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 정식야구선수로 뛴 경험도 있지만 보는 야구도 너무 좋아한다. 한때는 동대문운동장을 내집처럼 드나들며 모교가 경기할때에는 앞에나가 응원단장을 자처하곤 했다.
야구시즌에 접어들면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기위해 일찌감치 TV 앞에 앉는다.
보통 서너시간은 족히 걸린다. 아니 어떨땐 너댓시간도 족히 걸릴 때가 있다.
그렇지만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도 있듯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어제(2020.7.28)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1위 NC 다이노스 와 8위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롯데가 9 : 11 로 이겼다.
7회 4 : 8 로 뒤지던 NC 가 만루찬스에서 노진혁 선수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여 삽시간에 동점이 되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9회초에 노진혁 선수가 또 홈런을 때렸다. 약간 높게 들어온 볼성 타구를 그대로 찍는 듯이 때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이 때까지만해도 NC가 역전승을 했구나 생각했다.
또다시 내리는 거센 비로 인해 73분이 지나 게임이 다시 속개되었다.
그런데 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졌다.
안타, 4구로 1,2루에 나가 있는 찬스에서 정훈 선수가 다부진 모습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이 때가 밤 11시 30분이 넘은 시각이라 최초로 입장이 허용된 일부 관중들도 운동장을 거의 빠져나간 상태였다.
이때, 마무리 투수, 원종현의 강속구를 강하게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이승엽 해설위원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드라마도 이렇게는 못쓴다"라고 평을 내렸다.
최근 두팀은 지역라이벌로서 만날 때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기를 펼치고 있다.
지기는 했지만 NC 다이노스는 현재 전체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막강한 팀이다.
연타석 홈런을 때린 노진혁 선수가 빛을 바랫지만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이 게임을 통해 또 한 수를 배운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이 땅을 떠날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하루 하루 끝까지 최선을 다 해 살다보면 영광의 면류관을 받고 이 땅을 멋지게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끝내기 홈런을 때리고 홈으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영광의 물세례를 퍼붓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