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 과제- 나의 인생작] 15001013 김지수

1. 평화   푹푹 찌는 여름의 더위가 몰려오자 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뒤따라 산중을 맴돌았다. 산중에 설립된 학교, 믿은 학교 또한 그것들을 피해갈 수 없었다.“더워.”시골에 설립되어 얼마 없는 학생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더위를 피해가고 있었다. 어떤 이는 가만히 있었고, 또 누군가는 가냘픈 힘으로 부채질을 했다.“…그런다고 뭐 달라져?”“아니. 전혀.”그런 낡은 방식으로 34도의 열기를 버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더워. 뒤지겠다. 신님이 오셔도 이건 도저히 못 버틸 거야.”“도시의 학생들은 교실에 에어컨 틀어준다는데.”“선풍기는 도대체 언제쯤 고쳐지는 거야.”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불평불만을 풀어놓는다. 다만 한 마음이 된 건 그것뿐만이 아니다. 생김새도, 성격도, 성적도 완전히 다른 이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공통된 생각을 하나 가지고 있다.그건 바로.“빨리 기도시간이나 왔으면 좋겠다.”       2. 설명 다른 시골 마을들과 믿음 마을의 차이점을　뽑으라면 누구라도 마을의 중심에 세워진 으리으리한 복층 건물을 말할 것이다.콘크리트로 지어지고 산만큼이나 거대한 건물. 그것은 농어촌으로 가득한 주위의 풍경 속에 스며들지 못할 만큼 돋보적이었으나, 믿은 마을 사람들은 그 건물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에겐 태어났을 때서부터 건축되어 있던 곳인 만큼 그저 자연스러운 풍경중 하나일 뿐이었다.믿음마을 사람들은 외지인들이 보기만 해도 의문을 품는 그 건물을 교회라 부른다.“어휴. 교회 오니까 살 거 같다.”“그러니까. 요즘 너무 더워.”이기철은 그의 엄마와 함께 교회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한 바람 덕에 그들의 얼굴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학교도 교회만큼 시원했으면 좋겠는데.”“얘도 참. 여기는 성스러운 곳이잖니? 신님을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어.”“난 그냥 에어콘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지.”“네가 신님을 위해 조금 더 참으렴. 우리 마을이 돈이 많은 게 아니잖니? 가뜩이나 헌금하도 겨우 하는데.”엄마는 말을 마치곤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이후 아차 싶었는지 시선을 다시 이기철에게 향하곤 대화를 이어나갔다. 대화는 순조로이 다시금 이어졌다.“…….”그렇기에 그녀는 보지 못했다. 이기철의 손이 조용히, 그리고 굳세게 쥐어지고 있었다.시간이 흘러 이기철과 엄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기철은 헤어지기 싫었지만 어른들의 자리로 가는 길과 청소년들의 자리로 가는 길로 나뉜 만큼 어쩔 수 없었다.“그러면 이따 보자. 엄마는 엄마 자리로 갈게.”“응. 이따 봐.”엄마는 기철이에게 손을 흔든 후 교회의 계단 위쪽에 있는 어른들의 장소로 올라갔다.이기철 또한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이기철은 엄마가 사라진 그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의 엄마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가뜩이나 헌금도 겨우 하는데.”“…….”이기철은 이빨을 갈았다. 하지만 생각은 깊게 이어지지 않았다.디잉~!예배의 종소리가 교회에 울려 퍼졌다. 잠시 생각을 접은 이기철은 곧장 자신이 있어야 할 기도 자리로 헐레벌떡 뛰어갔다.다행이 시간은 늦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주위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재빨리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무섭게 교주의 말이 스피커 너머로 들려왔다.“오늘도 좋은 하루입니다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네!!!”””주위의 불이 꺼짐과 동시에 교주가 교회 강당의 단상에 모습을 비추었다.그의 모습은 다른 주민들과 달리 꽤나 기름져 있었다. 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찐 턱살, 피부에 빛이 비출 정도로 심한 기름기, 옷 너머로 드러나는 뱃살, 얼굴이 뭉개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얼굴까지.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뻐하는 기색을 비추었다.“최근에 날씨가 더워지면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이건 여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하지만 몇몇 분들도 아시다시피 이 더위는 그나마 덜 더운 거예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더 더웠어요. 그 때는 교회가 제대로 지어지지도 않아서 신님께 제대로 된 축복을 받지도 못했었죠.”어른들이 있는 장소에서 그 말이 맞다는 투의 아우성이 들려왔다.“그야말로 여러분은 축복받았다 말할 수 있죠. 저 같은 늙은 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오늘은 저희가 축복받은 이 환경에 감사를 하며 기도하도록 합시다.”주교는 양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하나님, 산신령님, 물신령님. 부탁하나이다. 매일이 평화롭게 해주세요.”