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라 사태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 행사는 '취소하는 것이 대세'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인 '사회적 격리'를 방역당국이 권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스스로 가지 말라'고 하니 도리가 없다.
클래식계에선 내달로 예정된 공연마저 취소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내한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내달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준비하는 피아니스트 윤아인(22·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박사 과정)과 드미트리 시쉬킨(26)이다.
두 사람은 피아노계 거장 엘리소 비르살라제를 함께 사사하는 중이다. “시쉬킨은 말이 필요 없이 음악에서 잘 통하는 사이"라고 윤아인이 말할 정도다. '듀오 콘서트'가 마련된 것도, 피아노 두대로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모음곡 1번을 연주하기로 한 이유다.
두 대의 피아노로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 연주하는 것을 '2 Piano', 한 피아노에 두 명이 나란히 앉아 함께 연주하는 '4 Hands'라고 부르는데, 음악적 감성과 기량이 서로 통하지 않으면 '환상적인 피아노 화음'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윤아인-시쉬킨 투 피아노 연주장면/ 유튜브 캡처
이미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한 루토스와프스키의 ‘파가니니 변주곡’ 영상이 유튜브 '또모'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하니 기대할 만하다.
윤아인에게는 이번 공연은 교향악단 협연을 제외하면 10년 만의 고국 무대라고 한다. 13세의 나이에 독집 음반(2011년)을 냈고, 2015년 불가리아 블라디게로프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녀는 이번 무대에서는 리스트 ‘스페인 랩소디’와 쇼팽의 왈츠 두 곡을 솔로 연주하고,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편곡판과 라흐마니노프 모음곡 1번을 시쉬킨과 두 대의 피아노로 들려준다. 시쉬킨 역시, 6세에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피아노 신동'으로 2019년 차이코프스키 공쿠르 2위에 올라 '남다른 실력'을 보여줬다.
그녀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만의 고국 무대에서 러시아의 자연과 같은 서정을 전하고 싶다"며 "고국의 관객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아쉽게도 스승인 비르살라제의 올해 내한 공연은 취소됐다. 그를 기다리는 국내 팬들에게 윤아인-시쉬킨 '듀오 연주'가 비르살라제 피아노 리사이틀(19일 '금호아트홀 연세')를 대신할 수 있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3만5000∼8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