가시고...농촌말, 갯마을말이 분명히 있었는데...

그런데 말이다.

퇴직한 뒤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 올라오면 고개를 흔든다.

개념없는 방송언어(특히 연예인들), 신문용어가 개판 직전의 수준이다. 국적불명이다.

                                 2017. 6. 18. 일요일

내가 신문 안 보고, TV도 보지 않는 촌구석에서 살다가 서울 오면 한참은 등신이 되어야 한다.

말귀를 알아들을 수가 없기에...

잘났다.

나는 그냥 쉬운 말로 살아야겠다.

[누군가]

한국은 남이 모르는 언어를 사용해야 더 유식해 보이는가 봅니다 그러기에 출처도 불분명한 조합된 영어 라던지가
쓰임을빋습니다 이거 심각합니다 남 이 않쓰는 어려운 말을 해야 더많이 배운자 로 인식 되어 그런줄 이해 해야겠습니다 깊이 파고들면
머리에 쥐가 나요

[최윤환]

채 안 쓴 글에 댓글 달아주심에 감사.
1949년 1월에 태어나 1956년부터 학교 들어가 60년이 넘도록 글 읽기를 좋아하는 내가 이 지경입니다.
정말로 한국사회는 유식계급, 지식계급이 통치, 지배하는 국가이군요.
덜 배운 사람이 천대받는 사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조 미경]

정치인들이 많이 쓰는 단어지요
신문에서 자주 읽다 보니 이제는 익숙한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