“하나님, 산신령님, 물신령님. 부탁하나이다. 매일이 평화롭게 해주세요.”“하나님, 산신령님, 물신령님. 부탁하나이다. 매일이 평화롭게 해주세요.”주위에 있던 모든 신도들이 교주의 기도문을 따라 기도문을 외우고 자신들이 원하고자 하는 말들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왁자지껄한 불협화음이 교회 강당을 가득 채운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정신이 아찔해지는 그곳에서 이기철은 떠올렸다.‘죽은 뒤에는 신님이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다.’매일매일 교주님에게 듣는 말 중 하나이다. 하지만.‘현세에서는 아냐.’그건 어디까지나 내세에서의 이야기지, 지금 여기서는 아니다.이기철은 편모가정에서 자라왔다. 다행이 마을 사람들이 도와줘 크게 힘든 것은 아니지만, 이제 엄마가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만큼 일하는 데에 있어서 힘들어진 것을 느끼고 있다.‘어떻게 하면 엄마가 더 일을 안 할 수 있을까.’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린 것은 교회의 관계자가 되는 것이다. 간부급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직위에 올라간다면 교주님의 은혜로 인해 헌금의 비용을 대체할 수 있으니,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그 방법은 전혀 모른다. 그저 교주님이 선택하신 것이라 하지만, 기철 자신 같은 평범한 주민은 교주님과 사적으로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분명 지금의 삶이 옳지 않은 방식이기에, 덕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어떻게 하면 더 옳게 살아갈 수 있을까.’기철은 제발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라며 천천히 기도를 올렸다.       3. 예상치 못한 일   근래에 들어 이기철은 엄마의 헌금을 대체할만한 방법을 모색했다.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직접 그들의 일터까지에도 찾아가보았다.하지만 그가 얻을 수 있던 건 마을 어디에서도 돈을 벌수가 없다는 사실 뿐이었다. 신이 내리신 율법에 따라 미성년자라 마을에서 일을 시키지 않는다나 뭐라나.“…진짜 덥네.”돈 벌 방법을 반쯤 포기한 그는 열을 식힐 겸 마을 슈퍼에서 물이나 축였다.“켁.”미지근한 맛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시원했었는데.저절로 짜증이 난 나머지 의도치 않게 정신이 확 깨어났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그것은 트랙터라 하기에는 가벼운 모터 소리였다.간혹 가다가 들려오는 외지인들의 차량과 비슷한 소리였지만, 지금 것은 생각 이상으로 가벼웠다. 심지어 그 크기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기시감에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처음 보는 차량이 눈앞에 있었다.“와.”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랙터가 아닌 도시에서나 볼 법한 차량. 하물며 간혹 가다가 외지인들이 끌고 오는 멋없는 차량과는 달리 윤기가 묻어있는 모습에 이기철은 입을 벌렸다.차량의 표면에 비추는 자신의 모습에 홀린 틈을 타 차량의 창문이 열렸다.“학생. 길 좀 물을게!”선글라스를 쓴 조주석의 남자가 이기철에게 묻자, 화들짝 놀란 이기철이 무의식적으로 답했다.“아, 네. 네. 어디로 가시게요?”“해선 폭포로 가려는데 어디로 가야해?”“아, 해선 폭포면 이 길 쭉 따라서 언덕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나와요. 길이 안 좋으니까 올라갈 땐 조심하세요.”“아, 고마워!”가벼운 인사와 함께 차량은 이기철이 말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차량이 시선에서 사라질 때가 되어서야 이기철의 이성이 돌아왔다.“아.”탄성을 내뱉은 이기철의 안색이 새하얘졌다.“맞다 참.”신이 내린 율법. 제 12항. 마을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 및 차량은 무조건 교회의 관계자에게 보고하라.그 율법을 떠올렸을 땐 이미 차량은 손톱만큼이나 작아질 만큼 멀어져 있었다.순간적으로 저지른 실수에 사고가 멍해졌다. 가뜩이나 돈 문제로 생각이 많은 데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야, 기철아. 방금 차량 뭐야? 처음 보는 거 같은데.”어느새였을까.멍을 때리던 도중 어느새 같이 반 친구인 오진우가 말을 걸어왔다. 이기철은 놀란 나머지 바로 답하지 못했다.“…….”“기철아?”손을 눈앞에서 흔들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다.“뭔 일 있냐? 다른 어른들도 네가 뭘 한다고 하던데.”“나 아무래도 일 낸 거 같아.”“일?”이기철은 방금 전에 있었던 모든 일을 설명했다. 외지인의 방문서부터 그들이 향한 방향까지 전부. 이기철의 사정을 들은 오진우는 고개를 까딱였다.“그러면 괜찮은 거 아냐? 이미 마을에 들어왔는데. 뭔 일 있으면 경비원 아저씨들이 뭐라 했겠지.”“유리 창문에 허가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걸 못 봤어.”“에이. 그러면 큰 걱정하지 마. 애초에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인데 뭐.”“뭐? 하지만.”“아냐. 잘 생각해봐. 교주님이 왜 외지인이 들어올 때마다 자신한테 보고하라는 줄 알아? 그건 다 신을 믿지 않는 불우한 분들을 구원하시려고 하기 때문이야. 우리는 교주님이랑 다르게 말씀을 전하는 건 잘 못하잖아?”이기철은 미간을 찌푸렸다.“정말로?”“그야 그렇지. 나도 나름대로 교회에서 아는 사람도 있고. …너 설마 교주님을 믿지 않는 거냐?”