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면서 불편한 점 중의 하나가 공항이 멀다는 것이다. 일년에 한두번 뿐이니 큰 소리로 불평할 정도는 아니지만, 9시반에 출발해서 2시에 도착하는 직항을 놔두고 10시 50분에 출발해서 5시에 도착하는 경유편을 사야만 했으니, 더군다나 경유편이 가격이 더 비쌌으니 살짝 서운할 정도는 된다. 홍천에 공항버스가 다닐 때는 9시반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일반 버스로 동서울까지 가서 갈아타야 하는 상황에서는 10시 50분 비행기도 만만치 않다. 5시반에 집으로 택시를 불러 타고 터미널에 나가 6시 첫차를 탔는데도 동서울에서 공항버스로 갈아타고 가면서 연신 시계를 보아야 했다.
시간도 더 걸리고 갈아타기 귀찮고 게다가 요금도 비싼 경유편을 탔더니 딱 하나 좋은 점도 있다. 기내식을 두 번 준다는 것. 인천에서 홍콩 가는 동안에 한 번, 홍콩에서 방콕 가는 동안에 또 한 번, 밥은 배불리 먹었다.
수완나폼에서 입국 절차를 마치고 나와서 시도한 유심 구입. 4년 전에 여행자 유심을 샀다가 사기당한(데이터패키지가 신청이 안 되었었다.) 과거도 있고 해서 확실하게 준비를 했고, 이번에는 제대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 처음에 90밧짜리 투어리스트심을 달라고 하니 트루무브 직원이 그런 거 없다면서 200밧 300밧 500밧 등등 가격표가 붙은 투어리스트심 중에서 고르란다. 없다니 무슨 소리야? 다 알고 왔는데. 잠시 시간을 두고 숨을 고르며 내가 너희들 하라는대로 할 사람이 아니라는 시위를 한 다음에, 또박또박 프리심에 90밧 탑업해서 내놔라 하니 며칠짜리 패키지 넣을 거냐고 묻는다. 당연 7일짜리지. 여권과 아이폰을 넘겨주니 유심을 교체하고 7일 2기가 49밧(플러스 세금 7%) 패키지를 넣어서 돌려준다. 이후 100밧씩 세 번 충전해서 7일패키지를 6번 더 신청해서 쓰고 마지막 하루는 9밧짜리 하루 200메가 패키지를 썼으니, 50일 동안 총 들어간 비용이 13,000원 정도다. (데이터 외에 국내전화 몇 통화, 국제문자 한 번 포함) KT가 광고하는 데이터로밍 요금이 하루 11,000원이라고? (SK는 9,900원?)
첫날 숙소는 FX메트로링크막까산 호텔이다. 무리하면 밤중에 코랏에 도착할 수도 있겠지만, 긴 여행인데 초반부터 무리하지 말자면서 수완나폼에서 가기 쉽고 코랏으로 이동하기에도 좋은 위치 하나만 보고 예약했다. 공항철도(ARL Airport Rail Link)와 지하철(MRT Mass Rapid Transit)이 만나는 곳에 있는 평범한 3성 호텔, 조식 포함 55,000원이다.
공항철도 요금은 인당 35밧, 자동판매기에 돈을 넣으니 동그란 플라스틱 조각이 나온다.
한국 지하철보다 조금 좁은 차량안에 승객이 꽤 많았다. 한국 관광객들은 다들 택시 탄다던데.
저녁을 먹을 겸 숙소 주변을 돌아보는데 변변한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변두리인가? 지하철 펫부리역쪽으로 넘어가니 고기부페(무까타)집이 보인다. 기내식을 두 번 먹어서인가 고기가 땡기지 않길래 더 걸어갔더니 또 고기부페집이다. 이 동넨 이런 거밖에 없나? 했더니 부페식당 마당가에 작은 노점 식당이 보인다. 첫 태국 음식은 노점 식당의 똠얌꿈과 얌운쎈으로! 맛은 좋았지만 얌운쎈이 너무 매웠다. 덕분에 이후에 얌으로 시작하는 음식은 거의 시켜 보지 못했다.
