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의 맛
박윤배
첩첩산중 외딴집에서 태어나
산머루 따먹고 개암 깨물어도 심심한 날
개울물에 발 씻고 가는 뭉게구름에
밤인지 낮인지 몰라 허둥대던 부엉이가
귀에 들려주는 오백 년 전 넋두리
거부할 수 없는 그의 귓속말을 알아들으면서
난 유배의 맛이 쓴맛인 걸 알았다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적부터
애꿎은 두꺼비 돌에 맞듯 사화에 시달리다가
산목숨 살아야 한다며 산중에 든 가계
가훈 또한 서책을 버리는 일이어서
까막눈이 까막눈을 낳았어도
배부르도록 사람의 도리는 알았다
말은 늦게나 배워 늘 어눌했고
가끔 청령포 인근 외가를 드나들면서
단종 그 비운의 세월에 날리던 물수제비
시도 때도 없이 가로막는 강물에
정선아라리 가락을 띄워 보냈다
흘러와서 또 흘러갈 맘으로 찾은 땅
어쩌다 어린 여식 잘못 건드려
37년째 대구 땅에 발묶여 늙어가는
유배와 사느라 입맛 잃은 윤배에게
오늘은 강원도 불알친구가 힘내라고
강냉이 자루에 감자 몇 알 보내왔다
출처: 대구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겨울판화(박윤배)
첫댓글 맛있겠다.우정으로 간친 강냉이 맛, 감자 맛
그런 친구, 부럽습니다.하필 강냉이에 감자 몇 알,늘 그리운 대화면 신리5리2반은물 속에 잠기고...
첫댓글 맛있겠다.
우정으로 간친 강냉이 맛, 감자 맛
그런 친구, 부럽습니다.
하필 강냉이에 감자 몇 알,
늘 그리운 대화면 신리5리2반은
물 속에 잠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