“아냐! 그럴리가! 난 그냥 그게 교주님의 뜻인지 궁금해서 그래.”“그야! 물론 내 추측이긴 한데! 그래도 교주님이라면 좋은 뜻으로 사람을 부르시는 거라고!”“…….”그러면 확신하는 투로 말하지 말든가. 차마 말을 내뱉지 못한 이기철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어쨌든 네 생각만큼 큰일은 안 일어날 거니까 걱정 마. 정 불안하다 싶으면 한번 쫓아가보는 거 어때? 그리 멀지도 않잖아.”“안 그래도 그럴 거였어.”이기철은 곧장 자리를 떴다. 오진우는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라며 소리쳤지만 이기철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서 점차 멀어져만 갔다.점차 작아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오진우가 나직이 중얼거렸다.“…별 일 없어야 할 텐데.”       4. 위기   해선 폭포에 도착하자마자 이기철은 외지인의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특이하게도 그 근처에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기철은 입술을 깨물곤 혹시나 싶어 주위의 숲속을 찾아보았다. 다행이도 얼마 안가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외지인들은 난생 처음 보는 기계물건들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기철은 근처 나무 뒤에 몸을 숨겨 귀를 기울였다.“음향은 어때. 문제없어?”“폭포 소리가 생각보다 크긴 한데, 편집할 때 마이크 소리 조정하면 돼서 큰 문제는 없어.”“메이크업이라도 하는 거 어때요?”“됐어. 땀 나있는 편이 좀 더 실감 있어. 스마트폰은 이상 없지?”“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이기철은 미간을 찌푸렸다.‘뭐하는 거지?’이기철이 이해할 리가 없는 그 모습에 답을 하듯 외지인 일행 중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이가 외쳤다.“자! 곧 촬영 들어갈게! 다들 각자 자리에서 스탠바이! 액션!”잠시간의 침묵. 그것을 깨트린건 모두와 동떨어져 혼자 서 있는 남자였다.“유하! 반갑습니다 구독자 시청자 여러분! 탐방유튜버 달리나에요! 오늘은 구독자 여러분 중 몇 분이 지목해주시는 믿음 마을에 왔어요! 저기 보이시죠? 믿음 마을은 겉보기엔 살짝 특이한 마을이지만 그 실상은 사이비 마을이라는데요. 어쩌다 이곳은 왜 사이비 마을이 되었을까요? 저희는 지금부터 이 사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컷!”긴 말을 내뱉은 남자, 달리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인트로는 이제 이걸로 끝이고, 이제부터 마을에 갈 거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경찰에 연락해. 알겠지?”“사장님 괜찮겠어요? 이거 좀 위험할 거 같은데.”“야. 지금 이게 다 네 월급이 되고 밥이 되는 거야. 남자가 이 정도 일은 무슨. 그리고 뭔 일 생기겠냐?”“그게 아니라 마을 수준으로 사이비라는 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는 거 아니에요? 잘못해서 올렸다간….”“새끼가 쫄기는.”쯧.혀를 찬 달리나가 말을 한 부하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나직이 속삭였다.“그럴 때 일수록 우리가 더 진상을 밝혀야지. 잘 생각해봐. 한 유튜버가 사이비에 심취한 마을의 진상을 세상에 밝혀! 그러면 좋든 안 좋든 결국 이 믿음 마을은 사라지게 되었고, 우리는 사이비 마을을 퇴치한 영웅이 되는 거지! 어때, 언론에는 좋게 보도되지 않겠어?”“그래도….”“자꾸 그러면 너 데려간다?”“……알겠어요. 조심하세요.”“좋아.”그거면 됐다며 환하게 웃은 달리나는 어깨의 손을 풀며 박수를 쳤다. “자자! 다들 주목! 슬슬 마을에 갈 채비를 갖출 거야! 탐방조 애들은 필요할 거 다 갖춰!”“…….” 바로 근처에 있던 이기철은 그들이 점차 거리가 멀어지기만을 기다리며, 혹시라도 소리를 낼까봐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무서운 나머지 반사적으로 한 행동. 그것의 보답이라도 얻듯 앞으로 그들이 하려는 일을 확실히 들었다.상상치도 못한 상황에 온 몸이 떨려왔다.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가. 아니, 그 전에 우선.‘…도망치자.’그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5.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헉! 헉!”얼마나 뛰어가고 나서였을까. 더위에 지쳐가는 몸의 감각이 몸을 지배했다. 호흡은 가파오고 심장은 무리라고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곧장 주저앉고 싶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걸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나 때문에, 나 때문에 마을이 위험해!’분명히 똑똑히 들었다. 달리라라는 사람은 믿음 마을을 부숴버린다고 말했다. 마을의 진상을 밝힌다느니 사이비 마을이라느니, 알 수 없는 소리를 늘여놓았지만 마을에 대해 적의를 가졌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우, 우선 어른들. 어른들한테 말하자.’마을의 위험을 알리면 어른들이 알아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우선 그들을 잡은 후엔….“하아…. 하아……. 하아아아아.”한숨과 함께 이기철의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무릎위에 손을 올리니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너무 힘든 나머지 손이 떨리는건지 무릎이 떨리는지 전혀 간별이 오지 않았다.