12월 5일
역시 35밧짜리 동그란 플라스틱(비슷하게 생겼지만 공항철도와 호환은 되지 않는. 방콕에는 ARL MRT외에 역사가 가장 오랜 지상철인 BTS도 있는데 세 시스템이 다 따로 놀고 있어서 우리식의 환승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단다.)을 사서 지하철을 타고 출발했다. 짜뚜짝역이라는 말이 매우 친숙했지만 북부터미널을 가기에는 그 다음에 있는 깜팽펫역에서 내리는 것이 편리하단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편리 이상의 환대를 받았다.
깜팽펫역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 1번 출구로 나가는 도중에 두 갈래 통로 사이에 앉아있던 여자 직원과 눈을 마주쳤다. 길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직원의 친절한 웃음을 접하고 인사 삼아 콘쏭머칫마이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냐고 물어 보았다.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라는 친절한 안내를 받고 코쿤캅을 외치며 계단을 오르는데한 청년이 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자기도 머칫마이를 가니까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땡큐, 우리끼리도 갈 수야 있지만 친절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 졸래졸래 따라갈 수밖에. 지상으로 올라와 한 모퉁이 꺾더니 청년은 대뜸 택시를 잡는다. 어차피 걸어갈 만한 거리는 넘으니 뭔가를 타야만 하는 곳인데, 우리끼리였으면 택시였을까, 버스였을까.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아서 택시 요금이 41밧밖에 안 나왔다. 옆지기의 재촉을 들으며 나름 재빠르게 100밧짜리를 꺼내 운전기사에게 내밀었으나 운전기사는 앞자리 청년이 건넨 50밧짜리를 받아들었다. 에구, 미안해라. 하긴 청년 입장에서도 택시비를 자기가 내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겠지, 우리가 내길 바라기야 했을라고. 어쨌든 우린 공짜 택시를 탔고, 공짜는 언제나 신나고, 현지인의 환대는 더 신나고... 이번 여행에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
머칫마이 3층에 올라갔다가 제대로 둘러보기도 전에 삐끼(?)아저씨에게 잡혀서 인당 189밧자리 버스표를 샀는데, 내려와서 보니 우돈타니까지 가는 고급형 버스다. 좌석이 2층 맨 앞이라 시원하게 경치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코랏 터미널2는 벌써 네 번째다. 4년 전에 두 번(방콕-코랏-피마이, 피마이-코랏-우본) 2년 전에 한 번(아란-코랏-빡총) 왔었지만 차를 갈아타기만 했었지. 이번에는 터미널 밖으로 나간다. 기본요금 60밧(비싼 편인가?)이라는 뚝뚝을 타고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호텔에 도착하니 벨보이가 나타나 가방을 받아든다. 하루 숙박비가 4만원 정도밖에 안 되지만 명색이 4성 호텔이다. 위치 좋고 수영장과 헬쓰장이 있고 조식도 좋고 종업원들도 친절하니 가격대비 최고의 호텔이다. 예약할 때는 몰랐는데 인기가 상당한 모양이다. 이틀만 예약하고 갔다가 마음에 들어 더 묵으려고 했더니 빈 방이 없다고...... 호텔 이름은 포춘라즈푸르엑
저녁 먹을 곳을 검색해 보니 터미널21 맞은편 빅씨 안에 MK수끼가 있다고 나온다. 가보니 있기는 한데 옆지기님이 맘에 안 들어하시는 눈치다. 빅씨를 돌다보니 선불카드를 사서 실내형 야시장(?)에서 음식을 사 먹는 푸드파크가 있다. 이번에 처음 보았지만 태국에는 이런 방식의 푸드코너가 매우 많은 모양이다. 카드 200밧 어치를사서 딱 맞춰 먹었다. 쏨땀 족발덮밥 쌀국수, 물론 돈이 남으면 환불해 준다.
저녁을 먹고 어슬렁거리다가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밤참용 빵도 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터미널21이 환하다. 방콕의 터미널21보다 세 배나 크다는 대형 쇼핑센터는 내일 구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