하지만.‘그건 안 돼.’그는 이빨을 갈면서 생각을 이어갔다.‘분명 경찰에 연락하라 했었어.’그들은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준비를 해둔 상태다. 섣부르게 어른들에게 말한다면 그들의 의도대로 일이 흘러가게 될 거다.이기철 자기 자신도 말이 안 된다 생각했지만, 곰곰이 머리를 굴려보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외지인 차량을 마을의 경비대 아저씨들이 못 보는 게 이상한 거였다. 자신이 마주쳤던 수퍼 쪽도 마을 끝자락 길이었기도 했고.그렇다는 건.‘폭포로 갔을 때 잡아야해.’상대방이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타이밍에 그들을 잡아야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가 있다. 다만 그건 이기철 혼자서는 처리할 수 없는 일이다.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별 다른 소동을 일으키지 않을 인물들이…….     6. 친구의 힘이 필요하다.   이기철은 친구들을 여러 명 불러 모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은 이기철의 말이 거짓이라 믿지 않는 모양인지 다들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그러니까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해. 다들 혹시 질문 있어? 이해 안 되는 거라든가.”“…진짜 어른들한테 말하면 안 되는 거야?”“그건 말했잖아. 어른들한테 말하면 바로 외지인들을 바로 덮칠 거라고. 그래선 안 되니까 너희들을 부른 거야. 다른 질문은?”“정말로 그 사람들한테는 외부랑 연락이 되는 도구가 있는 거야?”“그, 본 적은 없지만 말하는 걸 보면.”말하는 와중 이기철은 말을 더듬었다. 확실히 듣기만했지, 뭐가 연락용 도구인지 전혀 모른다.아이들의 시선이 전부 이기철을 향했다. 시선의 무게가 무거운 나머지 이기철의 입에서 말이 쉽사리 나오지가 않았다. 그저 의욕만이 앞서 계속해서 입을 뻐끔거릴 뿐이었다.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대답했다.“있어.”그 대답을 한 건 이기철이 아닌 오진우였다.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오진우를 향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말을 이어갔다.“우연찮게 교회 간부님들이 그런 걸 쓰는 모습을 본적 있어. 분명 가능할 거야.”“진우야….”“그러니까 기철이의 말대로 그 사람들을 덮치자. 시간은 새벽 1시쯤이 좋겠지.”“뭐? 너무 늦은 거 아냐? 잠을 자고 간다는 보장도 없고.”“아냐. 기철이 말 들어보니까 어차피 그 사람들은 우리가 기도하는 모습까지 찍고 갈 테고. 밤에 우리 마을에서 운전하는 건 자살 행위니까. 분명 자고 갈 거야.”“그러면 간단하네! 밤에 덮치면 되는 거잖아!”“그래.”단. 오진우가 호흡을 끊으며 이기철을 바라보았다.“잡은 다음엔 마을 어른들한테 넘기는 거야. 우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인 게 분명하니까.”“안 그래도 그럴 거였어.”“…저기. 애들아.”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아이 중 하나가 손을 들어올렸다.“그래도, 되는 걸까?”“뭐?”“그, 그게. 나쁜, 짓이잖아. 그러니까. 대화도 안 해보고 제압하는 거….”“나쁜 게 아냐.”이기철은 단언했다.“우리는 마을을 지키려는 거야. 신이 축복을 내린 이 마을을 우리 손으로 지키려고 하는 거야.”확신으로 가득한 음색을 띄우며, 점차 말을 꺼낸 소년에게 다가갔다.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의 발걸음이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기도주문엔 이렇게 적혀있었지. 신님을 지키기 위해 일하자, 틀릴 일이 없다. 뭐가 나쁜 일이야. 우리가 틀릴 일은 없어.”옳게 굳어있는 눈동자가 내려 본다.“우리는 그냥 제압을 하는 거야. 우리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신님을 위해. 그런 우리가 잘못될 리는 없어.”그는 다시금 단언했다.“그러니까 우리는 옳아.”       7.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해결한다.   대다수의 직원들이 잠에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 달리나라는 가명의 유튜버는 피곤한 눈초리로 맞은편에 있는 직원을 바라보았다.매번 우물우물 거리는 것이 특징인 직원이었다. 오늘 오전 때도 혼자서 이상한 소리나 내뱉기나 하고.아무튼 그런 애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다른 직원들이 잠들을 때까지 기다렸다. 따로 끌고가서 이야기하면 다른 애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게 뻔했으니. 이제 슬슬 말할 때임을 감지한 그는 칼칼한 목을 풀며 물어보았다.“크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사장님.”“어?”“저 이 이후로 일 그만둘래요.”생각이상으로 큰일이었다. 피로가 확 풀린 달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에이, 또 왜 그래~ 너 없으면 누가 나랑 같이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어. 뭐가 문제야. 돈?”“아뇨, 그냥…. 너무, 충격이어서 말로 못하겠어요. 어떻게, 어떻게 저런 마을이 대한민국에 있어요? 무슨 사람들을 저런 식으로….”“하아. 너는 진짜. 너 진짜 군필 맞냐? 어떻게 그런 마인드로 돈 벌어먹으려고 했냐?”달리나는 한심한 직원의 모습에 짜증난 목소리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달리나의 말을 들은 직원은 점차 울상을 지어내고, 이내 결국엔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만 보던 이기철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직도 안 자나.”“잠을 잘 기미가 안 보이는데.”이기철은 손톱을 깨물었다. 피곤한 건 저쪽뿐만 아니라 이쪽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이상 지체하게 된다면 다른 애들이 실수를 할지 모른다.턱을 괴며 잠시 생각해보았다.어차피 저쪽은 어른 2명. 심지어 쌔보이지도 않는데, 우리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생각보다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기철은 곧 잘 거 같은 애들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다들 준비해.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지?”“응? 어, 응. 통신 기계? 같은 걸 뺏은 뒤에 제압하고 손을 묶으면 됐지?”이기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가장먼저 자리에서 밧줄을 꺼내들고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달리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너는….”“전부 잡아!”“끄아악! 뭐, 뭐야 도대체!”이기철의 명령에 따라 아이들이 달리나 일행을 덮치기 시작한다. 달리나는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들었으나 이기철이 다른 그 누구보다 빨리 달리나의 몸을 덮쳤다.반항하지 못하게 곧장 달리나의 몸을 눌렀다. 달리나가 억센 아우성을 내며 반항한다. 하지만 그 뒤로 다른 애들이 몇몇 더 달려들어 큰 소용이 없었다.“이거야! 가장 먼저 이걸 뺏어!”바로 근처에서 오진우가 네모난 기기를 손에 들고 외쳤다. 이기철 또한 그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저 네모난 기기는 본 적이 있다. 분명 달리나의 손에.“에라이 시발!”“크악!”무언가가 이기철의 얼굴에 던져짐과 동시에 틈이 생겼다.달리나는 곧장 이기철을 넘어트렸다. 갑작스러운 이변에 이기철과 다른 친구들 또한 별 다른 저항 없이 그대로 뒤로 자빠졌다.이기철이 다시금 눈을 떴을 땐 어느새 달리나가 도망치기 시작했다.“아! 잠깐.”몸을 일으키려 땅에 손을 짚자 무언가 손에 쥐어졌다. 그것은 오진우가 들고 있는 그 기기와 똑같은 것이었다.‘어?’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했다. 이 기계가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건일 텐데. 이걸 버린다는 것은….“야! 뭐해!”이기철의 정신을 깨운 것은 다름 아닌 오진우의 외침이었다.“저 놈 잡아!”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이기철은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몸이 휘청였지만 재빠르게 중심을 잡고선 저 멀리 사라지려는 달리나를 쫓아갔다.그는 달리나를 향해 소리쳤다.“거기서!”       8. 위기의 극복   “멈춰!”“크윽!”마을에서 계속해서 살아오던 남자아이와 오늘 막 마을에 들어온 외지인. 그 둘의 체력차이는 확연히 달랐다.곧바로 달리나의 뒤를 붙잡은 이기철은 몸을 던져 달리나를 넘어트렸다. 곧바로 거친 비명을 내뱉는 달리나의 양팔을 묶었다. “하아! 하아! 시발! 시발 미친 사이비 새끼들!”“가만히 있어!”생각과 달리 거칠게 반항하는 달리나의 손을 붙잡았다. 달리나는 끝까지 발악하며 소리쳤다.“내가 뭘 잘못했어!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미친놈들아!”“왜 우리 마을을 없애려했잖아! 우리 마을이 뭘 잘못했다고!”“뭐?”“발뺌하지 마! 내가 똑똑히 들었어! 분명 네 부하한테 마을을 부순다고 말했잖아!”“…하!”달리나는 웃었다. 그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성한 사람마냥 계속해서 실없는 웃음소리를 내뱉을 뿐이었다.“시발, 하하! 시발 넌 그걸 믿냐?”“뭐?”“내가 뭔 정의감이 있다고 이런 사이비 마을을 부수려 해! 다 돈이 돼서 그런 거지! 돈! 그놈의 돈을 벌려고 왔다 왜! 하긴, 너 같은 시골 촌놈은 아무것도 모르겠지. 요즘 세상은 자극적인 것만 알려도 돈이 다 된다고! 이 마을이 진짜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십새야!”손을 다 묶은 이기철은 당황한 듯 말을 떨었다.“하, 하지만 우리 마을을 세상에 알리고서 부순다고.”“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요즘 세상엔 다 돈이 먼전데, 누가 그런 정의감에 나서냐?”달리나가 외쳤다.“너도 마찬가지잖아! 우릴 잡아가면 그 사이비 교주새끼가 돈을 준다했겠지. 안 그래?”“웃기지마! 우리 교주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라고!”“웃긴 건 너지! 사이비가 돈 벌려고 만든 거지, 뭐하려고 만들었겠냐?”“그놈의 사이비가 뭔데!”“가짜 종교! 너희 교주가 돈 벌려고 만든 종교다 십새야!”하아. 하아. 둘의 거친 호흡이 밤 시간대의 산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서로가 지치고 힘든 탓도 있으나, 분명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하아, 하아….”사이비, 가짜 종교, 그저 돈을 벌기 위한 목적. 여태까지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배반하는 그 말들이 이기철의 의식을 파고들었다.혼란은 점차 가중되며 이기철은 별 다른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하! 거봐, 망설이는 거봐. 너도 알고 있지? 너네 교주가 다 너희 등쳐먹고 있다는 거.”엄마가 돈 때문에 전부 힘들다. 교회와 교주님의 집만이 별 다른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전부 교주가 돈을 빨아먹기 때문이다.마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 감정에 이기철은 별 다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정말로, 정말로 사실일까?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저 속아온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 행동은 옳지 않은 것인가?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야! 이기철!”오진우. 근처에서 들려오는 오진우의 소리가 이기철의 상념을 깨트렸다.“어딨어! 빨리 말해! 도와줄게!”“기철아! 대답해!”그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 또한 나서서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 사실에 이기철은 미소를 지었다.“…가자.”“뭐? 어디를. 설마 너네 사이비한테? 내가 말했잖아, 그건 가짜 종교라고.”“상관없어.”“뭐?”달리나의 말대로 교주님이 만든 가짜 종교에 의해 마을 전체가 고통 받는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소중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자신의 엄마도 그렇고, 마을에 있는 사람들도 있으며 지금 자신을 친구들 또한 그렇다. 그 생활은 이기철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소중하다.그것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이상 자기 자신이 틀릴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옳다. 마을을 지키기는 것은 전혀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것을 이행하는 이상 자신이 나쁜 놈일 리가 없다.“네가 나쁜 놈이야.”“…….”달리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천천히 고개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얼핏 본 이기철은 달리나가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판단했지만 아니었다.달리나는 순간적으로 이기철을 향해 달려들었다.“꺼져!”“큭!”손이 묶인 상태로 발악을 이기철을 밀쳤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기철은 그대로 꼬꾸라졌다. 쿠당탕탕! 거친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휘날렸다.“시발! 시발!”달리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곧바로 도망쳤다. 거친 숨이 심장을 쥐어짜고 묶여있는 손에 신경 쓸 틈도 없이 도망쳤다.제발 쫓아오지 말라며 중얼거렸지만 그것은 그의 바람일 뿐이었다.“거기 서!”“난 살 거야. 살아서 부자가 될 거라고 십 새끼들아!”스스로에게 말을 걸듯이 뛰어가는 달리나. 뒤에서 맹렬히 쫓아오는 소리. 사이비에게 잡힌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현재의 상황까지. 그 모든 것은 그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그렇기에 그는 발아래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어?”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달리나의 눈앞이 거칠게 변해버려 더 이상의 생각 따윈 하지 못하게 되었다.우지지지직! 와지끈! 쿵!나서는 안 되는 소리가 산중에 울려 퍼졌다.     9. 보답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기도시간. 이기철은 강당의 단상. 즉, 교주와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앉아있었다.조명은 오직 자신과 교주만을 향했지만 이기철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눈동자의 숫자에 이기철은 자연스레 침을 삼켰다.나도 분명 나도 저기 있어야 할 텐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긴장해 몸이 저절로 굳어졌다. 얼마 안 가 그를 향해 교주가 물었다.“이기철 학생.”“아, 네.”이기철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당신은 어째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고 계신가요?”“네. 저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까요.”지금으로부터 2일전, 이기철은 동네 아이들을 끌고서 외지인을 포박하려 했었다. 결과적으론 포박하는 데에 성공했었지만 그들 중 한명은 죽어버렸다.그리고 결국 그 사건으로 인해 경찰이 조사를 나섰고, 마을은 크게 난장판이 되었다.“그렇죠. 마을 사람들도 그것 때문에 크게 놀랐었죠. 이기철 학생은 사람을 죽이는 그런 사람도 아니며, 무수히 많은 경찰들이 마을을 찾아왔죠.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죠.”“그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그 점은? 아뇨, 아뇨. 이기철 학생. 별 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나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든, 죄를 저질렀다는 죄책감도. 아무것도 안 드나요?”“아뇨. 당연히 들어요, 하지만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설령 죽였다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이렇게만 말하기만 한다면 마을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거다. 그리 판단한 이기철은 교주님을 향하던 시선을 마을 사람들에게 돌렸다.“그 사람을 마을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했었어요. 만약 그 사람들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저희 마을은 더 큰일이 났을 거예요.”“큰일이 난다는 보장은 어디 있죠? 그리고 왜 저희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은 거죠?”“그 사람들이 외지인들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은 이미 있었어요. 어른 분들에게는 말하면 바로 외지인들을 잡으러 갔을 거고, 일은 더 큰일 났을 테니까요.”“어른들을 믿지 않은 건가요?”“어른들은 믿으니까 말을 하지 않은 거예요.”이기철의 말과 함께 강당에는 침묵이 휩싸였다. 교주와 이기철의 시선이 서로 마주한다. 고요하고 무거운 분위기. 무거워져만 가는 어깨를 의식하듯 이기철은 어깨를 폈다.“…그렇다면 이번 일을 후회하지 않나요?”“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이랬을 거예요.”이기철은 진솔하게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 사건을 일으킨 것 자체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저 후회하는 것이라곤 달리나를 놓쳐 죽이게 만든 것뿐.교주 또한 이기철의 뜻을 이해한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주민들을 향해 말했다.“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들으셨겠죠. 이게 바로 이기철 학생의 의견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기철 학생이 맞는 일을 했다 생각합니다.” 교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기철을 향해 다가갔다.“제가 누누이 말했지만 저희가 살아가는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따라 신만이 저희를 구원하실 뿐.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 심판의 때를 기다리는 것뿐입니다.”교주가 가까워질수록 이기철의 심장이 점차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상했다. 자신은 죄를 지은 적이 전혀 없는데.이렇게 두근거리기만 하는 건 마치….“그가 죽은 것은 그저 그가 저희를 향해 해를 끼치려는, 악을 행사하려 했었기 때문에 신님이 그를 직접 심판하기 위해 데려간 것입니다. 외지인의 죽음? 이기철 학생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기철 학생이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죠. 이건 그저 신님의 심판이었을 뿐이죠. 신님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그 근처에 있었던 이기철 학생까지 죽었을 테니까요.”턱. 순식간에 올라온 무언가에 이기철은 가볍게 흠칫했다. 어느새 교주가 그의 근처로 다가왔다. 그의 자상한 눈빛이 이기철을 내려 보았다. “여러분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그 산길은 위험한 길인데 어째서 이기철 학생만이 멀쩡할 수 있었을까요?”“신님이… 보호해주셔서?”“네! 맞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기철 학생. 외지인이 죽은 것은 모두 신님의 뜻. 당신의 잘못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뇨, 오히려 저희 마을을 지키기 위해 힘을 써줬으니 저희가 감사해야하겠죠!”교주는 이기철을 일으켰다. 엄청난 힘에 의도치 않게 일어난 이기철은 당황할 틈도 없었다.“우리 모두 저희를 위해 움직여준 영웅인 이기철 학생을 위해 기도합시다! 모두 이기철 학생의 손을 잡고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교주의 말에 마을 주민 모두가 자리에서 우르르 일어나왔다. 모두 평소에 하던 것처럼 손을 모으며, 이기철의 몸에 손을 올리며, 간절히 고맙다고 말하며 기도했다.방금 전에 느꼈었던 감정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기철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자리가 자신을 인정해주는 자리이며, 모두들을 위해 자기 자신은 인정받았다는 것.그 사실이 기쁜 나머지, 이기철은 웃으며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주민들과 같이 기도했다.       10. 진실   평소와 같은 기도시간이 끝나고.교주는 교회의 맨 위층에서 아래를 내려 보았다. 교주의 시선 끝에는 이기철이 친구들과 다같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행복한 표정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오진우 신도님은 저기 안 끼어도 되시나요?”교주는 바로 옆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다름 아닌 이기철의 친구, 오진우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평소와 다른 진지한 표정을 짓는 그는 교주를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존경이라곤 전혀 묻지 않는 시선이었으나 교주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교주님은 이기철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글쎄요. 설마 제가 죽이기라도 할 것 같아서 찾아온 건가요?”“…….”“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왜 저희의 충실한 신도를 죽이나요? 외지인이라면 모를까.”교주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혹시 찾아온 용건은 그게 끝인가요?”“아뇨. 아직 물어볼 건 많습니다.”“더 가르침을 받으려하다니, 역시 저희 교단의 간부다워요.”“왜 제 말을 무시하신 거죠?”오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속에 담은 게 많은 모양인지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외지인이 입장했다는 것, 이기철이 단독으로 일을 저지르려는 것까지. 제 보고를 전부 다 무시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으셨나요? 제가 어린 나이에 간부가 되어서?”“질문에 질문으로 답해서 죄송합니다만, 혹시 오진우 신도님은 생각해보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말이란 건 정말로 편한 것이라고.”“그게 무슨.”“아이가 죽으면 신이 아이를 보고 싶어 빨리 데려갔다 말하면 되는 것이고 죄인이 죽으면 벌을 했다 말하면 되는 것이죠. 어쩌면 말이 편한 게 아닌 사람이 편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그것이 옳다 생각하면 되는 생명체니까요. 이기철 신도님도 그렇잖아요죠. 사람을 죽였으면서 마을을 위해 행했다 생각하고 죄책감은 품지 않죠.”“…….”“사실 그건 나쁜 게 아닙니다. 저도, 여러분도 바깥의 외지인분들도 마찬가지로 그러니까요. 단지 모든 사람들이 그런 만큼 하나의 소동은 그림의 단편만을 강조해서 보여주게 된다면 진상은 묻히기 마련이란 뜻이죠.그러니까.“이번 일은 좋게 말해 이기철 신도님이 모든 지도하에 모든 소동이 이루어진 것이죠. 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이기철 신도님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한 저희 마을의 보험이란 겁니다.”“그 말은, 죄를 뒤덮기 위해서?”“네. 시골 어린아이의 착각으로 인해 어른이 죽었다는 소식만 들으면 그 마을이 사이빈지 아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거든요. 혹시 모를 상황엔 추가 대처를 해야겠지만… 우선 어른들이 직접 나서면 변명조차 못하니까요. 다행이 이 모든 게 다른 외지인들이 협력해준 바람에 쓸모없어졌지만 말이죠.”마을이 사이비란 것을 감추기 위한, 사람들로 하여금 그저 한 마을 청년이 유튜버를 살해했다는 내용만을 보기 위한 미끼.그것을 위해 오진우의 보고를 무시하고, 이기철을 팔아먹으려고 했다. 그 사실에 이기철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지만, 얼마 안 가 바로 힘을 풀었다.“더 궁금하신 건 없나요?”“…없습니다.”“제 말에 무엇이라도 깨달으셨다니 다행이군요. 아 참. 오진우 신도님, 제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교주님의 말씀이라면 기꺼이.”“오진우 신도님은 이기철 신도님과 친구이니 조금 더 가까이 지내주시길 바랍니다. 그의 마을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그로부터 배울 수 있으니까요. 모든 사람들이 저희 마을을 위해 일해야 할 줄 알아야지 매일매일이 평화롭고, 아무런 일이 안 일어날 테니까요.”교주는 오진우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리고는 자리를 떠났다.“어쩌면 저희의 또 다른 동료가 될 수도 있<a href='javascript:fileFilterViewer("http://cfile266.uf.daum.net/attach/99FF313E5F0182BF30D4BA", "/cfile266/99/FF313E5F0182BF30D4BA", "소설창작론 기말과제 15001013 김지수.hwp", "grpid%3DsrFK%26fldid%3DRLUy%26dataid%3D210%26fileid%3D1%26regdt%3D20200705163532&url=http%3A%2F%2Fcfile266.uf.daum.net%2Fattach%2F99FF313E5F0182BF30D4BA")'><img src="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icon.hanmail.net/editor/p_etc_s.gif" border="0" alt="첨부파일" class="vam"/> 소설창작론 기말과제 15001013 김지수.hwp</a>지 않습니까?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덜컥.교주가 방을 빠져나갔다.“…….”교주가 사라고 방에 남은 것은 오진우뿐이었다.그는 한참이나 자리를 뜨지 않고 교주가 있었던 자리를 보다가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아직까지도 친구들과 떠들고 있는 이기철이 있었다.“…….”죄책감이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 오진우는 이기철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의 딴에서는 마을을 지키기를 위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건 사람을 죽이고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었다.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위선자 새끼들.”역겹다는 것이다. 이기철도 그렇고, 교주 또한 그렇고.오진우는 자리를 옮기기 위해 발을 돌리자 우연찮게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기분 나쁜 듯 혀를 차며 방 바깥으로 나섰다.